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나요?

강원국

발행일 2016.07.25. 16:47

수정일 2016.07.25. 16:47

조회 1,509

동상ⓒnews1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40) 글쓰기는 자신과의 싸움

글 수준은 기대에 비례
1968년 하버드대 심리학과 로젠탈 교수는 샌프란시스코 한 초등학교에서 20% 학생을 무작위로 뽑았다.
그 명단을 담임교사에게 건네며 이 아이들이 우수한 학생들이라고 귀띔했다.
8개월 후 명단에 있는 학생들의 성적이 실제로 올랐다.
담임교사가 해당 학생들에게 관심과 기대를 보였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그들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적이 향상된 것이다.
이를 로젠탈 효과라고 한다.

관심과 기대는 힘이 있다.
기대하는 사람이 잘할 확률은 50:50이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잘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남의 글에 관심과 기대를 아끼지 말자.
우리는 가르치겠다는 마음으로, 혹은 자만할지 모른다는 노파심에서 칭찬과 격려에 인색하다.
특히 직장에서는 문제점 지적과 질책 비중이 훨씬 높다.
부하 직원은 주눅이 들고 손이 얼어붙는다.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혼나지 않기 위해 글을 쓴다.
창의는 고사하고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관심과 기대를 표명하고, 의도적으로라도 칭찬과 격려 비율을 높여야 한다.

불안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
교육심리학에 ‘체계적 둔갑법’이 있다.
불안이나 긴장, 공포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기법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불안·공포를 덜 일으키는 자극에서 시작하여 점점 더 강한 자극에 반복하여 노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 자극을 익숙한 상황으로 만들어 불안과 공포 반응을 제거한다.
남아프리카 출신 조셉 울프가 개발한 이 방법은 언어 불안, 폐쇄공포증 극복 등에 활용된다.

글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이렇게 상상해보자.
“내가 지금 손가락이 부러졌을 수도 있고, 중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있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 살아있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 살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글을 다 쓴 후 혹평을 받는 상황도 상상해본다.
“나는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그러나 실제로, 다른 사람은 내 글에 관심이 없다. 관심을 가질 만큼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 해도 나의 실수는 언제든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 글 쓰는 기회가 이번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바로잡지 못해도 큰 의미는 없다. 사람들은 내 실수를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상상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둔감해지는 방법도 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아는 것부터 쓰기 시작해 조금씩 분량을 늘려 간다.
모두가 자신만의 고독한 싸움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안간힘이다.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나요?
1999년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가 글쓰기, 유머, 논리적 추론 등 세 영역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반면,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착각은 자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한마디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이에 반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허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데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마치 공부 잘하는 학생은 시험 보고 나면 늘 못 봤다고 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은 늘 잘 봤다고 하는 것과 같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글쓰기 실력이 없다고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의심해보라.
당신이야말로 글쓰기 역량이 뛰어난 사람일지 모른다.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법
1955년, 하와이에서 네 번째로 큰 섬 카우아이에서 833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이 가운데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201명을 40년 동안 지켜봤다.
201명 중 72명은 사회적으로 건실하게 성장했다.
72명의 공통점은 단 하나.
어릴 적부터 무조건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었다.

미국 심리학자 에미 워너 교수팀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연구에 관한 얘기다.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시련과 역경, 실패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이야말로 글쓰기에 필수적인 마음근육이다.
글쓰기는 시행착오의 과정이며,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글재주를 타고나지 못한 것 같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까봐 남들에게 글을 보여주기 겁나.’
‘나는 머릿속으로만 썼다 지우기를 반복해.’
회복탄력성이 낮은 사람의 특징이다.

글과 관련하여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1. 누군가 내 글을 무조건 지지해주는 사람을 한 명 만든다.
2. 남들보다 못 쓰는 것을 보완하려 말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 발전시키고 부각하기 위해 힘쓴다.
3. 기고 등을 통해 작은 성공 경험을 축적한다.
4.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소속감과 연대의식을 갖고 서로를 고무, 격려한다.
5. 내 책 쓰기나 문단 등단과 같은 꿈을 갖는다.

나를 믿자
‘자기효능감’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신념이나 기대감 같은 것이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집중과 지속성을 통해 높은 성취 결과를 나타낸다.
그에 반해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감이 없고 쉽게 포기하는 성향을 보인다.

캐나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성취 경험, 둘째, 대리 경험, 셋째, 타인의 칭찬, 넷째, 반응에 대한 해석

이를 글쓰기에 반영하면 이렇다.
· 성취 경험 : 이전에 더 어려운 글도 썼잖아!
· 대리 경험 : 그 친구도 썼는데 나라고 못 쓰겠어?
· 타인의 칭찬 : 남이 칭찬해주지 않으면 나라도 스스로를 북돋아주자!
· 반응에 대한 해석 : 내가 못 쓰고 있는 것은 나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고 누구나 경험하는 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금씩이라도 매일 쓰는 것이다.
이것 하나면 충분하다.
모든 것이 해결된다.

#강원국 #글쓰기 필살기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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