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겼다! 서울도서관 3층 ‘만인의 방’

시민기자 구현주

발행일 2017.12.11. 09:18

수정일 2017.12.11. 15:01

조회 1,180

11월 21일 개관식에 참석한 고은 시인이 `만인의 방`을 둘러보고 있다ⓒnews1

11월 21일 개관식에 참석한 고은 시인이 `만인의 방`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도서관 3층에는 만인을 위한 아주 특별한 방이 있다. 바로 지난 11월 문을 연 ‘만인의방’이다.

‘만인의방’은 고은 시인 연작시 만인보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만인의방은 시인이 만인보를 집필한 안성서재를 그대로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육필원고, 탁자, 메모 등 관련 자료를 모두 전시하고 있다.

고은 시인의 연작시 만인보는 시 4,001편, 총 30권 분량이다. 집필기간은 30년이며 등장인물은 5,600여 명이다. 30년에 걸쳐, 5,000여 명의 이야기를 시로 담았으니 만인보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역사, 문화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 21일 개방된 `만인의 방` 전경 ⓒ구현주

11월 21일 개방된 `만인의 방` 전경

서울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만인의 방’을 서울도서관 3층에 조성하였다.

만인보와 3‧1운동은 ‘세상과 맞서는 사람’들을 공통분모로 한다. 3‧1운동은 백성이 시민으로 바뀌는 계기였으며,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만인보는 고은 시인의 표현대로 ‘바람을 안고 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시는 만인보가 3‧1운동의 정신과 닿아있다 보고,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만인의방’ 조성을 추진해왔다.

이런 의의에 걸맞게 만인의방 한쪽 벽에는 3‧1운동과 항일운동가와 관련된 시들의 육필원고가 전시되어 있다. 만인보 중 관련 작품만 추려 그 육필원고를 전시했는데 ‘걸인독립단’, ‘김구’, ‘한용운’ 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육필원고들이 모두 이면지였다. 육필원고의 앞면만이 아닌 뒷면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게 전시하였다. 실제 이면지 원고를 보니 고은 시인의 검소한 성품이 느껴졌다.

만인의 방 속 안성서재와 그 앞에 마련된 책상. 책상 위에는 방문객이 직접 시를 쓸 수 있도록 종이와 펜이 마련되어 있다ⓒ구현주

만인의 방 속 안성서재와 그 앞에 마련된 책상. 책상 위에는 방문객이 직접 시를 쓸 수 있도록 종이와 펜이 마련되어 있다

‘만인의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고은 시인의 안성서재를 재현한 공간이다. 실제 고은 시인이 만인보를 구상하고, 마무리까지 한 서재를 그대로 옮겨왔다. 시인이 쓰던 사방탁자와 시지와 군지(기초자료), 책들을 보니 경이롭기까지 했다. 좌식탁자에 앉아 이면지 원고에 시를 써내려가는 시인의 모습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또한 30권에 달하는 만인보 관련 자료를 디지털화한 공간도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 한 편 마련된 디지털 아카이브에서는 만인보 시 4,001편과 메모들, 고은 시인의 그림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21일 개관식에서 고은 시인이 시 낭독을 하고 있다ⓒnews1

21일 개관식에서 고은 시인이 시 낭독을 하고 있다

만인의방을 둘러보니 만인보가 그야말로 만인(滿人)의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졌다. 30년에 걸쳐 완성된 만인보는 근현대사 속 풍파를 이겨낸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굴 없는 자들이 얼굴을 얻고, 이름 없는 사람들이 이름을 얻은 작품이 바로 만인보였다.

만인보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민의 이야기를 담아갈 것이다. 만인의방 한 편 책상에는 종이와 펜이 마련되어 있다. 이는 시민들이 직접 만인보 4,002번째 시를 쓸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여건이 되는 날 서울도서관 3층 만인의방을 방문하여, 직접 만인보의 4,002번째 시를 써내려가는 것은 어떨까?

■ 만인의방

○ 위치 : 서울도서관 3층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10

○ 교통 :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5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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