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나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휴식보다 의외로 간단한 이 방법!

김현정 교수

발행일 2026.04.10. 16:19

수정일 2026.04.10. 17:22

조회 112

김현정 교수의 건강한 서울을 만드는 정원처방
마음은 의외로 거창한 변화보다 작은 환경의 변화에도 반응할 수 있다. 사진은 남산 하늘숲길.
마음은 의외로 거창한 변화보다 작은 환경의 변화에도 반응할 수 있다. 사진은 남산 하늘숲길.
  2화   우울과 불안을 낮추는 부작용 없는 정원노출

뇌가 쉬고 싶다는 신호가 올 때, 사람들은 오히려 강한 의지를 발동하고, 특별한 휴식을 위해 돈을 쓰고, 먼 나라 여행을 계획한다. 그러나 마음은 의외로 거창한 변화보다 작은 환경의 변화에도 반응할 수 있다. 숨 가쁘게 보낸 하루 끝에 가까운 공원에서 석양에 물든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고, 기분 좋은 흙 냄새가 코를 스치고, 벤치에 잠시 앉아 멍하니 있으면 긴장이 풀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늘 대단한 방법으로만 지친 마음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시선이 닿는 풍경 하나, 몸이 머무는 장소 하나가 지친 마음을 회복시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한다. 건강을 치료의 결과만으로 보지 않고, 일상 속 삶의 조건과 환경까지 포함해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 도시인은 만성 스트레스, 불균형한 식사, 수면과 운동 부족, 빛과 소음 공해, 정보 과잉, 사람 사이의 관계 단절로 인하여 병이 생기기 전부터 이미 마음은 지치고, 몸은 피곤하며,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때 도시의 자연환경은 여러 의미와 사회적 가치로 다가온다.

우울과 불안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다. 과중한 업무와 부실한 식사, 활동 감소, 수면 부족, 인간관계의 맵고 쓰라린 듯한 고단함(辛酸) 등을 참고 또 참는 일상이 겹겹이 쌓이며 마음의 회복력을 갉아먹은 결과다. 이때 도시 녹지공간은 마음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조용히 받쳐주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자연 노출이 많을수록 우울과 불안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녹지 환경의 확충과 접근성 개선은 공중보건의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정원은 병원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시민들의 일상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가성비 좋은 공공정책이 될 수 있다.
정원의 힘은 무엇보다도 부담이 적다는 데 있다. 사진은 수락산 동막골 무장애 숲길
정원의 힘은 무엇보다도 부담이 적다는 데 있다. 사진은 수락산 동막골 무장애 숲길
정원의 힘은 무엇보다도 부담이 적다는 데 있다. 집이나 직장 근처 정원에서는 꼭 무엇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천천히 걷는 것,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잎의 흔들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은 과열된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쉼 없이 돌아가는 마음에 잠시 멈춤의 시간을 허락한다. 30분 정도의 짧은 자연 노출만으로도 스트레스 감소와 기분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애쓰지 않아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 정원은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마음 치유법이다.

미국에서 우리나라 숭산스님 제자였던 존 카밧진(Jon Kabat-Zinn)이 개발한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완화(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 프로그램은 호흡 명상, 바디스캔, 걷기 명상 등을 통해 지금 여기의 생각, 감정, 몸의 감각을 판단하지 않고 알아차리게 함으로써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을 스스로 다루도록 돕는 대표적인 근거 기반 프로그램이다. 정원 노출은 생활 속 마음챙김에 가깝다. 정원에서 조용히 걷고, 햇빛을 느끼고, 나무를 바라보는 낮은 강도의 활동은 심리치료가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챙김, 정서조절, 반추 감소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게 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형 정원처방도 바로 이 가능성에 주목한다. 정원 산책, 맨발 걷기, 숲요가, 꽃 활용 공예, 복식호흡 같은 활동을 통해 우울과 외로움, 정서적 소진을 겪는 시민의 회복을 돕는 시도다. 이는 정원이 단지 보기 좋은 경관이 아니라 도시가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조용하지만 실질적인 건강 자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원은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다만 오늘은 잠깐 멈춰도 괜찮다고 조용히 알려준다.
정원은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다만 오늘은 잠깐 멈춰도 괜찮다고 조용히 알려준다.
잠시 걸을 수 있는 꽃과 나무가 있는 길, 햇빛을 받으며 앉을 수 있는 자리, 혼자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도시 공간이 있을 때 마음은 다시 자기 속도를 되찾는다. 정원은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다만 오늘은 잠깐 멈춰도 괜찮다고 조용히 알려준다. 지금 서울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정신건강 정책보다, 지친 마음을 조용히 받아주는 일상의 정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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