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해서 더 특별한 '익선동 골목길'
발행일 2017.04.10. 16:05
“Wow, So beautiful~ Fantastic!” 이는 익선동 한옥마을을 둘러보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에서 나온 감탄사이다. 순간 ‘그들이 어떻게 알고 이곳에 찾아 왔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북촌(北村)이나 서촌(西村)의 경우 이미 외국인에게 알려졌지만, 익선동은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조차 잘 알지 못하는 한옥마을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반갑다며 인사를 건넸다.
2016년 10월부터 서울에서 살게 되었다는 미국인 J씨 부부는 지난 연말 송년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종로3가로 오던 중, 길을 헤매다가 익선동 한옥마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가장 한국적인 마을을 발견하게 된 건 행운이었다. 마침 미국에서 친구들이 놀러 와 한국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고 이야기했다. 외국인들의 눈을 사로잡는 한국만의 볼거리는 도대체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익선동 한옥마을의 숨겨진 보물들을 찾아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꾸불꾸불 비좁은 미로 형태의 골목길, 나지막한 높이의 담장, 낡고 고풍스런 한옥 지붕, 세월이 짙게 밴 나무 대문, 부서진 철제 문고리, 작은 세탁소 밖에 내걸린 빛바랜 한복, 45년 된 만물상 같은 철물점, 반쯤 무너진 담장의 거북이 슈퍼, 열심히 칼국수를 삶는 할머니 쉐프, 한옥 처마 밑에 봄꽃을 내놓은 플라우어 카페 등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수제 향수 체험 공방, 두 다리 쭉 뻗고 방석에 앉아 마시는 전통찻집의 마루, 추억을 일깨우는 엉클비디오, 1920년에 지은 한옥의 한국음식점, 지팡이를 짚은 꼬부랑 할머니, 골목 가운데 우뚝 선 전봇대와 뒤엉킨 전선 등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자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던 곳이었지만, J씨 일행은 그곳을 향해 연신 카메라 앵글을 잡는다. 외국인의 입장이 되어 한옥마을을 둘러보니 익선동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지하철 종로3가역 4번 출구로 나와 길 건너편의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이곳은 1920년대 부동산 개발업자 ‘정세권’에 의해 개발된 최초의 도시형 한옥 주거단지이다. 전통적인 한옥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서민들을 위해 생활공간을 편리하게 재구성한 동네였다고 한다. 익선동 한옥마을에는 110여 채의 한옥이 예스러움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이곳은 서울 도심의 빼곡한 빌딩 숲 가운데 ‘작은 섬’이자 100년 전을 이야기해주는 ‘타임캡슐’ 같다.
그런데 지금의 익선동은 수십 년 동안 살던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개성을 살린 모던한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새로 입점하는 젊은 상인들이 전통한옥의 외형을 유지하자는 공감대를 이루어 다행히 지금은 한옥이 유지되고 있다. 정말 다행한 일이지만, 훗날의 익선동을 위해 개발과 보존 중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사람들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으면 싶다.
화사한 봄날을 맞아 가족, 친구, 연인과 익선동 한옥마을 나들이를 추천한다. 굳이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혼자 돌아보는 골목길 여행도 맛깔스럽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천천히 마을을 둘러본다면 새로운 모습의 익선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좁다란 이 한옥 골목에서는 누구의 방해도 없다. 혼자 주책을 떨며 히죽히죽해도 좋다. 홀연히 떠나는 100년 전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생각을 정제해주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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