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토리 호호] 서울의 숨은 과거 시민공간 되다

여행스토리호호

발행일 2018.01.25. 16:41

수정일 2018.02.22. 14:59

조회 1,498

여의도환승센터 옆 벙커로 내려가는 입구

여의도환승센터 옆 벙커로 내려가는 입구

여의도 SeMA 벙커-지도에서 보기

호호의 유쾌한 여행 (76) 여의도 SeMA 벙커와 여의도 아이스링크

많은 사람들이 좁은 면적에 모여 살고 있는 서울에는 더 이상 숨어 있는 공간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여의도 옆 작은 무인도에 사람이 살고 있다거나 서울 지하 어디에 괴물이 사는 것은 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상상력의 산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2005년 버스환승센터를 건립하려고 여의도 공원 부근 현지조사를 진행하기 전까지요.

SeMA(세마) 벙커는 이름 그대로 방공호입니다. 여의도 공원 옆 대로변 지하에 설치된 공간입니다. 2005년 5월, 서울시가 여의도에 버스환승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진행하던 중 발견된 곳입니다. 전체 공간은 소파와 화장실을 갖춘 VIP실(20평)과 지휘대 및 기계실이 포함된 수행원 대기실(180평)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은 출구 3곳을 이용해 지상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발견 당시 위장된 입구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서 내시경을 넣어 내부를 파악했다고 합니다.

SeMA 벙커 역사 갤러리, 벙커 발견 당시 쇼파와 변기, 세면대 등이 전시되어 있다

SeMA 벙커 역사 갤러리, 벙커 발견 당시 쇼파와 변기, 세면대 등이 전시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이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겁니다. 서울의 웬만한 시설물은 국토교통부 도면이나 수도방위사령부 등에 기록이 남아있을 법한데 이곳은 전혀 기록이 있지 않다고 하네요.

단 5.16광장에서 국군의 날 행사가 개최됐을 당시 사열대와 벙커의 위치가 일치한다는 점 등을 들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유사시 요인 대피용 방공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위성사진 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77년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발견 당시 VIP실에는 얼룩무늬의 낡은 소파 한 세트가 물에 젖은 채 놓여있었다고 해요.

르메르트 비디오 콜렉션 `비전 온 비전`이 열리고 있던 전시관

르메르트 비디오 콜렉션 `비전 온 비전`이 열리고 있던 전시관

숨어있던, 숨겨졌던 이 공간은 현재 멋진 전시공간으로 변신하여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을 맡았습니다.

SeMA 벙커는 지난해 10월 개관 기념 기획전 <여의도 모더니티>를 시작으로 넓은 지하 공간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다채로운 전시가 펼쳐집니다. 지난 21일까지는 르메트르 비디오 콜렉션 〈Vision on Vision(비전 온 비전)> 기획전이 열렸습니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공간이어서 그런지 쉽지 않은 기획전시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평일에도 이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역사갤러리 한 쪽에 전시된 VIP실의 세면대와 좌변기

역사갤러리 한 쪽에 전시된 VIP실의 세면대와 좌변기

SeMA 벙커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은 역사갤러리입니다. 변기와 세면대가 있던 VIP실을 그대로 전시실로 활용했습니다. VIP가 사용하던 변기와 세면대를 그대로 두어 전시합니다.

당시 쓰던 얼룩무늬 소파는 당시 모습과 비슷한 소파로 재탄생하여 전시관 한 가운데 놓여있습니다. 벽에는 이 장소에 대한 의미, 발굴 당시의 모습, 여의도의 역사 등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개관 당시에는 이곳에서 특별기획전 <나, 박정희, 벙커>가, 지난 21일까지는 <암흑물질>이라는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여의도환승센터 옆에 위치한 벙커 입구

여의도환승센터 옆에 위치한 벙커 입구

장소와 역사가 가진 특별함 때문일까요. 전시장에서 역사 갤러리로 가는 어두침침한 작은 복도를 통과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역사는 흘러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부터 당시 여기선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까지 그렇게 공간은 또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여의도 환승센터 옆 도로변에 벙커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기 때문에 찾아가기는 매우 편리합니다. SeMA 벙커에서 나오면 바로 여의도 공원과 연결됩니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여의도 공원 전경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여의도 공원 전경

여의도 공원-지도에서 보기

시민들의 휴식 광장 여의도 공원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민이지만 여의도 반대편에 주로 살았던 덕분인지 여의도에 대한 추억은 몇 조각 안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어느 날 친구들과 여의도 광장에 롤러스케이트를 타러 온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잔디와 나무, 운동 기구들이 있는 공원이지만 당시엔 서울에서 가장 넓은 광장이었습니다. 평소엔 그곳은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타던 곳이었고 정치적 이슈가 떠오르면 시위와 집회 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화광장 한 켠에 있는 인라인 등 운동용품을 빌리는 가게

문화광장 한 켠에 있는 인라인 등 운동용품을 빌리는 가게

그 당시 추억을 상기시키는 가게가 광장 한 켠에 있더군요. 꽤 오래된 가게 같았습니다. 가게만 봐도 그 옛날 짧은 추억이 떠오르네요. 지금도 공이나 스케이트보드 등을 이곳에서 빌릴 수 있습니다.

광장 한 켠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아이스링크, 여의도 아이스파크가 있습니다. 지는 해를 뒤로 하고 쌩쌩 스케이트를 타는 시민들의 모습이 예전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광장을 내지르던 때를 상기시킵니다. 보기만 해도 신나 보입니다. 이용료도 1,0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니 겨울이 끝나기 전 SeMA 벙커도 구경하고 여의도 공원에서 스케이트도 타보기를 바랍니다.

평일 오후 여의도 아이스파크의 전경

평일 오후 여의도 아이스파크의 전경

평일 여의도 아이스링크는 시청광장보다 한가해보여 아이들과 스케이트 타기에는 더욱 제격인 듯 해요. 매서운 추위가 살짝 누그러지면 움츠려들지만 말고 겨울을 즐기러 나가봐요. 이 겨울도 곧 끝나겠지요.

■ 여행정보
○ SeMA 벙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2-11 지하
 - 가는법:지하철5,9호선 여의도역 3번출구 도보 8분 또는 여의도환승센터 버스 하차 1분
 - 문의:02 2124 8800
 - 입장료:무료
 - 홈페이지: sema.seoul.go.kr
○ 여의도 아이스파크 :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68, 여의도공원 문화의 광장
 - 가는법:지하철5,9호선 여의도역 도보 10분 또는 여의도환승센터 버스 하차 3분
 - 문의:070 4242 1222
 - 클래식 공연 관람:1회 이용료 1,000원, 대여료 1,000원
 - 홈페이지 : yicepark.com

* 여행스토리 호호 : 여행으로 더 즐거운 세상을 꿈꾸는 창작자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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