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시장, 대형마트와 '맞장'...그 결과는?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6.01.26. 14:48

수정일 2016.10.11. 15:11

조회 4,003

망원시장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장보는 이들이 많다

망원시장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장보는 이들이 많다

설을 앞두고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한우는 20~30%, 굴비는 40%가량 급등하였고, 한파와 폭설로 농수산물 가격도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차례상 평균 구매 비용이 전통(재래)시장 기준 23만 2,138원, 대형유통업체 기준 32만 9,384원으로 전년 대비 5%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어지는 한파로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10만 원 가량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텐데, 서울에는 마땅한 전통시장 찾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대형유통업체에 밀려 쇠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에도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시장이 있다. 그중 한 곳,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대형유통업체에 맞서 시장 상인과 지역 주민이 함께 지켜낸 시장이라 더욱 의미 있는 곳이다.

시장이 뜨니, 인근 골목상권까지 살아나

망원시장은 장바구니를 든 지역 주민들로 평일 · 주말 할 것 없이 늘 북적인다. 유명 전통시장들이 관광객 위주의 먹자골목화한 것과 달리, 이곳 망원시장은 시장 본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아 물품 종류도, 점포 구성도 다양하다. 닭강정, 고로케, 떡볶이, 튀김, 어묵, 족발, 칼국수, 국밥 같은 시장표 맛집부터 과일가게, 채소 가게, 생선가게, 두부 가게, 정육점, 떡집, 빵집, 반찬가게, 생활용품점까지 모두가 손님들로 북적인다. 시장 골목뿐 아니라 인근 골목까지 활기차다. 그야말로 시장이 뜨니 지역상권이 살아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곳이다.

망원시장의 맛집은 평일에도 줄을 서야한다

망원시장의 맛집은 평일에도 줄을 서야한다

“과일, 채소는 근처 대형마트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싸고 신선합니다. 고기도 좋고, 공산품도 대형할인점보다 싼 것들도 있어요.”

“대형마트가 들어온다고 했을 때 시장 상인이랑 주민들이 서명운동하고 해서 상생안을 마련했는데, 얼마나 다행인지. 재래시장이 있어야 해요.”

지역 주민들의 망원시장 사랑은 ‘마포에서 아이 키우기’ ‘망원동 좋아요’와 같은 지역 인터넷카페나 SNS 그룹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싸면서 물건도 좋다는 평이 대부분이며, 각자 즐겨 찾는 단골매장의 장단점도 비교해 알려준다. 물론 소수의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과하게 싸다 싶은 것만 피하면 품질이나 가격 모든 면에서 만족스런 쇼핑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칭얼대는 애도 함께 달래주고, 조리법도 알려주며, 덤까지 챙겨주는 따뜻한 미담들은 ‘그래, 이게 전통시장의 매력이지!’ 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유통공룡과 맞장뜨다

이곳 망원시장에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불과 300미터에서 1.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동일 기업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이 이미 들어와 있는데, 또 대형마트가 입점한다는 것이다. 망원시장 삼면을 동일 기업 마트가 둘러싼 형국이 될 판이었다.

이에 망원시장과 이웃한 망원동 월드컵시장 상인들은 지역의 46개 시민단체, 주민들과 ‘2011년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만들고 함께 해왔다. 시장 상인들은 촛불 시장과 4~5차례에 걸친 철시(시장 파업)를 하며, 1,800여 명의 반대서명을 받아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3년 2월 상생협약을 끌어낼 수 있었다. 1차 식품 15가지 품목 판매 금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역점 철수, 망원시장 고객센터 부지 매입 등 3가지 협약 사항을 맺었다. 이는 대형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이 맺은 첫 상생 사례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투쟁 결과물로 꼽힌다.

고객센터 지하 커뮤니티 공간에서 상인과 지역 주민들이 지난 대형마트 입점 저지 활동 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고객센터 지하 커뮤니티 공간에서 상인과 지역 주민들이 지난 대형마트 입점 저지 활동 영상을 함께 보고 있다

망원시장 난리났네

무엇보다 큰 성과는 망원시장의 변화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단결된 힘을 모은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주민들의 소중함도 깨닫게 되었다. 지역주민들과 상인들 간의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상인들의 자신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맞춰 함께 기획했던 ‘망원시장 난리 났네’ 행사에서 연이은 완판을 기록하며 더욱 커졌다. 상인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주민들 사이에 뿌리내리려는 노력이 이어지며, 지금의 활기찬 망원시장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카페 M

지난해 11월, 망원시장에는 고객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상생협약을 통해 홈플러스가 내놓은 상생기금으로 인근 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 한 것이다. 공용화장실도 갖춰져 있었는데, 망원시장 이용 시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히던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었다.

고객센터 1층 ‘카페 M’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맥주 등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시장에서 산 주전부리를 가져와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잠시 짐을 맡기거나 쉬어갈 수 있어 시장 상인과 장보기 손님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어 준다.

이곳 카페는 상인회에서 지역 단체인 ‘민중의 집’에 운영을 맡겨, 그간 함께해온 지역 주민들과 공간을 꾸려가겠다는 상인회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카페에서는 시장 상인들을 위해 마포의료사협 주치의와 함께 개발한 건강 주스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지역주민과 시장 상인들이 서로를 챙기며 함께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지하에는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생활 문화 거점 공간으로, 만남과 나눔의 장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전망이다.

망원시장 부근은 서울에서도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 카페를 거점으로 1인 가구를 위한 메뉴별 소포장 꾸러미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택배 보관 서비스도 할 계획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고객센터 지하 커뮤니티 공간에서 카페M 개업식이 진행되고 있다

고객센터 지하 커뮤니티 공간에서 카페M 개업식이 진행되고 있다

1시간 주차비 1,000원 미만, 대중교통 이용시 1,000원 할인

전통시장을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가 주차문제일 것이다. 설을 맞아 오는 27일부터 2주간 전통시장 주변 도로 주차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하지만 이왕이면 평소에도 이용할 수 있는 주차 정보가 궁금하다. 망원시장에서는 시장 바로 옆에 있는 망원1동 주민센터 주차장(망원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비 또한 저렴한데, 구매영수증 지참 시 30%를 할인받아 1시간 주차비는 1,000원 미만이다.

망원시장에서는 신용카드는 물론, 후불제 교통카드인 티머니 교통카드로도 물건 값을 결제할 수 있다. 티머니 카드로 버스나 지하철 하차 후, 1시간 내 1만 원 이상 결제하면 1인 1회에 한해 1,000원이 할인된다. 망원시장 내 87개 점포 중 44곳에서 티머니 카드를 받는데, 카드 간편 결제 참여 점포임을 알리는 간판이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모양내서 깎은 과일, 살만 발라낸 족발도 배달 가능

또한, 망원시장에서는 배달 서비스는 물론, 장보기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장보기 서비스는 망원시장 콜센터에 전화하면 장보기 도우미가 원하는 물품을 대신 구매해 집까지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생선 손질 방법이나 과일 세척 여부 등을 꼼꼼하게 물어보고, 고객이 원하는 단골가게까지 파악해 쿠폰까지 챙겨다 주고 있어, 만족도도 무척 높다.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배달되며 카드 결제도 가능한데, 5만 원 이상 구매 시 배송비는 무료다.

사진설명 망원시장에서는 배송서비스는 물론, 장보기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사진설명 망원시장에서는 배송서비스는 물론, 장보기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인근 기업들을 위한 사내 행사 맞춤형 서비스 ‘걱정마요 김대리’도 시행하고 있다. 과일은 깨끗이 씻어 모양까지 내 썰어주고, 족발은 살만 발라주는 등 그야말로 기업을 위한 맞춤형 장보기 배송 서비스다. 다과회, 야유회, 회식, 워크숍 등을 준비할 때 무척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이미 단골기업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망원시장에서는 설 제수용품을 10~30% 할인 판매하고 있으며, 1만 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경품권 추첨 증정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망원시장의 설맞이 행사는 2월 5일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참고하자.

설 준비를 위해 전통시장을 이용할 때는 이왕이면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는 다음달 5일까지 온누리 상품권을 10% 할인 판매한다. 개인이 월 30만 원 한도 내에서 현금으로만 구매할 수 있으며,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우체국, 신협,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12개 금융기관에서 판매한다.

다양한 설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망원시장

다양한 설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망원시장

이번 설 준비는 전통시장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이왕이면 기업형 마트에 밀려 위기에 빠진 전통시장도 돌아보자. 전통시장의 몰락과 함께 골목상권도 지역경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보다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유통업체를 통해 몇백 원 더 싼 물품 찾은 대가는 결국 지역 경제의 피폐화가 아니었을까? 번듯한 대형할인점에선 비정규직의 삶과 최저임금이, 정 대신 미소를 팔아야 하는 삶이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더 행복해졌느냐고 물으면 이젠 어느 누구도 흔쾌히 대답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시장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고, 현장에선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젠 좀 다른 선택, 지역 경제를 위하는 소비를 하면 어떨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어떤 소비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문의: 망원시장 콜센터 02-335-3591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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