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을게" 광화문광장 '기억과 빛' 공간을 가다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19.04.17. 09:18

수정일 2019.04.17. 17:22

조회 1,814

광화문 광장 한켠에 자리한,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 ‘기억과 빛’

광화문 광장 한켠에 자리한,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 ‘기억과 빛’

‘기억’

사전적 의미로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이다. 많은 시민들은 지난 주말, 어느 사건을 간직하고 생각해내며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기억’하려고 온 시민들로 광화문 광장은 주말 내내 북적였다.

지난 12일, 서울시는 광화문 남측 광장에서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인 ‘기억과 빛’을 개관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세웠다. 서울시는 이 전시관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시민이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광화문 남측광장에 4년 8개월여 간 있었던 세월호 천막

광화문 남측광장에 4년 8개월여 간 있었던 세월호 천막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전체 탑승자 476명 중 승객 304명이 사망, 실종된 사건이다. 희생된 피해자들 중,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250여 명이다. 대한민국 해난 사고들 중 두 번째로 많은 사상자를 냈고 역대 수학여행 사고 중 최다 사망자가 발생한 참사다.

사건 발생 후 약 3개월이 지난 2014년 7월 14일, 광화문 남측 광장에는 천막이 들어섰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설치한 천막이었다. 4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천막은 이후 서울시와 유가족의 협의 등에 따라 유족들이 자진 철거하면서 2019년 3월 18일에 해체됐다. 4년 8개월여 만이다.

지난 12일에 개관한 '기억과 빛'을 찾은 시민들

지난 12일에 개관한 '기억과 빛'을 찾은 시민들

서울시는 그 자리에 천막이 철거된 지 약 1달 만에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을 세웠다.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 ‘기억과 빛’은 79㎡(약 24평) 규모의 목조 건물이다. 2개의 전시실과 재난 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시민참여 공간, 안내(진실마중대) 공간으로 구성됐다. 또한, 세월호 참사 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들이 진열된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실1에는 박철우 작가가 희생자와 남겨진 자 모두가 안식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빛의 공간, ‘In Memory of Our April’이 전시됐다. ‘기억을 담은 오늘’을 주제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만진다’는 촉각적 교감을 원한다는 것에 착안해 인터랙티브 조명 작품을 설치했다.

세월호 참사 변화과정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는 시민들

세월호 참사 변화과정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는 시민들

전시실2에서는 세월호 전시공간과 함께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영상은 ‘그날의 기억’, ‘기억을 담은 오늘’, ‘내일의 약속’ 세 주제에 따라 세월호 천막에서 전시공간으로까지의 변화된 모습들을 담았다. 약 25분 분량의 이 영상에 많은 시민들은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영상을 끝까지 시청한 시민은 “5년이 지났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국민이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공간 한켠에는 세월호 참사 정보 키오스크를 마련했다. 화면을 터치하면서 다양한 정보들을 볼 수 있는 키오스크에는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과거, 그날의 기억’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보와 세월호 참사 타임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기억을 담은 오늘’을 누르면 도서, 음원, 작품, 영상 등 추모문화예술아카이브를 열람할 수 있다. ‘미래, 내일의 약속’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 진상 규명에 대한 다짐,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약속 등 여러 시민들의 메시지들이 공유됐다.

아이들이 쉽게 이용하는 콘텐츠들이 구비돼 있다

아이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구비돼 있다

시민들은 ‘기억과 빛’ 장소 언급과 함께 광화문 남측 광장의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녀들과 함께 온 시민은 “전에는 세월호 천막들과 영정 사진들이 있어서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자녀들을 데리고 오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천막이 아닌 기억 전시공간으로 바뀌면서 너무 무겁지 않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있어서 좋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친구들과 광화문을 방문한 대학생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저와 동갑이라 많이 생각난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공간인 광화문 광장이 유족들의 천막으로 가려진다는 부정적인 시선에도 어느 정도 공감했다. 하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탈바꿈하니 무겁지 않으면서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더 좋은 것 같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펼쳐진 광화문 광장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펼쳐진 광화문 광장

기억 및 안전 전시공간, ‘기억과 빛’이 개관한 지난 주말 내내 광화문에서는 다양한 추모 행사들이 벌어졌다. 공연, 시 낭송, 연극 등으로 꾸민 ‘국민참여 기억무대’ 행사와 ‘노란 우산 플래시몹’ 등이 있었고 서울시청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 콘퍼런스’ 등이 열렸습니다. 광장 한켠에서는 세월호 생존 학생 모임인 ‘메모리아’가 직접 제작한 스티커와 엽서를 시민들에게 나누었다.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 설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기억 문화제 끝까지 자리한 시민들

기억 문화제 끝까지 자리한 시민들

그리고 오후 7시부터 본행사인 세월호 5주기 기억문화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가 개최됐다. MC메타와 4.16 합창단, KBS 국악관현악, 가수 이승환 등 여러 공연들이 2시간 30분간 이뤄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모사에서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재난, 참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존재 근거 그 자체를 묻는 사건이었다. 우리 모두는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책임의 역사, 안전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추모행사

해가 지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많은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을 지켰다. 저마다 노란 리본, 노란 나비 등을 옷 또는 물건에 부착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자 했다. 그리고 촛불을 들면서 문화제 내내 유족들과 아픔을 공유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생일’을 관람했다는 한 시민은 “영화보고 나니 세월호 유족들이 얼마나 많이 아파했을까라는 마음이 매우 들었다. 무관심 혹은 무심코 이 사건을 내뱉었던 내 스스로 반성이 됐다. 그래서 오늘 더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일요일에도 진행된 기억과 다짐의 릴레이콘서트

일요일에도 진행된 기억과 다짐의 릴레이콘서트

밤 9시 30분이 넘어가고 나서 문화제의 밤은 마무리됐다. 다음날에도 ‘기억과 빛’이 있는 광화문 남측 광장에서는 기억과 다짐의 릴레이콘서트가 진행되며 여러 문화 행사들이 펼쳐졌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서려 있는 광화문 남측 광장이 이제는 유족들과 시민이 공유하는 기억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고 잊지 않으려는 세월호 참사. 5년 전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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