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樂내리락’ 머물고 싶은 천호지하보도

시민기자 방윤희

발행일 2016.05.26. 08:30

수정일 2016.05.26. 15:18

조회 2,850

오르樂내리락 천호지하보도 `라`번 출입구

오르樂내리락 천호지하보도 `라`번 출입구

지하보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회색빛 콘크리트에 어둡고 침침한 낯빛, 음산한 기운과 쾨쾨한 냄새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지하보도를 건널 때면 늘 빨리 걸어 통과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천호지하보도(천호대로 1033일대) ‘오르樂내리락’에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강동스케치 공간에 마련된 쉼터

강동스케치 공간에 마련된 쉼터

노랑 표지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강풀 작가의 강동구를 스케치한 벽화가 눈에 띄는데 “아, 이곳이 지하보도야?" 하고 생각될 만큼 밝고 역동적이다. 흰 바탕에 알록달록 색감을 더한 그림과 문구가 칙칙했던 회색빛 벽에 생명을 드리운 것만 같다. 그 앞으로 쉼터를 마련해 지하보도를 오가는 시민들이 앉아서 쉴 수 있게 하였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꼬마친구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꼬마친구들

어디선가 피아노 선율이 들렸다. 누굴까? 반짝반짝 작은 무대에 놓인 피아노를 연주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피아노 선율을 따라 잠시 발길을 멈추고 올망졸망 앉은 꼬마 친구들의 연주를 감상했다. 지하보도에서 피아노 연주를 감상한다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눈과 귀가 즐거워진 이곳은 누구나 자유롭게 피아노 건반을 두드릴 수 있는 ‘작은 무대’라는 이름이 붙여진 열린 공간이다.

`작은갤러리`에 전시된 상일미디어고 만화특성화반 학생들의 애니메이션 작품

`작은갤러리`에 전시된 상일미디어고 만화특성화반 학생들의 애니메이션 작품

이날은 문화갤러리 내 전시존의 ‘작은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상일미디어고 만화특성화반 학생들의 순수창작물 총 14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지하보도에서 만나는 애니메이션이라! 한눈에 보기에도 실력이 상당했다. 작은갤러리에는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머물렀다.

`다`, `라`번 출구에 조성된 특색 있는 강동의 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다`, `라`번 출구에 조성된 특색 있는 강동의 거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강동의 특색 있는 거리도 담았다. '강풀만화거리'와 '천호로데오거리' 그리고 '성내동 주꾸미골목'이다. '강풀만화거리'는 웹툰작가 강풀의 ‘순정만화시리즈’ 네 편의 원작을 마을이야기와 예술가의 상상력을 더한 공공미술로 재구성한 거리로, 강동구를 배경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잘나가는 패션과 맛있는 음식이 모여 있는 '천호로데오거리'는 천호 구사거리에서 천호대로로 연결되는 300m 길이의 천호동 길로, 천호동 일대의 환경개선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2004년에 조성된 특화거리이다. '성내동 주꾸미골목'은 천호지하보도 ‘다’, ‘라’ 출구 뒤편 약 200m 정도의 골목에 30년 동안 각자 개성을 가진 주꾸미 가게들이 하나둘씩 모여 작은 골목을 이루었다. 특히 삼겹살, 새우 등과 함께 맵게 양념하여 먹는 주꾸미 볶음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1910년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강동의 역사

1910년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강동의 역사

강동구의 역사도 한눈에 펼쳐져 있다. 1910년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사료와 함께 기록하여 연도별로 정리된 역사를 통해 강동구의 발전사를 엿볼 수 있다.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던 지하보도에 색을 입힌 천호지하보도 ‘오르樂내리락’은 마치 작은 갤러리를 옮겨놓은 듯 문화와 즐거움이 살아있다. 24시간 개방되어 쾌적한 보행이 가능하고, 각종 공연이나 전시를 원하는 시민에게는 대관도 가능하다.

천호지하보도를 오르樂내리락하다보면 어느새 즐거움에 빠진다

천호지하보도를 오르樂내리락하다보면 어느새 즐거움에 빠진다

서울 전역에는 무수한 지하보도가 있다. 하지만 단순한 보행을 위한 공간일 뿐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천호지하보도의 사례에서처럼 서울의 지하보도들이 오롯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오래 머물고 싶은 지하보도로 재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번 주말 천호지하보도 ‘오르樂내리락’에서 문화 활동을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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