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후광처럼 빛나는 불광천의 봄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15.04.14. 10:39

수정일 2015.04.14. 13:36

조회 1,919

두바퀴로 떠나는 서울여행 (38) 은평구 불광천에서 즐기는 도심 속 봄놀이

부처님의 후광이 서려있는 평화로운 불광천 풍경

부처님의 후광이 서려있는 평화로운 불광천 풍경

한강 둔치에 개나리가 활짝 폈다. 물가에 선 버드나무들이 연녹색 잎을 달고서 잔잔한 바람에 하늘거린다. 한강이 온통 봄빛으로 물들고 있다. 벚꽃도 제철을 만났다. 형인 한강을 따라, 동생 지천들에도 노랗고 하얀 꽃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자전거타고 강변 나들이 떠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런 화사한 봄날 여의도 윤중로에 갔다가 사람들에게 몇 번 치이면 아름답게 휘날리는 벚꽃들의 향연을 좀 더 여유롭게 감상하고픈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럴 때 찾으면 좋은 곳 중 하나가 한강으로 흐르는 지류 하천이자, 서울시 은평구와 마포구를 잇는 불광천 벚꽃길이다.

불광천은 길이가 약 9km인 하천이다. 서울특별시 은평구를 기점으로 서대문구, 마포구를 거쳐 흐르다가 홍제천과 합류하여 한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북한산 아래 전철역 연신내역이 있는 상류는 도로에 덮인 복개구간이라 아쉽게도 하천이 보이지 않는다. 하천이 드러나는 곳은 역촌동 신사오거리부터이다.

북한산 자락이 발원지인 불광천은 북한산이 바위산이고 그나마 도시개발로 인해 노면 자연수가 부족한 하천이다. 비가 와야 물이 흐르는 건천(乾川)이다보니 한때 쓰레기와 악취로 가득했다고 한다. 불광천의 변신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덕이 크다. 인근 상암동에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섰고 이와 맞물려 우수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등 일대 정비 작업이 이뤄졌다.

불광천을 산책하는 팔뚝만한 물고기들

불광천을 산책하는 팔뚝만한 물고기들

하천가와 뚝방 길 도로 옆에 벚꽃나무를 심은 것도 이즈음이었다. 이후 불광천은 자연 하천으로 거듭났고 시민들의 산책로로 탈바꿈했다. 하천변을 따라 자전거 도로와 보행로·운동 기구를 설치하고 갖가지 꽃나무·수초를 심어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불광동에서는 연서내, 증산동에서는 까치내로 불렸다. 불광천 주변엔 연서시장, 연서쇼핑센터도 있어서 알아보니 이곳은 조선시대 한성부 북부의 연서역(延曙驛) 지역이었단다. 오래전 옛 지명이 현대에까지 끈끈하게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벚꽃의 향연에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좋아라한다

벚꽃의 향연에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좋아라한다

불광천 벚꽃길은 6호선 전철 응암역, 새절역, 증산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월드컵 경기장역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가 북단을 달리다 성산대교나 망원지구 한강야외수영장에서 보이는 홍제천으로 들어서면 곧 불광천 길과 만난다. 대중교통편은 6호선 응암역을 추천한다. 역 앞에서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불광천길에 꽃길이 나있고 저녁 무렵에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불광천 분수도 볼 수 있다.

불광천 옆 산책로나 자전거도로를 이용해도 좋고, 뚝방 길이었던 하천 위의 인도를 걸으며 길게 늘어선 벚꽃을 감상해도 좋다. 자전거를 타고 불광천길을 달리며 꽃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은 6호선 응암역이나 증산역에서 내리면 자전거 대여소가 있으니 이용하면 좋겠다. 대여로는 1시간에 1천 원으로 저렴하다. 불광천 양쪽 길을 왕복하면 10km를 넘게 타게 되니 자전거 꽃길 나들이로 적당하다.

불광천 옆 산책로나 자전거도로를 이용해도 좋다

불광천 옆 산책로나 자전거도로를 이용해도 좋다

지난 주중과 주말, 불광천(佛光川)에 찾아온 봄을 만끽하며 천변 길을 달렸다. 불광천은 한자 이름처럼 부처님의 후광을 받아서인가 무척 평화롭고 아득한 풍경을 선사해 준다. 피안(彼岸, 고단한 현실의 강 저쪽에 존재한다는 안락한 고향, 즉 극락세상)의 세계는 굳이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 했다. 스님들은 절에 피는 벚꽃들을 피안앵(彼岸櫻)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벚꽃이 속세를 떠나 극락(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상징이란다.

여기저기에서 주민들과 방문객들의 탄성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저런 감동과 웃음을 주었던가… 벚나무들이 다시 보이고 무슨 유명한 위인보다는 저 나무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평구청에서 주관하는 불광천 봄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벚나무들이 보여주는 벚꽃축제가 더한 감동과 즐거움을 전해 주는 듯 했다.

불광천에서 흥겨운 놀이 마당이 열리고 있다

불광천에서 흥겨운 놀이 마당이 열리고 있다

불광천 벚꽃들은 저녁에 와도 환하게 환영해준다. 길바닥에 깔린 하얀 할로등 조명 빛을 받은 벚꽃나무 밑으로 걷거나 자전거 타는 맛이 낮과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낮에 피는 벚꽃들이 화사한 새색시 같다면 밤의 조명불빛에 피어난 벚꽃들은 도시의 농염한 여인같다. 저녁녘 해가 질 무렵엔 불광천에 설치된 분수대에서 색색의 물빛이 솟아오르고 까불거리며 춤을 춘다. 인파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도시속의 꽃놀이가 더욱 여유롭고 흥겹다.

김종성 시민기자김종성 시민기자는 스스로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이라 자처하며,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과 사진에서는 매일 보는 낯익은 풍경도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진다. 서울을 꽤나 알고 있는 사람들, 서울을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이 칼럼을 추천하는 바이다.

#불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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