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로 행복하기 위한 몇 가지 조건

강원국

발행일 2016.09.26. 14:03

수정일 2016.09.26. 15:16

조회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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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49) 행복하려면 글을 쓰세요

사람은 언제 행복할까?
무엇인가를 이뤄내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았을 때다.
성취와 인정이 행복으로 가는 두 통로다.

성취할 때 행복
오락 게임이 재밌는 이유는 이뤄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본능적인 짜릿함 뒤에 성취감이 있다.
올라가는 단계가 없는 게임은 없다.
레벨이 없으면 성취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성을 사귀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마찬가지다.
즐거움 배후에는 상대의 마음을 빼앗았다는 성취감이 자리하고 있다.
오래 교제하다 보면 시들해지는 이유는 이미 성취했기 때문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스피노자.
인간은 누구나 자기 존재를 유지하려는 경향이나 힘이 있다고 말하면서, 그것을 ‘코나투스(conatus)’라고 했다.
코나투스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를 갖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바로 코나투스가 성취욕구다.
모르던 것을 알고, 분명하지 않던 것을 명확하게 깨우치고, 그럼으로써 내 안이 채워지고 스스로 성장하게 하는 그것이다.
이런 성취감을 채우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는 글쓰기다.
글이야말로 인내의 용광로에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주조하여 뽑아낸 특별한 성취물이다.
온전히 내 안에서 만들어진 나만의 성취이다.
글을 한편 쓰고 나면 뿌듯한 것도 그런 연유다.

인정받을 때 행복
사람은 또한,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 행복하다.
비범한 사람은 성취만으로 만족할 수 있지만, 보통 사람은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독일 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다고 했다.
자기 안에는 두 사람의 내가 존재하는데, 나 스스로 이렇다고 생각하는 ‘나’(주체적인 나)와, 남들이 이렇다고 하는 ‘나’(객체화된 나)가 있다.
객체화된 ‘나’(Me)는 주체인 ‘나’(I)에 항상 못 미친다.
나 스스로 평가하는 내가, 남들이 보는 나보다 늘 우월하다는 의미다.
남이 생각하는 나와 나 스스로 생각하는 나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사람은 노력한다.
남들이 보는 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힘쓴다.
쉽게 얘기하면,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학생이 글을 하나 썼다고 하자.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여줬는데 거들떠보지도 않으면 자신감을 잃는다.
선생님이 다른 친구의 글만 칭찬해주면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존심이 상한다.
그런데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자긍심을 느낀다.
누구나 이렇게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다.
그리고 인정받을 때 행복하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도 맥락이 비슷하다.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닌데 열심히들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다.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2012년 미국 하버드대 다이애나 타미르와 제이슨 미첼이 100명의 뇌를 관찰했다.
자기 이야기를 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음식을 먹거나 돈이 생겼을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일치했다.
자기를 표현하고 글을 쓰는 일이 밥 먹는 것과 같은 만족을 주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가고 번듯한 직장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인정욕구와 무관하지 않다.

행복과 글쓰기 상관관계
이밖에도 행복과 글쓰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첫째, 행복하려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글쓰기는 나와 대면하는 것이고, 나를 직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에 관해 아는 것이다.

둘째, 행복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글을 쓰면 이기적이고 나약하고 질투하는 내가 보이고, 그게 바로 나라고 여기고 끌어안게 된다.  

셋째, 행복감은 분노, 증오, 질투, 탐욕, 두려움의 감정이 없는 평온한 상태에서 나온다.
글을 쓰면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성공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

넷째, 사람은 누구나 관심 갖는 게 있고, 그것에 몰입할 때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하다.
글쓰기는 가정과 일터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사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다. 

다섯째, 사람은 누군가와 의미 있게 연결돼 있다는 유대감과 일체감을 느낄 때 행복하다.
글쓰기는 나와 다른 사람, 즉 독자를 연결하는 일이다.

나의 행복 레시피
글 쓰는 일로 행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1. 관심 갖고 집중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취미도 좋고 전문분야여도 좋다.
낚시, 독서, 여행, 요리 무엇이든 상관없다.
잘할 수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면 된다.

2. 관심 분야가 남의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어야 한다.
혼자서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남들도 관심을 갖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음식이나 여행은 누구나 관심이 있다.

3. 반응을 확인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댓글이나 공감 수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살 빠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체중계가 없으면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노력의 결과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4. 목표를 가져야 한다.
블로그를 한다면 하루 한 개 이상 글을 올리겠다는 등의 목표가 필요하다.

5.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결국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그런 믿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의욕을 갖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가 이 일을 계속하면 이러한 이익이 있을 거야’라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6. 끝으로, 내가  이루려는 목표가 남에게도 유익해야 한다.
그래야 보람을 느낀다.

나는 그것이 글쓰기다. 시인이 되고 싶고, 문예창작과 대학원도 가고 싶다.
그런 미래가 행복하고, 그런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게 즐겁다.
글쓰기가 나의  미래이고, 행복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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