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지우고 예술을 그리다! 발달장애 청년예술가 16명의 시선
발행일 2025.12.30. 11:50
12월 31일까지 용산아트홀 지하 1층 전시장에서 발달장애 청년예술가 그림전시회 개최

발달장애 청년예술가들의 ‘한 발 앞으로, 두번째 이야기’전이 12월 31일까지 열린다. ©윤혜숙
용산아트홀 지하 1층 전시장 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닿은 건 색이 아니라 속도였다. 지상의 분주함이 한 계단 아래에서 잦아들고, 조명은 그림을 위에서 내려다보듯 비추기보다 비스듬히, 사람의 눈높이에서 먼저 말을 건네는 방식이었다.
지하 전시는 늘 지상과 다른 시간대를 품는다. 하지만 이번엔 그 ‘다름’이 더 선명했다. 제2회 발달장애 청년예술가 그림전시회 ‘한 발 앞으로 두 번째 이야기’가 이곳에서 12월 31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회화와 조소를 아우른 98점의 작품이 전시장을 채웠고, 참여 작가는 모두 16명이다. 첫 전시가 열린 2023년 12월의 출발선을 넘어, 이번 두 번째 이야기는 층이 더 두툼해졌다.
지하 전시는 늘 지상과 다른 시간대를 품는다. 하지만 이번엔 그 ‘다름’이 더 선명했다. 제2회 발달장애 청년예술가 그림전시회 ‘한 발 앞으로 두 번째 이야기’가 이곳에서 12월 31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다. 회화와 조소를 아우른 98점의 작품이 전시장을 채웠고, 참여 작가는 모두 16명이다. 첫 전시가 열린 2023년 12월의 출발선을 넘어, 이번 두 번째 이야기는 층이 더 두툼해졌다.

2023년 첫 전시가 열린 후 올해 12월 두 번째 열린 전시회다. ©윤혜숙
"전시의 ‘앞면’을 만든 축적의 시간이었어요!"
전시의 배경이 된 작업실 ‘느루아트’는 용산구 청파동에 자리한다. ‘느루’는 ‘느리지만 천천히 스며든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이름처럼 ‘느루아트’는 발달장애 청년 예술가들이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 않고 각자의 창작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전시를 기념해 정정애 용산구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과 나눈 대화는 마치 전시장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설명서 같았다. 그의 이야기에는 축적된 시간의 무게와 포기하지 않도록 붙들어준 손의 서사가 중심에 놓였다.
“2023년 12월에 ‘한 발 앞으로’라는 제목으로 첫 전시를 열었어요. 그 전시를 준비하며 구청에 작업실 없이 작업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고, 청장님께서 전시를 보신 뒤 안타깝게 여기셔서 작업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백방으로 힘써 주셨어요. 그렇게 느루아트 작업실이 만들어졌고, 개관 이후 그곳에서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덕분에 이번 12월에는 두 번째 이야기를 담은 전시를 열게 된 거죠.”
전시를 기념해 정정애 용산구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과 나눈 대화는 마치 전시장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설명서 같았다. 그의 이야기에는 축적된 시간의 무게와 포기하지 않도록 붙들어준 손의 서사가 중심에 놓였다.
“2023년 12월에 ‘한 발 앞으로’라는 제목으로 첫 전시를 열었어요. 그 전시를 준비하며 구청에 작업실 없이 작업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고, 청장님께서 전시를 보신 뒤 안타깝게 여기셔서 작업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백방으로 힘써 주셨어요. 그렇게 느루아트 작업실이 만들어졌고, 개관 이후 그곳에서 꾸준히 작업을 이어온 덕분에 이번 12월에는 두 번째 이야기를 담은 전시를 열게 된 거죠.”

발달장애 청년예술가들의 작업 뒤에는 자존감과 어머니의 노고가 함께한다. ©윤혜숙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점은 발달장애 청년예술가들이 미술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발견하고, 말과 글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과 생각을 색과 선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발달장애 청년예술가들의 그림전시회를 열며 그의 소감을 들었다.
“이번 전시회를 열며 정말 감회가 남다릅니다. 재능이 언제 발견되었느냐보다, 오랜 시간 묵묵히 쌓여온 노력 속에서 그들의 재능이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도록 붙들어준 것은 결국 어머니들의 노고였습니다. 미술 작업은 청년 작가들의 자존감을 키우는 일이지만, 그 뒤에는 달래고 어르고, 포기하지 않게 등을 밀어주신 어머니들의 시간이 더 많이 겹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첫째로는 어머니들께 감사드리고, 둘째로는 전시 공간을 마련해 준 구청과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주신 의원님들, 담당자님들, 지도 강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전시회를 열며 정말 감회가 남다릅니다. 재능이 언제 발견되었느냐보다, 오랜 시간 묵묵히 쌓여온 노력 속에서 그들의 재능이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도록 붙들어준 것은 결국 어머니들의 노고였습니다. 미술 작업은 청년 작가들의 자존감을 키우는 일이지만, 그 뒤에는 달래고 어르고, 포기하지 않게 등을 밀어주신 어머니들의 시간이 더 많이 겹쳐져 있습니다. 그래서 첫째로는 어머니들께 감사드리고, 둘째로는 전시 공간을 마련해 준 구청과 여러 분야에서 도움을 주신 의원님들, 담당자님들, 지도 강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전시에는 발달장애 청년예술가 16명이 참여해 각자의 시선과 감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윤혜숙
전시장의 풍경, 배열이 들려주는 이야기
벽면의 흐름을 따라 작품은 시선의 과부하 없이 번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회화만 참여한 12명의 작품은 전시의 전면부에, 조소까지 확장한 16명의 작품은 공간 전반부와 후반부에 자리하여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정애 센터장의 말처럼, 작품 수가 많은 작가의 섹션은 뒤편에, 최근 작업을 시작한 작가의 작품은 앞쪽에 배치해 관람 동선이 곧 그들의 성장 순서가 되었다. 벽을 따라 꺾이는 코너마다 서로 다른 재료의 그림자가 번지며, 전시장은 설명보다 배열이 먼저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이 되었다.
정정애 센터장의 말처럼, 작품 수가 많은 작가의 섹션은 뒤편에, 최근 작업을 시작한 작가의 작품은 앞쪽에 배치해 관람 동선이 곧 그들의 성장 순서가 되었다. 벽을 따라 꺾이는 코너마다 서로 다른 재료의 그림자가 번지며, 전시장은 설명보다 배열이 먼저 이야기를 들려주는 공간이 되었다.

전시장 입구 벽면에 철선으로 제작한 자화상 얼굴 작품, ‘선으로 마주한 나’ ©윤혜숙
전시장 입구 벽면에는 철선으로 제작한 자화상 작품이 걸려 있었다. 얇은 철선을 교차해 얼굴의 면을 채우지 않고, 선의 흐름만으로 형상을 구현한 작품이다. 제목은 ‘선으로 마주한 나’. 이 자화상은 잘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하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제작 과정은 이렇다. 먼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않은 채 손의 감각만으로 선을 따라가는 칸투어 드로잉(Contour Drawing)을 진행했다. 이어진 와이어 드로잉(Wire Drawing)에서는 평면의 선을 공간으로 확장했다. 작가 각자의 얼굴을 형상화한 이 작품 앞에서 관람객이 ‘작품’이 아닌 ‘작가의 존재와 이야기’로 그들을 만나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전해졌다.
제작 과정은 이렇다. 먼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않은 채 손의 감각만으로 선을 따라가는 칸투어 드로잉(Contour Drawing)을 진행했다. 이어진 와이어 드로잉(Wire Drawing)에서는 평면의 선을 공간으로 확장했다. 작가 각자의 얼굴을 형상화한 이 작품 앞에서 관람객이 ‘작품’이 아닌 ‘작가의 존재와 이야기’로 그들을 만나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전해졌다.

전시장 마지막을 장식한 석고로 손을 만든 조소 작품, ‘손에서 손으로’ ©윤혜숙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은 석고로 만든 손 조소다. 손등과 손바닥의 굴곡과 관절을 석고로 본떠 제작한 것으로, 제목은 ‘손에서 손으로’다. 얼굴이 아닌 손으로 자신을 말하는 작업에서 출발해, 작가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만지고 느끼며 그 순간의 이야기를 담아 석고 캐스팅을 떠냈다. 이렇게 완성된 손들은 두세 명이 한 조를 이루어 철선으로 서로 연결되었다. 이 철선은 개인을 묶는 장치가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가는 선으로 이어져 있다.

선인장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윤혜숙
벽면에 걸린 평면 회화 작품들은 작가 각자의 관심사와 감성을 색과 구도로 담아냈다. 첫 번째 전시가 회화 중심이었다면, 두 번째 전시는 조소 작업을 더해 재료가 지닌 스토리까지 확장했다. 그중 눈길을 사로잡은 작품은 선인장을 소재로 한 그림이었다. 일반적으로 선인장은 뾰족한 가시로 둘러싸여 있지만, 한정민 작가의 시선에서 본 ‘선인장’은 둥글기도 하고 뾰족하기도 했다. 제각각의 모습으로 표현된 선인장들이 관람객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고 있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에 힘입어 호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이목을 끌었다. ©윤혜숙
호랑이의 익살스러운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허윤기 작가의 ‘호작도’다. 최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호랑이가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전래 동화에 단골로 등장할 만큼 우리 삶과도 밀접한 동물이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호랑이를 작가는 친근한 존재로 재해석했다. 호랑이를 형상화한 굿즈가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번 전시회는 발달장애 청년예술가들의 작품으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작품을 소재로 굿즈를 만들었다. 손거울 뒷면에 작품이 있어 굿즈를 구매한다면 나만의 휴대용 작품을 소장하는 셈이다.
이번 전시회는 발달장애 청년예술가들의 작품으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작품을 소재로 굿즈를 만들었다. 손거울 뒷면에 작품이 있어 굿즈를 구매한다면 나만의 휴대용 작품을 소장하는 셈이다.

작품을 소재로 굿즈를 만들었는데 손거울 뒷면에 작품이 있어 휴대할 수 있다. ©윤혜숙
시민의 반응, “연민이 아닌 존중의 시선”
작품 앞에 선 시민들은 가장 먼저 작품에 반응했다. “색이 참 따뜻하네요.”, “이건 어떤 이야기일까요?” 질문은 짧았고 감탄은 소박했다. 장애를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작품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발달장애 청년예술가의 작품에 담긴 사연을 들으며 놀라워했지만, 그 놀라움의 결은 연민이 아니라 존중에 가까웠다.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작품들을 보면서 ‘한 발 앞으로 세 번째 이야기’를 기다려 본다. ©윤혜숙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다음의 한 발을 기다리며”
‘한 발 앞으로’는 속도를 겨루는 보폭이 아니다. 서로의 속도를 인정하며 멈추지 않는 전진이다. 청년예술가들이 매일 붓을 들 수 있도록 만든 건 축적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지켜낸 건 포기하지 않은 어머니들의 등, 그 등을 다시 비추어 준 건 지역의 공간과 손길이었다. 오늘도 그 걸음을 기록한다. 한 발 앞으로. 또 ‘한 발 앞으로 세 번째 이야기’를 들고 올 그 시간을 기다려 본다. 그때는 작품이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한 발 앞으로, 두번째 이야기’ 전시
○ 기간 : 2025년 12월 23~31일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녹사평대로 150 용산구종합행정타운 용산아트홀 지하 1층 전시장
○ 교통 :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3번 출구에서 393m
○ 운영시간 : 10:00~17:30, 12월 31일 10:00~16:00
○ 휴무 : 12월 25·28일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녹사평대로 150 용산구종합행정타운 용산아트홀 지하 1층 전시장
○ 교통 :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3번 출구에서 393m
○ 운영시간 : 10:00~17:30, 12월 31일 10:00~16:00
○ 휴무 : 12월 25·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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