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청 결혼식의 모든 것

[서울톡톡]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식, 일생에 한 번뿐인 소중한 순간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특별한 결혼식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30~40분 안에 후딱 찍어내듯 해치우는 판에 박힌 결혼식이다. 진심 어린 덕담과 기쁨을 나눌 충분한 여유조차 없건만, 준비하는 예비부부와 혼주들은 경제적 부담에 등골이 휜다. 결혼철만 되면 호화 결혼식장을 전전하는 하객들도 내심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결혼을 하는 예비부부도, 혼주도, 하객도 모두가 진심으로 행복한 결혼문화라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결혼문화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와 뜻을 함께 하는 시민들이 나섰다. 서울시가 먼저 아름다운 결혼문화 만들기에 나선 것. '작고 뜻깊은 결혼식' 모델을 발굴 · 확산해 나가고 있는 서울시민청을 찾아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고 의미를 찾아보았다. 또한, 현재 접수 중인 시민청 결혼식 신청 방법도 알아보았다.

왜? 소박한 결혼식이어야 할까?

시민청 결혼식 하면, 아직도 공공기관에서 하는 알뜰 결혼식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시민청이 추구하는 '작고 뜻깊은 결혼식'은 소박하고 합리적이며 개성 있고 나눔이 있는 결혼식을 말한다. 결혼이 가진 본연의 의미를 되살리고, 결혼문화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가는 모델인 것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결혼 문화에 호화사치 풍조가 존재한다는 답변이 85%에 이른다. 결혼은 이미 예비부부 두 사람 능력 밖의 일이 되어 버렸다. 두 사람이 뜻을 모아 앞으로의 결혼 생활을 설계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자리라는 본연의 의미는 잊혀진지 오래다. 양가의 사회적 체면에 치중한 나머지, 결혼은 빚잔치의 시작이 되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결혼은 물론, 연애조차 맘 편히 할 수 없다.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고민 또한 깊다. 자녀 교육에 올인하느라 남은 것은 불안한 노후, 그나마 집 팔아 자식 결혼과 노후를 준비하려는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하우스푸어라는 딱지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알아봐야 할 판이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결혼 준비에 있어, 부모들의 노년 계획도 함께 고려할 것을 조언한다. 아울러 혼주가 아닌, 예비부부 두 사람의 능력에 맞는 결혼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그렇다고 그저 저렴한 결혼식을 치르자는 얘기가 아니다. 예비부부 두 사람의 개성을 담은, 보다 의미 있는 결혼식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결혼 준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이다. 결혼 후 달라질 삶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생활 방식, 집안 환경 등 크고 작은 차이에서 발행할 수 있는 문제들과 슬기로운 해결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즉, 결혼식이란 결국 자신들의 설계한 결혼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인 것이다.

시민청의 소박하고 개성 있는 결혼식은?

실제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시민청 결혼식을 살펴보면, 다양한 개성 있는 결혼식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친환경 결혼식, 한식 결혼식, 스스로 준비하는 결혼식, 재능 나눔 결혼식 등을 통해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결혼이라는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시민청 결혼식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 예비부부가 중심이 되어 스스로 준비하고 진행한다

기획에서부터, 준비, 진행까지 결혼 모든 과정에 있어 예비부부가 중심이 된다. 서울시에서는 시민청 결혼식 취지에 공감하고 실현 의지가 있는 결혼 전문 업체를 협력업체로 선정, 예비부부들이 불편 없이 결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협력업체의 도움 없이 예비부부가 직접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신부 드레스와 메이크업, 태평홀 꽃 장식, 사회, 축가도 친구나 지인을 통한 경우가 많다. 음식 준비를 지인의 재능기부로 한다거나, 드레스를 해외직구로 실속 있게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 예비부부가 기획 · 준비해 셀프 웨딩 촬영을 하고, 청첩장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결혼 플래너 없이 결혼 당사자들이 직접 만들어간다.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다른 이들의 눈엔 미흡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지켜보는 하객들도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결혼식이 되었다며, 남다른 응원을 보내게 된다. 그야말로 두고두고 추억이 되는 가치 있는 결혼의 시작이 아닐까?

또한, 시민청 결혼식에서는 형식적인 주례가 생략된다. 신랑 신부 동시 입장, 주례 없는 결혼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결혼서약서를 읽고, 미리 준비해둔 성혼선언문을 하객들이 함께 읽는 방식은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다.

- 버려지는 것을 줄이는 친환경 결혼식을 지향한다

결혼식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생화, 각종 장식, 청첩장, 일회용품, 음식물 쓰레기에서부터 3~4번 사용하면 버려져야 하는 대여 드레스까지... 시민청에서는 지금껏 큰 고민 없이 버려지는 것들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친환경 결혼식을 추구하고 있다. 종이 청첩장 보다는 모바일 청첩장을 활용하거나, 방명록 대신 젠가나 나무 블록 등에 축하 메시지를 쓰도록 한다. 피로연 음식을 준비할 때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부케를 만들 때도 뿌리가 살아있는 생화를 이용, 화분에 담아 활용 가능하도록 한다. 태평홀 꽃 장식도 대개 화분이나 과일, 초 등을 활용, 식이 끝난 후 답례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 하객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즐기는 결혼식을 만든다

시민청 결혼식에선 신부대기실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입구에서 함께 하객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나누고, 신부와 함께 폴라로이드 즉석 사진을 찍어 하객들이 식이 끝나면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한쪽에 예비부부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 갤러리를 마련할 수도 있다. 또, 축가나 공연을 지인들의 재능기부로 준비해 결혼을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며 결혼식 순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 따뜻한 나눔이 있는 결혼식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축의금 없는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꽃 화환 대신 쌀 화환을 받아 기부하기도 한다. 때론 절약한 예식 비용을 평소 후원하고 있는 단체에 기부하는 커플도 있다. 또, 값비싼 스튜디오 촬영 사진들로 채워지는 포토테이블 대신 기부 증서와 기부 안내 책자를 놓아, 기부를 알리고 확산시킨 사례도 있었다.

- 소박하지만 더 쾌적하고, 더 아름다운 결혼식

시민청 결혼식은 식 진행에 있어 하객수 100명 내외, 예식 진행비 예산 천만 원 이내 등의 규정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실제 시민청 결혼식이 진행되는 태평홀에서 가장 쾌적하게 예식을 치를 수 있는 규모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결혼식을 진행하다 보면 우리 사회 여건상, 하객수 규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실제 양가 어르신들과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시민청 결혼식을 원하는 부부들은 부모님과 함께 시민청 결혼식장을 찾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무조건 규모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초라한 결혼식이 아닌, 아름답고 뜻깊은 결혼식의 취지를 소개해드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재 시민청에서는 2015년 시민청 결혼식 상반기 신청을 받고 있다. 2015년 시민청 결혼식은 보다 여유로운 예식을 위해 일요일에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된다. 토요일은 시민청과 시청광장 등에 행사가 많아 매우 혼잡할 뿐 아니라, 주변 교통 상황도 좋지 않기에 부득이하게 일요일로 변경하게 되었다. 선정 방법 또한, 선착순이 아닌, 시민청 결혼식의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고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예비부부를 우선적으로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2015년 상반기 신청은 오는 9월 20일 토요일 오후 5시까지이며, 시민청 홈페이지 (seoulcitizenshall.kr/nr) 에서 접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