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일본 입국거부 파문

하재근(문화평론가)

발행일 2014.11.18 16:46

수정일 2015.11.1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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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독도에서 통일송 발표하는 이승철(ⓒ뉴시스)

지난 8월 독도에서 통일송 발표하는 이승철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71

얼마 전 이승철이 일본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사건이 있었다. 하네다 공항 측이 이승철 부부를 4시간 가량 억류했다가 한국으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당시 직원은 '최근 언론에 난 사건 때문'라고 했다가 이승철이 거세게 항의하자 과거 대마초 흡연을 거론하며 입국을 불허했다고 한다.

이승철은 대마초 흡연 사건 이후 일본에서 콘서트와 음반활동 등을 문제없이 잘 해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대마초 건을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마초 소지 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는 폴 매카트니도 최근 일본에서 별 탈 없이 공연을 마쳤다. 그러므로 대마초 부분은 핑계에 불과하고, 진짜 이유는 '최근 언론에 난 사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이승철이 독도에서 통일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배포한 사건을 말한다. 이것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과거 <독도는 우리땅>의 가수 정광태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본에 입국거부당한 적이 있고, 독도 수영 횡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송일국에 대해서도 일본 외무성 차관이 '일본에 입국하기 힘들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송일국의 드라마가 일본 방영 직전에 취소되기도 했다.

이승철이 공항 입국심사대에 서자마자 일본 직원이 그를 바로 알아봤을 뿐만 아니라 최근 이슈와 과거 이력까지 모두 알고 있었으며 억류와 입국거부라는 강경 조치를 바로 시행했다는 것은, 사전에 이승철에 대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었고 행동방침도 이미 정해져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한국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해오고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진다.

민간 영역에서도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고 한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가 일본 측 에이전트에 드라마 수출에 대해 문의했을 때, 캐스팅해선 안 되는 배우 목록을 일본 측에서 불러준 적이 있다고 알려졌다. 일본이 자국의 거대시장을 무기로 한국 연예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에선 우리 연예계도 일본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항일적 내용이 담긴 드라마 <각시탈>을 기획할 때 여러 스타들이 출연을 거부했다고 한다. 연예기획사들은 '기자회견 때 독도 관련 질문을 사전 차단한다, 민감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과거사 관련 글을 인터넷에 올리지 않는다' 등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행동지침을 만들어 시행한다는 후문이다.

이승철 사건이 알려지자 넷심이 들끓었다. 주로 '일본이 해도 너무 한다,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 우리 연예계도 강경하게 맞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수많은 언론 매체와 전문가들도 이런 강경론에 동조했다. 그러나 감정적 대응만이 능사일까?

일본의 노림수는 한류를 정치외교적 대립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한류를 즐겼던 사람들이 한류를 자기들 국익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한국 연예인이 한국의 국익을 대표하는 활동가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 가벼운 마음으로 한류를 즐길 수 없게 된다. 우리 대중문화계의 감정적 대응이 한류엔 자해행위인 것이다.

우리 뮤지션이나 기획사들이 일본 눈치를 보는 것에 대해서도 네티즌은 질타를 가한다. 싸이에게 독도발언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자회견 때 한류 스타들에게 일부러 한일관계의 예민한 이슈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렇게 연예인들을 국가간 이해다툼의 장으로 밀어붙이면 한류의 국제적 저변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본이 말도 안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상대가 '막가파'식으로 나온다고 해서 우리까지 감정적으로 나가선 곤란하다. 외교적 대응은 그것대로 치밀하게 하되, 연예인들만큼은 국가적 대립의 긴장에서 풀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 한류가 국제적 문화로 널리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폭주하는 막가파식 이웃을 곁에 둔 우리의 처지가 두고두고 고달프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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