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진으로도 보이는 가족의 관계

시민기자 배선복

발행일 2015.05.01. 13:11

수정일 2015.05.01. 13:26

조회 2,868

가족사진ⓒ뉴시스

어느 저녁, 한 여성분에게 전화가 왔다. 예전에 여권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가족사진을 상담하신 분이라고 소개를 하고는 내일 급히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묻는 전화였다. 하지만 사실 다음날은 사진 관련 협회 정기 세미나가 있는 날이었다. 오후에 급히 가야 해서 만일 가족사진을 찍는다면 시간이 약간 어긋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날 전화를 주신 어머니는 꼭 내일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셨다. 내일 딸이 미국으로 가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딸에게 엄마, 아빠의 모습을 지갑 속에 넣어주고 싶단다. 저 먼 미국으로 가는 딸의 마음이, 남자가 입대하는 마음과 비슷할까? 외로울 때 마음을 채워주고, 가족애를 느끼게 해주기 위해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어머니에게서 느껴졌다.

빠듯한 시간을 쪼개, 다음 날 가족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사진관에 오신 가족은 할머니, 부모님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딸 이렇게 4명이었다. 4인 가족이라기에 자녀가 둘 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족이신가 보다. 보통 할머니는 가족사진을 찍으면 굳은 표정을 지으시기에 촬영 전 먼저 '카메라 마사지'로 표정을 풀어드린다. 의외로 할머니는 포근한 미소를 가지고 계셨다. 한 가정에서 같이 살아서 그런지 낯설어 하는 것이 없어 보여서 바로 사진촬영에 들어갔다.

흔히 많은 분들이 가족사진을 금방 찍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일반인들은 평소에 사진을 찍을 때 별다른 고민 없이 셔터를 누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관에서는 사진 찍히는 가족 분들의 마음이 준비돼야 사진 촬영을 시작한다. 사진 찍기 전, 마음이 준비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수동적으로 그냥 찍히는 것이 아니라 본인도 '어떻게 하면 사진이 잘 나올까?' 생각을 하면서 좀 더 능동적으로 즐겁게 사진 촬영에 임하는 상태를 말한다.

손님들이 마음의 준비가 되면, 가족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자세에 대해 주의사항을 설명해드린다. 자리 배치를 하고 자리에 앉으라고 요청드리면 대부분 편한 자세로 앉으시곤 한다. 다리가 벌리거나, 팔을 늘어뜨려 걸치기 쉽다. 조금 더 예쁘게, 자연스럽게 포즈를 유도하고 촬영을 하는 데에는 보통 30분 정도 걸린다. 대가족일 경우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하나의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진을 찍어야 좋은 사진을 선택할 수 있기도 하고, 대개 처음에 찍은 것보다 중간쯤 찍은 사진이 더 잘나오기 때문에 그렇다.

가족사진을 찍다보면 가족 구성원들끼리의 관계가 대략 그려진다. 보이지는 않지만 가족들은 서로에게 이어지는 끈이 있어서 서로를 끌어당긴다. 가족 모두가 하나로 잘 뭉쳐지는 가족도 있고, 사회생활을 많이 하는 아버지는 약간 떨어져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슬프게도 가정적이면서 사회적으로 훌륭한 아버지는 찾기 어렵다. 이것을 '부성의 패러독스'라고 한다. 가정적인 것과 사회적인 역할은 시간을 어디에 더 많이 쓰느냐에 따라 결정이 된다. 아빠가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꾸리거나 직장 내 관계에만 열심이면 가정에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쉬는 날이 잘 보장 되진 않는 구조이다 보니 더 심하다.

특히 사춘기 자녀를 두고 있는 가정에서는 아빠의 역할이 애매하다. 민감한 시기에 자녀와 많은 시간과 대화를 못하면 가족에서 '툭' 떨어져 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어린 자녀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는 사춘기의 특징이기에 보통 부모는 그것을 이해한다. 아버지는 서운한 감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자신도 사춘기를 보내왔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을 안다. 자녀가 커서 사회생활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 아빠가 왜 집에 못 들어오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든든한 아빠가 가족과 함께 우뚝 서있는 좋은 가족사진이 나왔다.

사진을 찍는 과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사진을 찍고 나서 사진을 선택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여러 사진 중 하나의 사진을 골라 가족사진 액자로 만들기 위해 고르는 과정인데 인원이 많을수록 시간은 더 걸리기도 한다.

사진가에게는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그 사진을 보고 있을 손님의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 가족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보며 모여 있는 행복한 가족을 그려보면, 사진가가 된 것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다. 세미나는 조금 늦었지만 후회 없는 촬영시간이었다.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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