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만의 매력에 빠지다 '청계천 헌책방거리 축제'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18.11.05. 15:03

수정일 2018.11.05. 17:05

조회 1,332

서울시는 헌책방 거리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청계천 헌책방 거리 책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서울시는 헌책방 거리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청계천 헌책방 거리 책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오래된 책의 종이 냄새가 좋다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책을 책장에 단정하게 채워 놓고 한 번씩 꺼내 냄새를 맡았다. 영화 속 얘기다. 잉크가 선명한 책들 사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서정적인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오래된 책에서 실제 바닐라 향이나 아몬드 향과 흡사한 향이 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책장 한쪽, 마음 설레며 읽었던 책들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한가하게 서점을 거닐며 신작이나 베스트셀러 혹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고를 때의 순수한 추억과 함께 말이다.

동네 서점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하는 것이 익숙해지면서부터인지 모르겠다. 이젠 버스나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드문 시대, 전자책 사이에서 조용하게 명맥을 이어가는 종이책이 지닌 매력은 그래서 더 특별한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있는 오래된 책들

누군가의 책장에 꽂혀있는 오래된 책들

이에 서울도서관이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 40개 동네서점이 참여하는 ‘제2회 서울서점주간: 동네 서점에서 만나요’를 개최한다. 위기에 처한 동네 서점을 지원하고 특징 있는 서점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5일, 시민청 태평홀에서 마련한 행사는 전국 출판·유통 분야 종사자들이 함께하는 ‘제3회 서울서점인대회’ 기념식 및 콘퍼런스다. 오랜 기간 서점을 운영한 전국의 사장들이 모여 ‘서점의 변화’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고 서점 생존을 위한 정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광명문고·한우리문고 등 서울의 중형서점 5곳이 참여하는 ‘전 방향 북 큐레이션’은 5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다. 신청자는 책 큐레이터와의 대화를 통해 ‘책 처방’을 받고 향후 독서 일지를 만들 수 있다.

서울미래유산, 청계천 헌책방 거리 책 축제

서울미래유산, 청계천 헌책방 거리 책 축제

또한, 지난 2일 청계천 오간수교 아래에서는 ‘서울 미래유산 청계천 헌책방거리 책 축제’가 열렸다.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청계천 헌책방거리의 오랜 역사를 소개하고 다양한 헌책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15년 가을부터 매년 ‘청계천 헌책방거리 축제’ 개최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2일, ‘헌책방 거리 책 축제’, 그 현장을 찾았다. 청계천 오간수교 아래 자리를 잡은 현장은 다리 아래라는 위치를 살리기 위해 세심한 부분 조명들을 준비해 그윽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른 시각이라 사람들이 참여가 많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책과 더불어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었다.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도록 헌책방 거리축제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도록 헌책방 거리축제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

가장 먼저 만난 부스에서는 청계천 헌책방거리 배경으로 즉석사진을 촬영해 줬다. 사진을 액자를 끼워주면 준비해 둔 예쁜 스티커로 장식을 할 수도 있었는데, 청계천 다리 아래 오래된 책과 더불어 한 장의 추억을 선사받은 순간이었다.

랜덤으로 책을 고를 수 있는 부스

랜덤으로 책을 고를 수 있는 부스

그 이름도 흥미로운 ‘설렘자판기’ 속에 담겨 판매되는 책도 있었다. 일명, ‘설렘꾸러미’는 책 고르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청계천 헌책방 사장님들이 추천, 공급한 책을 장르별로 고른 헌책 1권이 다양한 구성품과 함께 포장된 상자로, 현대인들에게 이색 독서 경험을 제공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책을 만들고 꾸밀 수 있는 이벤트도 있었다. 오래된 책은 그 마다 흔적을 지니고 있지만, 여기에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꾸미는 부스였다. 관계자들이 수작업으로 준비한 책갈피와 북커버에 자기만의 무늬와 색을 칠할 수 있었으며, 헌책다방에서는 책을 읽으며 마실 수 있는 달달한 커피를 선사했다.

설렘꾸러미(좌)와 책갈피 만들기(우) 부스

설렘꾸러미(좌)와 책갈피 만들기(우) 부스

청계천 헌책방거리는 2013년 서울 미래유산에 선정됐다. 1960년대 노점식으로 운영되던 헌책방들이 청계천 복개 공사 이후 평화시장 일대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후 자연스럽게 형성된 헌책방 밀집지역으로 시민생활사적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그 시절 100여 곳이 넘었던 헌책방은 현재 20여 곳으로 줄었다고 한다.

서울시는 현재까지 총 451개의 유무형 자산을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했으며 이는 다수 시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기억과 감성을 지닌 근현대 서울의 유산이었다.

청계천 오간수교 아래서 펼쳐진 서울헌책방 거리축제

청계천 오간수교 아래서 펼쳐진 서울헌책방 거리축제

헌책방거리 책 축제는 청계천 다리 아래서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주는 진짜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책이 지닌 특별한 가치는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자음과 모음이 모여 만들어지는 생기 있는 문장들에 오롯이 집중하는 느낌은 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5일부터 시작되는 ‘서울 서점 주간’을 통해 그 감성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아울러 이를 통해 동네 서점이 활기를 찾고,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접하게 되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되찾는다면 우리 삶은 더 행복해 질 거다.

■ 서울서점주간
○ 기간 : 2018년 11월 5일 ~ 11일
○ 문의 : 서울도서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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