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군함이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7.12.01. 15:06

수정일 2017.12.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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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대교가 보이는 망원한강공원에 정박한 `서울함`의 위용 ⓒ박분

성산대교가 보이는 망원한강공원에 정박한 `서울함`의 위용

망원한강공원-지도에서 보기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 ‘서울함 공원’이 개장했다. 이곳은 거친 바다를 지키다 명예롭게 퇴역한 3척의 함정(艦艇)이 주인공인 함상(艦上) 공원이다. 퇴역 함정들은 30여 년간 해상에서 해군 임무를 수행한 1,900톤급 호위함 1척, 150톤급 고속정 1척, 178톤급 잠수정 1척으로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해군본부로부터 무상으로 대여받은 이 함정들이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 닻을 내린 데에는 지리적 특수성이 작용했다. 망원한강공원은 조선시대 수로 교통의 중심이자 수도 한양을 방어하던 양화진 부근에 위치해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에 함상공원이 세워진 것이다.

`서울함` 군함장비 중 하나인 30mm 함포 ⓒ박분

`서울함` 군함장비 중 하나인 30mm 함포

‘서울함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큰 군함 한 척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국내 기술로 만든 호위함인 ‘서울함’이다. ‘호위함’이란 선단을 호위하는 것을 기본 임무로 하는 군함을 말한다. 배의 길이는 축구장만 하며 높이는 아파트 8층 정도라고 한다. 1984년 취역 후 망망대해와 거친 파도를 가른 서울함은 2015년 퇴역까지 30년간 서해를 지켰다고 한다.

서울함의 내부가 궁금했다. 설레는 마음을 누르며 선체 2층에 올랐다. 이곳에는 30mm 함포와 적의 잠수함을 공격하는 어뢰를 장착해 발사할 수 있는 장치인 ‘어뢰발사관’ 등 군함 장비들이 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다닐 만큼 비좁은 `서울함`의 통로(좌)와 여군장교의 침실 모습(우) ⓒ박분

한 사람이 겨우 다닐 만큼 비좁은 `서울함`의 통로(좌)와 여군장교의 침실 모습(우)

퇴역한 ‘서울함’은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었다. 한 사람이 겨우 다닐 만큼 비좁은 통로와 침대는 최소한의 공간만을 할애한 군함의 특수성을 보여주었다. 선실 벽면에는 ‘우리의 취약점은 적이 안 올 것이라고 방심하는 데 있다’, ‘전우는 가슴에 묻고 적은 바다에 묻는다’ 등의 글귀가 붙어 있었는데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는 군인들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함장실, 레이더실, 조타실 등 군함의 주요 시설과 해군이 오랜 시간 생활한 공간을 직접 보고 나니 수병 생활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4층의 조타실은 가장 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는데, ‘조타기’가 함정의 상징적 기기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조타기를 만지며 동서남북 항로를 틀어보는 시민들은 마치 함장이라도 된 양 진지해 보였다.

고속정 갑판에서 바라본 안내센터와 잠수정의 모습 ⓒ박분

고속정 갑판에서 바라본 안내센터와 잠수정의 모습

서울함 바깥에는 3층 규모의 안내센터가 있는데 이곳에는 퇴역 함정이 서울에 오게 된 사연과 ‘서울함 공원’의 조성 과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안내센터 2층의 연결 다리를 건너면 고속정 ‘참수리호’에 이어진다. 참수리호는 150톤급으로 제1연평해전에서 북한 경비정과 교전을 벌였던 것과 같은 기종인데 연안 경비와 보안을 담당했다. 고속정 역시 2년 전 퇴역하기 전까지 운항했던 군함이어서인지 해군 병사들이 드나들던 선실과 기물에서 그들의 체취가 느껴지는 듯했다.

고속정 지하에는 국내외 군함 패널과 모형이 전시돼 있으며 해군과 해병대의 활약상을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다. 순양함, 구축함, 초계함 등 다양한 군함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기계 부속으로 복잡다단한 잠수정의 단면 모습(좌), `서울함`의 조타실을 둘러보는 시민들(우) ⓒ박분

기계 부속으로 복잡다단한 잠수정의 단면 모습(좌), `서울함`의 조타실을 둘러보는 시민들(우)

안내센터에서는 좀 더 적나라한 잠수정의 단면을 볼 수 있다. 길이 25m, 폭 2.1m의 잠수정은 기다란 옆면을 가른 모습으로 모로 누워 있다. 복잡다단하게 얽힌 계기들이며 드러난 부속품들이 거대한 로봇의 내부를 보는 듯 신기했다.

안내센터 주변은 넓은 잔디광장이다. 안내센터 옥상전망대에서 강바람을 쐬며 한강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것도 색다른 체험 거리가 될 것이다.

■ ‘서울함 공원’ 안내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마포나루길 407
○ 시간 :
- 하계(3~10월) 평일 10:00~19:00, 주말 10:00~20:00
- 동계(11~2월) 평일 10:00~17:00, 주말 10:00~18:00
○ 입장료 : 12월 3일까지 무료, 이후 성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 홈페이지 : www.seoulbattleshippark.com
○ 문의 : 02-332-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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