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예술가들이 전하는 진솔한 이야기, ‘같이 잇는 가치’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19.06.03. 16:45

수정일 2019.06.03. 16:49

조회 2,947

장애와 비장애의 공존을 위한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가 5월 31일, 6월 1일 열렸다

장애와 비장애의 공존을 위한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가 5월 31일, 6월 1일 열렸다

‘KIADA’를 아는가. KIADA란, 대한민국 장애인 국제 무용제를 말한다. 이는 세계 유일의 장애인 무용제로 2016년부터 매해 열리는 축제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참여한다. 무용뿐만 아니다. 문화예술계 여러 분야에서 장애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비장애인 예술과 장애인 예술을 따로 인식하거나 또 다른 측면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들이 장애인 예술과 예술가들에게 어떠한 영향이 있을까. 장애인 예술과 비장애인 예술에 대한 간극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점들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전문가들의 의견에 경청하고 있는 참가자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달 31일과 6월 1일까지 2일간 장애와 비장애의 공존을 위한 문화예술포럼 ‘같이 잇는 가치’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크레아(DDP CREA)에서 개최했다.

이 포럼은 장애를 대상화하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존재하는 문화예술의 미래를 모색해보자는 취지였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지체장애인 김원영 변호사와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연출했고 중증발달장애인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장혜영 감독이 사회를 맡았다.

포럼 안내를 받고 있는 장애인

포럼 안내를 받고 있는 장애인

포럼은 ‘일상의 공존’과 ‘창작을 위한 공존’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첫 날 ‘일상의 공존’에서는 예술교육 및 창작으로 장애와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데 노력하는 실천가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엠마누엘 사누, 이남실(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 씨, 사단법인 누구나 오한숙희 이사장, 김지우 유튜버 4명의 연사가 각각 나와 강의를 펼쳤다. 춤, 말, 미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 영역에서 다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이야기와 소감을 전했다.

장애여성공감 춤추는허리의 퍼포먼스로 시작된 둘째 날 ‘창작을 위한 공존’에서는 3개의 소주제로 나눠 발제했다. 1부인 ‘장애를 가진 배우는 무엇을 더 표현하는가’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배우들에게 바라보는 시선,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역 장애인 배우이자 기획자인 이진희(장애여성공감 춤추는허리) 씨는 “연극 연습을 하는 제게 비장애인들이 동정 어린 눈빛과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나는 나의 장애를 극복하거나 숨기기 위해 연극하는 게 아닌 그저 관객과 같이 얘기하고 고민하고 관계 맺는 즐거움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예술가들과 협업해 무대를 꾸몄던 김성용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춤으로 접근하는 법에 대해서는 한계가 없다. 그리고 비장애인들의 강점이 있듯 장애인들만의 강점과 매력이 있다. 그러므로 그들을 동정심 어린 눈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바라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청년작가 한승민 씨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청년작가 한승민 씨

2부 ‘시각 예술작업의 공유 감각이 다른 우리, 만날 수 있는가’에서는 국내 유일의 장애인 창작레지던시 잠실창작스튜디오 10기 입주작가들이 나와 이야기를 펼쳤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서울시가 조성하고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예술가 대상 창작공간이다. 지난 2007년 개관한 이곳은 장애인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그들의 활약을 지원하는 등 문화 복지 발전에 일조하는 견인차 역할을 감당해오고 있다.

이곳에 입주한 작가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김종순 씨가 지난 2012년 제3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분 입선을 수상했고 김종순 씨와 신재환 씨가 2012 홍콩국제아트페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장애 예술을 체험하는 시민들

장애 예술을 체험하는 시민들

이날에는 한승민, 문승현, 정은혜&장차현실 작가가 본인의 예술 철학과 작품들을 소개했다. 직접 경험한 일상을 그림으로 그리는 청년 작가 한승민 씨는 자신의 그림들을 PPT에 띄우면서 본인의 경험담과 함께 그림 속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2014년부터 그리기 시작해 2,000명이 넘는 캐리커쳐를 그린 발달장애인 정은혜 씨는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그의 어머니인 만화가 장차현실 씨는 “발달장애인 딸을 키우면서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작품, 결과보다는 활동하면서 대화하고 관계 맺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라면서 딸의 작품 활동을 지켜본 엄마의 생각을 언급했다.

장애인 예술가들의 의견에 이어 최선영 창작그룹 비기자 대표는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의 공동창작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일본의 ‘Swing’을 예시로 들었다. ‘Swing’은 2006년에 설립된 비영리법인단체로,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매개로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시민단체다. 이 단체는 단순한 예술단체가 아닌 장애인종합지원법에 따른 장애인 복지서비스사업으로 운영돼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상근직원이 8명이고 그 중 창작관련 전문 인력이 3명이 되어 전문성까지 갖추었다.

‘Swing’의 활동 중 대표적으로 Oyss 프로젝트가 있다. 2008년 10월부터 진행된 Oyss 프로젝트는 한 달에 한 번씩 교토에서 동네를 청소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소 복장은 파워레인저 같은 파란색 옷을 입어 사람들 눈에 띄는 것과 동시에 친근감을 준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외국인에게 길 안내를 하는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문화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장애인 예술창작을 활성화하고 확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패널에는 정진세(웹진 연극in 편집장), 황지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이래은(연극 배리어프리 연출), 이지현(널위한문화예술 기획자), 김종휘(서울문화재단 대표) 등이 나와 의견을 전했다.

장애인 예술 관련 단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

장애인 예술 관련 단체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

한편 포럼과 함께 한쪽에서는 꾸준한 활동을 통해 장애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참가단체의 콘텐츠를 만날 수 있었다. ‘함께해서 신나는 문화예술 협동조합 틈’, ‘(사)누구나’,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이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발달장애인의 예술창작활동에 대한 경험을 시민들과 나누었다. ‘창작그룹 비기자’는 장애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한 수년간의 연구결과와 활동을 소개했다.

이날 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잠실창작스튜디오 작가들의 전시도 이어졌다. 문승현, 정은혜, 한승민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장애예술의 가치를 빛냈다.

전시를 관람한 한 시민은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처음 봤다. 장애인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이라니까 신기하면서 놀랍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한 시민은 “이런 자리가 참 의미있다고 본다.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열려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예술가들의 간격이 줄어들고 장애인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작가들의 작품들을 관람하는 시민들

잠실창작스튜디오 작가들의 작품들을 관람하는 시민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포럼에서 나온 말들을 수렴해 더 좋은 정책으로 펴나갈 예정이다. ‘같이 잇는 가치’라는 이름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사회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길 바란다.

포럼은 서울문화재단 유튜브‘스팍TV’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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