'더블궁세권' 백인제 가옥...100년 전 상류층의 삶은?

여행스토리 호호

발행일 2019.07.11. 16:10

수정일 2019.07.11. 18:51

조회 3,300

백인제 가옥에서 바라본 북촌한옥마을 풍경

백인제 가옥에서 바라본 북촌한옥마을 풍경

호호의 유쾌한 여행 (147) 북촌 백인제 가옥

서울은 오랜 세월을 품고 있는 역사도시입니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촌 한옥마을이 있습니다. 요즘말로 ‘더블 궁세권’인 지역이죠.

예로부터 서울 북촌에는 사대부 양반이 살았는데, 그 영향으로 아직도 북촌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한옥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조선시대 최고 권력가들이 살았던 북촌. 오늘은 북촌 가회동에 있는 백인제 가옥에 다녀왔습니다. 백인제 가옥은 근대 한옥양식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북촌의 대표적인 한옥입니다. 2015년 11월부터 역사가옥박물관으로 시민에게 전명 개방하고 있습니다.

1913년에 지어진 백인제 가옥(별당채)

1913년에 지어진 백인제 가옥(별당채)

백인제 가옥은 1913년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이 지은 근대한옥입니다. 이후 개성출신 청년부호 언론인 최선익을 거쳐 1944년 당시 의술계의 일인자이자 백병원 창립자 백인제 선생이 이 가옥을 소유했습니다.

백인제 가옥은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당시 한옥 12채를 합친 넓은 부지에 압록강 흑송으로 지은 최고급 한옥이었습니다. 전통방식과 일본양식을 접목해 지은 것이 특징인데요. 100년이 넘는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백인제 가옥은 근대시대 상류층 주거 생활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별당채 창문너머 펼쳐지는 북촌 풍경

별당채 창문너머 펼쳐지는 북촌 풍경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 강인국의 저택으로 등장한 곳이 바로 이곳, 백인제 가옥입니다. 백인제 가옥은 크게 사랑채, 안채, 별당채로 구성됩니다.

사랑채 뒤쪽을 지나 별당채부터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별당채는 백인제 가옥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으며 창문 너머로 북촌 한옥의 지붕선이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백인제 가옥 부엌

백인제 가옥 부엌

별당채 관람을 마치고 백인제 가옥 사무실을 지나 부엌을 둘러봤습니다. 한옥의 부엌은 취사기능과 난방기능을 합니다. 안방 쪽으로 부뚜막을 만들어 솥을 달았습니다. 불을 때 음식을 만들고 동시에 난방의 기능도 함께 했습니다.

부엌 왼쪽에 있는 나무 마루 방 밑에는 창고처럼 생긴 지하공간이 있습니다. 식품 저장고로 쓰였던 곳인데요. 실제로도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어요. 이처럼 한옥은 우리 조상의 지혜가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제 제22호 백인제 가옥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제 제22호 백인제 가옥

백인제 가옥 내 전시를 대비해 만든 방공호

백인제 가옥 내 전시를 대비해 만든 방공호

부엌을 지나 안채로 발걸음을 옮기는 길, 마당 한쪽에는 검은 철판이 열려있습니다.

전시를 대비해 만든 방공호인데요. 1940년대 세계 2차 대전의 위험이 부각되면서 서울 일대에 방공호 조성이 성행했을 때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당을 품고 있는 안채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안채 오른쪽 담벼락에는 천지인을 의미하는 삼태극과 상서로운 운을 상징하는 길상무늬,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무시무종 문양 등을 새겨 넣었습니다.

안채를 정면으로 보면 오른쪽 일부분이 2층으로 지어졌는데요. 이것 또한 한옥에 적용한 근대적인 요소입니다.

품격이 느껴지는 백인제 가옥 안채

품격이 느껴지는 백인제 가옥 안채

본채 전체에 유리문을 달았고, 사랑채 앞으로 넓은 정원이 펼쳐집니다.

7월 한낮 더위에도 한옥 내부는 시원하더군요. 바람이 대청을 통하면서 대류현상이 일어나 차가운 공기가 머물게 되는데요. 이처럼 외부 기후의 변화에 따라 실내 환경을 스스로 조절하는 한옥의 우수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백인제 가옥 안채 안방에 있는 백인제, 최경진 부부의 결혼사진

백인제 가옥 안채 안방에 있는 백인제, 최경진 부부의 결혼사진

백인제 가옥에 있는 가구는 그 시대에 맞게 재조성된 것입니다.

안방에는 백인제, 최경진 부부의 결혼식 사진이 놓여 있습니다. 당시 상류층의 결혼식 모습을 나타내주는 역사적인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백인제 박사의 은사였던 소설가 이광수 선생, 국내 최초 여성개업의이자 이광수 선생의 아내인 허영숙 여사도 있습니다.

당시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사랑채

당시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사랑채

사랑채는 바깥주인이 주로 거처하면서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입니다. 백인제 가옥의 사랑채는 안채와 복도로 이어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전통한옥에서는 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사랑채에는 수입가구, 축음기, 병풍 등을 꾸며놓아 당시 상류층의 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백인제 가옥 야간개장

백인제 가옥 야간개장

한여름 밤에도 백인제 가옥의 아름다운 정취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백인제가옥은 7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매주 수요일, 토요일 야간개장을 합니다.

가옥을 좀 더 깊이 있게 둘러보고 싶다면 사전 예약(해설)은 필수입니다. 해설은 평일 4회, 주말 5회 진행하며 전문해설사와 함께 백인제 가옥 외부와 내부를 둘러봅니다. 신청 예약은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사이트를 참고하세요.

■ 여행정보

◯ 백인제가옥
주소 :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7길 16(가회동 93-1)
전화 : 02-724-0294
※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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