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이 이상하지 않은 이유

강원국

발행일 2016.10.24. 14:14

수정일 2016.10.24. 14:15

조회 986

도서ⓒnews1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2) 쇼핑, 축구, 노래에서 배우는 글쓰기

세상만사는 닮아 있다.
원리가 같다.
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주변의 모든 것이 글쓰기로 재해석된다.
이런 사람은 무엇에서든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

쇼핑과 글쓰기
글쓰기는 주제를 고르고 소재를 고르고 표현을 고르고 단어를 고르는 과정이다.
일종의 쇼핑이다.
그런데 왜 물건 사는 쇼핑과 달리 재미있지 않을까.

돈이 없으면 물건 사는 쇼핑도 재미없다.
글 쓰는 밑천이 없으면 글 쓰는 게 괴롭다.

쇼핑도 아내나 남편 눈치 보는 그것은 재밌지 않다.
독자를 과도하게 의식하면 글쓰기도 힘들다.

비싼 걸 턱턱 사는 사람과 비교하면 쇼핑하는 자신이 초라하다.
남의 글과 비교하면 글쓰기가 재밌지 않다.

쇼핑하러 돌아다니는 것은 육체적으로 힘들다.
글도 체력이 좋아야 즐겁게 쓸 수 있다.
쇼핑은 여성이 잘한다. 원시시대, 남성이 사냥할 때 여성은 채집했다. 채집을 위해 관찰했다. 채집 나가 동네 여성들과 수다 떨었다. 채집이 쇼핑이다.
여성은 글 잘 쓰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축구와 글쓰기
축구경기를 보면서 늘 확인한다.

글쓰기가 착상-구성-표현의 과정이라면 축구도 작전-드리블과 패스-슛의 과정이다.
축구에서도 슛이 중요하듯이 글쓰기도 결국은 표현, 즉 쓰는 것이다.

수많은 골인이 있지만 똑같은 패턴을 거쳐 들어가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글도 결론은 같을지언정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단 하나도 같은 게 없다.

축구가 처음 시작 5분의 기선 제압이 필요하듯이, 글도 첫 시작을 먹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축구는 선수들이 지쳐 있는 마지막 추가 시간에서 승부가 많이 갈린다.
글쓰기 승부처도 마지막 끝맺음이다.

축구에서 현란한 개인기는 글쓰기의 느끼는 수사와 같다.

잘하는 팀은 몇 번의 패스로 깔끔하게 공을 문전까지 보낸다.
잘 쓴 글도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축구 못하는 팀이 우왕좌왕하듯, 못 쓴 글은 중언부언한다.

세계적인 선수는 슛이나 패스도 쉽게 한다.
글쓰기도 진짜 프로는 어깨에 힘 안 들어가고 설렁설렁 쓴다.

노래와 글쓰기
어느 방송국 노래 경연대회 심사위원 간의 대화다.
“저 친구 노래가 왜 좋지?”
“왜 좋은지 알면 노래 잘하기 쉽지요.”
“말하듯, 멋 부리지 않고, 자기만의 느낌으로가 유일한 정답이라고 할까?”
“그럴지도 몰라요.”

글쓰기가 꼭 그렇다.
노래 한 소절 못 부르는 사람 없듯, 글 한 줄 안 써본 사람 없다.
노래나 글이나 만만하게 보면 만만한 것이다.
음치가 있듯 글치도 있다.

​​피나는 훈련이 노래 잘하는 가수를 만들지만 연습만으로 위대한 가수가 되지는 못한다.
글도 소질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흘러나오는 노래만 들어도 누가 불렀는지 알 수 있듯, 글에도 고유의 문체가 있다.

​노래할 때 이어폰을 끼고 자기 목소리를 듣듯이 글 쓸 때도 자기 마음속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머니의 은혜>를 부를 때는 진심만 있으면 된다.
글도 진정성만 있으면 절반은 성공이다.

​술집에서 노래하라고 해놓고 잘 듣지 않듯이, 사람들은 당신 글에 의외로 관심이 없다.

진정한 가수는 춤이나 개그가 아니라 노래로 승부한다.
글도 내용이 중요하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해도 음정과 박자는 맞아야 한다.
글쓰기도 문법은 지켜야 한다.

노래 할 때 고음 처리 등 전략적 포인트가 있어야 하듯, 글도 자기만의 승부처가 있어야 한다.

​가요와 성악은 같은 노래지만 비교 대상이 아니다.
시와 소설도 그렇다.
노래나 글이나 자신에게 맞는 장르가 있다.

​노래는 1절만 불러라.
글도 간결한 게 좋다.

​좋은 노래를 듣고 나면 한 구절 정도는 흥얼거리게 된다.
글도 한 문장 정도 기억에 남아야 좋은 글이다. 

​베토벤 전기 읽는다고 노래 잘 할 수 없듯이 글쓰기 책 읽는다고 글 잘 쓰는 것 아니다.

​바이브레이션과 같은 과다한 기교는 수식어 많은 글과 같이 느끼하다.

​​전문 가수나 등단 문인이 아닌 이상, 노래나 글쓰기를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감동을 주는 노래가 으뜸이다.
재미나 정보를 주는 글도 좋지만, 글 또한 감동이 최고의 선물이다.  

​​성량이 풍부한 사람이 노래를 잘하듯이 글도 어휘력이 풍부해야 한다.

​생목 열창은 퇴고 없는 글과 같이 민망하다.

노래 부를 때 비주얼도 무시할 수 없다.
글도 제목과 편집에 신경을 써야 한다.

노래의 클라이맥스는 뒤에 있다. 처음부터 악 쓰면 목이 쉰다.
글도 그렇다.

​​노랫말 자체가 글이다.
노래하는 시인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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