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아날로그! 동대문 신설동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3색 코스

시민기자 조성희

발행일 2026.07.14. 11:12

수정일 2026.07.14. 16:02

조회 71

'서울풍물시장', '우산각어린이공원', 그리고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
서울풍물시장 건물 입구 ©조성희
서울풍물시장 건물 입구 ©조성희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시간'은 늘 앞으로만 흘러가는 쉼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 동대문구 신설동 일대를 걷다 보면,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 과거의 낭만과 선조들의 숨결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동선이 존재한다.
지하철 신설동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울풍물시장', '우산각어린이공원', 그리고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세 곳의 코스는 단순한 지리적 인접성을 넘어 아날로그적 추억을 '채우고', 선조들의 청렴한 마음을 '비우는' 뜻깊은 인문학적 여정을 선물한다. 도심 속 타임머신을 타고 낭만 가득한 시간 여행을 떠나보았다.
서울풍물시장. 취급 품목에 따라 색깔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조성희
서울풍물시장. 취급 품목에 따라 색깔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조성희

① 과거의 기억을 채우다, 추억 소환의 성지 '서울풍물시장'

서울풍물시장은 2008년 4월 26일 정식 개장한 시장이다.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터전을 잃은 황학동 벼룩시장 상인들이 동대문운동장을 거쳐 지금의 신설동 자리에 정착하며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알고 나면, 시장을 걷는 발걸음이 조금 더 특별해진다.
서울풍물시장은 취급 품목에 따라 무지개색으로 구역이 나뉘어 있어 둘러보기 좋다. 1층에는 고가구와 공예품, 골동품, 생활잡화 상점들이 모여 있고, 2층에는 생활 잡화와 체험 테마존, 식당가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2층에 서울풍물시장의 진짜 매력이 숨어 있다. 바로 '청춘1번가'다.
  • 2층 청춘1번가 레코드방 ©조성희
    2층 청춘1번가 레코드방 ©조성희
  • 청춘사진관에서 추억의 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조성희
    청춘사진관에서 추억의 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조성희
  • 청춘다방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다. ©조성희
    청춘다방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다. ©조성희
  • 2층 청춘1번가 레코드방 ©조성희
  • 청춘사진관에서 추억의 교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조성희
  • 청춘다방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다. ©조성희
1960~1970년대 이발소와 사진관, DJ가 있는 음악다방, 만화가게 등의 상점가를 그 시절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으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교복과 교모, 가방까지 비치되어 있다.

청춘다방, 전자오락실, 풍물사 등이 자리한 이곳에서는 교복을 무료로 빌려 입고 추억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골동품 코너를 지나면 옛 잡지와 LP판이 진열된 상점도 만날 수 있다.
  • 옛날 국밥집과 문구점을 재현한 모습 ©조성희
    옛날 국밥집과 문구점을 재현한 모습 ©조성희
  • 옛날 교실과 복덕방 ©조성희
    옛날 교실과 복덕방 ©조성희
  • 옛날 국밥집과 문구점을 재현한 모습 ©조성희
  • 옛날 교실과 복덕방 ©조성희
쇼핑을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부모 세대에게는 그 시절 살아온 이야기를, 자녀 세대에게는 낯설고 신기한 체험을 선물하는 곳,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 완벽하게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공간이 또 있을까.

② 마음의 욕심을 비우다, 하정 유관 선생의 '우산각어린이공원'

풍물시장을 나와 몇 걸음만 옮기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우산각어린이공원공원 입구가 서울풍물시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시장 나들이객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작은 쉼터다. 게이트볼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공원을 채우는 이곳에는 화려한 물건 대신 조용한 이야기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우산각어린이공원 입구 ©조성희
우산각어린이공원 입구 ©조성희
'우산각(雨傘閣)'이라는 이름은 조선 세종 때 정승을 지낸 하정(夏亭) 유관 선생의 일화에서 비롯됐다.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했던 유관 선생이 살던 오두막집은 비가 오면 지붕에서 물이 새어 방 안에서도 우산을 받쳐야 하는데, 그 우산마저 어려운 이웃에게 내주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우산각을 재현한 초가집이 세워져 있다. ©조성희
우산각을 재현한 초가집이 세워져 있다. ©조성희
<필원잡기>에 따르면 장맛비가 천장에서 줄줄 새자 우산으로 비를 막으며 부인에게 우산도 없는 집에선 어찌 견디겠느냐 물었더니, 부인이 우산 없는 집엔 다른 대비책이 있다고 받아쳐 유관이 크게 웃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 소박한 웃음 한 자락이 오늘 날까지 동네 이름으로 남아, 우산각골을 거쳐 지금의 우산각어린이공원에 이르렀다. 지금은 옛 우산각을 직접 찾아볼 수 없지만, 공원 한편에는 청렴결백의 뜻을 잇고자 우산각을 재현한 초가집이 세워져 있다.
청백리 명예의 벽 ©조성희
청백리 명예의 벽 ©조성희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공원에 설치된 '청백리 명예의 벽'이다. 서울시는 하정 유관 선생의 근면성실하고 청렴한 공직생활을 본받기 위해 서울특별시 하정 청백리상을 2009년부터 수여해 왔으며, 수상자들의 명예를 기리기 위해 이 명예의 벽을 세웠다. 우산각 청렴정원의 삼보시가 새겨진 시비를 읽으며 공원을 둘러보는 동안 청렴한 마음이 저절로 새겨진다.
우산각 유래가 담긴 비석과 시비가 공원에 있다. ©조성희
우산각 유래가 담긴 비석과 시비가 공원에 있다. ©조성희
한 사람의 청렴한 삶이 600년의 시간을 건너 지금도 공직 사회의 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조용히 벽 앞에 서서 이름들을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뭉클함을 준다. 세종대왕은 유관 선생이 임종하자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직접 흥인문까지 나가 제사를 지냈고, 황희와 함께 조선 초기를 대표하는 청백리로 일컬어졌다고 전한다. 방금 전 시장에서 물건으로 마음을 채웠다면, 이곳에서는 잠시 비우는 법을 배우게 된다.

③ 지식과 휴식을 채우다,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

우산각어린이공원 바로 앞에는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1971년 3월에 개관해 25만여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공공도서관으로,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자기계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 입구 ©조성희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 입구 ©조성희
과거 유관 선생이 빗물 떨어지는 방 안에서도 우산을 받쳐 들고 끝없이 책을 읽으며 학문에 정진했던 그 학구열과 정신이 오늘날 현대적인 도서관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듯하여 묘한 감동을 준다. 공원을 거닐며 비워내었던 마음의 빈자리에,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새로운 지식과 내면의 평화를 다시금 채워 넣을 수 있는 최적의 쉼터이기 때문이다.
서울풍물시장 내 조형물과 판매 물건들 ©조성희
서울풍물시장 내 조형물과 판매 물건들 ©조성희

채움과 비움 사이, 동대문에서 만난 시간 여행

이번 주말, 멀리 떠나지 않고도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신설동 코스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풍물시장의 아날로그 소품 속에서 아련한 옛 기억을 채우고, 우산각어린이공원의 청백리 명예의 벽 앞에서 삶의 태도를 맑게 비워낸 뒤,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3색 시간 여행은,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겨줄 것이다.

서울풍물시장

○ 위치: 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4길 21
○ 교통 : 지하철 1호선, 2호선 신설동역 하차 후 동대문우체국 또는 동대문도서관 방향
○ 운영일시 : 수~월요일 10:00~19:00(식당가 22:00까지, 청춘1번가 18:00까지)
 ※ 야외 장터는 토·일요일에만 운영
○ 휴무일 : 화요일
누리집

우산각어린이공원

○ 위치 :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
○ 교통 : 지하철 1호선, 2호선, 우이신설선 신설동역 10번 출구에서 176m

서울시교육청 동대문도서관

○ 위치 : 서울시 동대문구 천호대로4길 22
○ 교통 : 지하철 1호선, 2호선, 우이신설선 신설동역 9번 출구에서 190m
○ 운영시간 : 종합자료실1 월~일요일 09:00~20:00, 토·일요일 09:00~17:00, 종합자료실2 및 어린이실 09:00~18:00, , 토·일요일 09:00~17:00
○ 휴무일 : 매월 둘째주, 넷째주 수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공휴일, 휴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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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조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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