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스님처럼 정갈한 음식 만들어볼까? 사찰음식 요리 체험기

시민기자 강사랑

발행일 2026.02.13. 11:35

수정일 2026.02.13. 17:51

조회 1,405

종로 한복판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원데이 클래스 현장
불교 수행자들의 음식으로 알려진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넷플릭스 리얼리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때문이다. 사찰음식 명장으로 출연한 선재스님이 선보인 정갈한 음식들과 요리 과정 자체를 수행으로 여기는 태도는 많은 시청자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요즘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발걸음까지 이어지고 있는 핫플레이스가 있다. 서울 종로 한복판에 자리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원데이 클래스 현장을 찾았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자리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고 있다. @강사랑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자리한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고 있다. ⓒ강사랑
요리 수업은 예상보다 조용하게 시작됐다. 참가자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자, 강사로 나선 하경 스님이 짧은 명상을 이끌었다. 몇 분 동안 허리를 세우고 호흡을 고르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내는 시간이 흘렀다. 스님은 “일상의 모든 순간을 알아차리고 있으면 그것 자체가 수행”이라고 말하며 요리 과정을 하나의 수행으로 풀어냈다. 덕분에 수업은 칼질보다 먼저 마음을 가다듬는 호흡에서 시작됐다.
짧은 명상과 함께 사찰음식명상 원데이 클래스가 시작됐다. @강사랑
짧은 명상과 함께 사찰음식명상 원데이 클래스가 시작됐다. ⓒ강사랑
이날의 메뉴는 겨울 제철 해조류 ‘생톳’을 활용한 잡채였다. 스님은 왜 하필 해조류를 요리의 메인으로 정했는지 설명했다. 해수 온도가 낮은 계절에는 기생충 걱정이 적어 생으로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고, 그만큼 재료의 풍미와 영양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철이란 많이 나는 때가 아니라, 자연이 허락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 시기”라는 설명이 인상 깊게 남았다.
조리는 생각보다 단순했고, 불필요한 동작이 없었다. 톳과 미역은 소금을 넣어 손으로 치대며 씻어냈다. 스님은 ‘손맛’을 이야기하며, 손으로 재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재료의 상태를 느끼고 맛을 짐작하는 감각이 생긴다고 전했다. 채소는 센 불에서 짧게 볶아 식감을 살리고, 들기름은 향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에 넣는다. 당면은 삶은 뒤 여러 번 헹궈 전분을 씻어내야 시간이 지나도 식감이 살아난다. 간단한 요리 팁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재료를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와 기다림의 태도가 녹아 있었다.
  • 요리를 만들기에 앞서 참가자들이 스님의 설명과 시연을 경청하고 있다. @강사랑
    요리를 만들기에 앞서 참가자들이 스님의 설명과 시연을 경청하고 있다. ⓒ강사랑
  • 톳,버섯볶음 잡채를 만들어 보이는 하경 스님 @강사랑
    톳, 버섯 볶음 잡채를 만들어 보이는 하경 스님 ⓒ강사랑
  • 톳,버섯볶음 잡채에 시원한 배깍두기가 곁들여진 사찰음식이 완성됐다. @강사랑
    톳, 버섯 볶음 잡채에 시원한 배 깍두기가 곁들여진 사찰음식이 완성됐다. ⓒ강사랑
  • 요리를 만들기에 앞서 참가자들이 스님의 설명과 시연을 경청하고 있다. @강사랑
  • 톳,버섯볶음 잡채를 만들어 보이는 하경 스님 @강사랑
  • 톳,버섯볶음 잡채에 시원한 배깍두기가 곁들여진 사찰음식이 완성됐다. @강사랑
본격적으로 참가자들의 요리가 시작되자 공간은 부드러운 긴장감으로 채워졌다. 참가자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며 조리대 앞에서 분주히 움직였다. 스님의 설명대로, 톳에서 수분이 많이 나오면 불을 올려 날려 보내고, 새송이버섯은 기름을 두르기 전 먼저 구워 수분을 가뒀다. 스님은 중간중간 참가자들의 손을 멈추게 하며 “순서가 바뀌면 맛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잘하려고 서두르기 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고 기다리는 과정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메시지처럼 들렸다.
  •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사찰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참가자들 @강사랑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사찰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참가자들 ⓒ강사랑
  •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은 고소한 음식 냄새로 가득찼다. @강사랑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은 고소한 음식 냄새로 가득찼다. ⓒ강사랑
  • 잡채에 제철 수산물 생톳을 활용하는 점이 이번 사찰음식의 특징이다. @강사랑
    잡채에 제철 수산물 생톳을 활용하는 점이 이번 사찰음식의 특징이다. ⓒ강사랑
  •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사찰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참가자들 @강사랑
  •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은 고소한 음식 냄새로 가득찼다. @강사랑
  • 잡채에 제철 수산물 생톳을 활용하는 점이 이번 사찰음식의 특징이다. @강사랑
잡채가 먹음직스럽게 완성될 즈음, 스님은 뜻밖의 말을 건넸다. “이제 멈추시고 자리에 앉으세요.” 음식의 간을 보던 사람도, 음식을 그릇에 담아내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 앉았다. 스님은 “바쁜 일상에서는 멈추는 연습을 할 기회가 거의 없다”며, 요리 중에 멈춰 자신의 상태를 바라보는 것도 수행의 일부라고 말했다. 잠시 후 이어진 회향 명상에서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통해 모든 존재의 행복과 평안을 기원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명상이 끝나서야 참가자들은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맛보았다. “신선하고 맛있다”, “생각보다 훨씬 담백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서두르지 않고 멈춤의 시간을 가졌다가 먹으니, 음식의 향과 식감이 더 또렷하게 전해지는 듯했다.
잠시 요리를 멈추고 명상에 들어간 참가자들 @강사랑
잠시 요리를 멈추고 명상에 들어간 참가자들 ⓒ강사랑
이날 수업에는 외국인 참여자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멕시코 출신 여성 청년은 실시간 통역의 도움을 받아 요리를 무사히 완성했다. 함께 온 한국인 시민은 “제가 신청한 건 아니고, 이 친구가 이곳을 먼저 알고 같이 가보자고 해서 오게 됐다. 조리 과정에 오신채를 넣지 않았는데도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본래 사찰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항상 ‘천연의 맛’이라는 말을 들어왔는데, 오늘은 그 맛을 어떻게 살리는지 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업에는 멕시코에서 온 청년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강사랑
수업에는 멕시코에서 온 청년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강사랑
수업을 이끈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지도법사 하경 스님은 체험관의 출발점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이 공간은 사찰음식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식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지난 2015년 시작됐다. 특히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서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를 묻는 시대 흐름 속에서, 사찰음식은 지속가능한 식문화의 대안으로 자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체험관은  사람들로 하여금 먹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장소로 기획되었다는 설명이다.

원데이 클래스는 특히 사찰음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단순히 일회성 체험에 그치지 않도록,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매번 다른 메뉴를 선보이고, 여러 스님 강사가 돌아가며 수업을 맡는다. 그 결과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고, 두 번 세 번 반복해 참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원데이 클래스는 특히 사찰음식을 처음 접하는 시민들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다. @강사랑
원데이 클래스는 특히 사찰음식을 처음 접하는 시민들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사랑
스님이 특별히 강조한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했다. “사찰음식은 어렵지 않습니다.” 특별한 비법이나 낯선 재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집에 있는 간장과 들기름, 제철 채소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나도 집에서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고, 식생활을 조금씩 더 건강한 방향으로 바꿔보길 바란다고 했다.
사찰음식의 매력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오신채를 쓰지 않고 제철 채소와 자연 재료를 중심으로 조리하는 사찰음식은 그래서 양념의 맛보다 재료가 가진 향과 식감이 더 또렷하게 살아난다. 평소에는 스쳐 지나가던 무 한 조각, 시금치 한 줌도 사찰음식 상에서는 “아, 이 재료가 원래 이런 맛이었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찰음식은 소화가 편하기에 포만감보다 휴식에 가까운 만족감을 남긴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여기에 남기지 않기, 버리지 않기, 욕심내지 않기라는 원칙이 더해져, 한 끼 식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조리 과정부터 음식을 섭취하는 일까지 일종의 ‘수행’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참가자들이 만든 톳, 버섯볶음 잡채와 배깍두기. 원재료의 맛과 풍미가 살아있다. @강사랑
참가자들이 만든 톳, 버섯 볶음 잡채와 배깍두기. 원재료의 맛과 풍미가 살아있다. ⓒ강사랑
향후 체험관 운영 방향에 대해 하경 스님은 ‘치유’와 ‘글로벌 접근성 강화’를 핵심 목표로 꼽았다. 차담이나 퀴즈 프로그램, 소규모 테마 수업, 상시 체험과 단체 프로그램 등을 늘려, 구경하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체험에 참여하게 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사찰음식을 알리고 세계와도 소통하되, 그 과정에서 사찰음식이 지닌 정신과 정체성만큼은 잃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내외국인에게 사찰음식문화를 알리는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강사랑
내외국인에게 사찰음식문화를 알리는 거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강사랑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설명을 듣고 전시를 둘러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고 맛보는 경험까지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체험관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계층을 초대해 사찰음식을 함께 만들어 보는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외국인 참가자를 위한 통역 수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수업에서도 외국인 참가자가 함께 참여해, 사찰음식이 국적과 언어를 넘어 공유될 수 있는 문화임을 보여줬다. 프로그램 신청 및 참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다면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강사랑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강사랑
  •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전시 공간 모습 (일부) @강사랑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전시 공간 모습 (일부) ⓒ강사랑
  •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전시 공간 모습 (일부) @강사랑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전시 공간 모습 (일부) ⓒ강사랑
  •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강사랑
  •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전시 공간 모습 (일부) @강사랑
  •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전시 공간 모습 (일부) @강사랑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은 사찰음식을 소수를 위한 특별한 음식으로만 대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고, 맛보며,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 공간이다. 입맛을 자극하는 상차림 대신 재료의 맛을 살린 한 끼 식사가 주는 여운은 생각보다 길다. 다가오는 설날, 가족들과 함께 사찰음식 한두 가지를 직접 만들어 식탁에 올려보는 건 어떨까. 맛과 건강을 함께 챙기는 훌륭한 명절 식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

○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39 안국빌딩 2층
○ 운영시간: 화~일요일 9:00~18:00 (월요일 휴관)
○ 문의: 02-733-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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