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모자라! DDP에서 경험한 디자인·뷰티·빛의 축제

시민기자 백승훈

발행일 2025.09.01. 13:00

수정일 2025.09.01. 16:07

조회 5,161

여름의 끝자락을 맞는 8월 2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거대한 문화적 실험의 현장에 들어서는 기분이 들었다. 입구를 가득 메운 인파와 곳곳에서 들려오는 음악 그리고 건물 외벽을 타고 흐르는 빛의 전조는 ‘오늘 하루가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늦여름의 뜨거운 공기와 설레는 사람들의 표정이 섞여, 마치 도시 전체가 축제의 현장이 된 듯한 풍경 속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8월 28일부터 9월 7일까지 DDP에서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이 열린다. ©백승훈
8월 28일부터 9월 7일까지 DDP에서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이 열린다. ©백승훈

① ‘2025 DDP 디자인&아트’

DDP가 거대한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8월 28일부터 9월 14일까지 세계적 아티스트의 야외 설치작품과 신진 디자이너 35인의 디자인둘레길 기획전시가 함께하는 ‘2025 DDP 디자인&아트’를 개최한다. ☞ [관련 기사] 분홍 구름과 초대형 벌룬 캐릭터를 품은 DDP, '디자인&아트' 개최

프랑스 키네틱 아티스트 뱅상 르로이‘Molecular Cloud’와 호주의 인터랙티브 아트 스튜디오 이너스(ENESS)‘Pool Teacher’ 작품이 DDP의 외벽과 팔거리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Molecular Cloud’는 1.5m 크기의 분홍빛 풍선 56개를 회전시켜 몽환적 구름을 구현하고, ‘Pool Teacher’는 10m 높이의 벌룬 캐릭터 네 개가 관람객 움직임에 반응해 LED 조명과 물줄기, 사운드를 터뜨린다.

또한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 그룹 버스데이(VERSEDAY)가 가수 오혁과의 사운드 협업을 통해 그네를 이용한 미디어아트 ‘THE ORIGIN’을 선보인다. 9월 1일부터는 신진 디자이너 35명이 참여하는 기획전 ‘창작의 정원’이 DDP 디자인둘레길에서 열린다고 하니, 현대 설치미술의 정수를 맛보고 싶은 예술 애호가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길 바란다.
대형 키네틱 설치 작품인 뱅상 르로이 작가의 ‘Molecular Cloud’ ©백승훈
대형 키네틱 설치 작품인 뱅상 르로이 작가의 ‘Molecular Cloud’ ©백승훈
이너스의 ‘Pool Teacher’는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벌룬 작품이다. ©백승훈
이너스의 ‘Pool Teacher’는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벌룬 작품이다. ©백승훈
관객이 직접 참여해 완성하는 감각적 놀이의 퍼블릭 아트로 큰 호응을 얻었다. ©백승훈
관객이 직접 참여해 완성하는 감각적 놀이의 퍼블릭 아트로 큰 호응을 얻었다. ©백승훈
버스데이가 오혁과의 사운드 협업을 통해 미디어아트 ‘THE ORIGIN’을 선보인다. ©백승훈
버스데이가 오혁과의 사운드 협업을 통해 미디어아트 ‘THE ORIGIN’을 선보인다. ©백승훈

② ‘2025 서울뷰티위크’

오후에 찾은 ‘2025 서울뷰티위크’는 또 다른 활기로 가득했다.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진 이 행사는 296개의 뷰티·테크 기업과 국내외 바이어 250여 명이 서울이라는 도시에 모여 전 세계와 소통하는 현장이다. ☞ [관련 기사] K-뷰티 한자리에! '서울뷰티위크' 28일 DDP서 개막

전시 부스마다 줄지어 선 시민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의 웃음은 그 자체로 축제의 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화려한 제품들과 첨단 기술이 결합한 체험존미래 뷰티 산업의 방향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직접 최신 뷰티 디바이스를 체험하며, 뷰티 산업이 외모를 꾸미는 도구를 넘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과 건강 그리고 기술과 연결된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K-뷰티의 위상이 세계 속에서 점점 커져 가는 지금, ‘서울뷰티위크’는 그 가능성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대였다.
8월 30일까지 열리는 ‘2025 서울뷰티위크’는 세계적 뷰티 산업 페스티벌이다. ©백승훈
8월 30일까지 열리는 ‘2025 서울뷰티위크’는 세계적 뷰티 산업 페스티벌이다. ©백승훈
많은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이 DDP 아트홀 1, 2관을 가득 메우며 성황을 이뤘다. ©백승훈
많은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이 DDP 아트홀 1, 2관을 가득 메우며 성황을 이뤘다. ©백승훈
곳곳에 배치된 진행 요원들의 친절한 안내로 수월하게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백승훈
곳곳에 배치된 진행 요원들의 친절한 안내로 수월하게 행사를 즐길 수 있었다. ©백승훈
각 부스에서는 소비자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 선택을 돕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백승훈
각 부스에서는 소비자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 선택을 돕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백승훈
한국의 뷰티 산업을 체험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백승훈
한국의 뷰티 산업을 체험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특히 눈에 많이 띄었다. ©백승훈
직접 화장품을 사용해 보며 K-뷰티의 우수성을 피부로 느낀다. ©백승훈
직접 화장품을 사용해 보며 K-뷰티의 우수성을 피부로 느낀다. ©백승훈
폐기용 화장품을 드로잉 용품으로 재활용하는 체험 코너가 참가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백승훈
폐기용 화장품을 드로잉 용품으로 재활용하는 체험 코너가 참가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백승훈

③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

밤이 찾아오자, 드디어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의 막이 올랐다. 높이 222m에 이르는 DDP 외벽이 순식간에 거대한 예술의 장으로 변하며, 그 어떤 영화보다도 압도적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 [관련 기사] 가을밤, 빛의 마법에 빠지다! '서울라이트 DDP' 개막

처음 시선을 사로잡은 건 프랑스 대표 개념 미술가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Solar Wind’다. CNES(프랑스국립우주연구센터)·NASA(미국항공우주국)·ESA(유럽우주국)의 우주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현된 태양풍과 자기 폭풍의 빛의 파동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 빛의 흐름을 따라가며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나 자신이 마치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존재가 된 듯했다.

이어지는 로랑 그라소의 신작 ‘Panoptes’에서는 수많은 눈들이 파사드 위에 등장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기묘했지만, 곧 그 눈빛들이 나와 다른 이들을 함께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감시’와 ‘연결’의 경계에서, 우리는 이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되묻고 있다.

국내 대표 디지털 디자인&아트 컴퍼니 디스트릭트(d’strict)‘Eternal Nature’는 또 다른 감각을 깨웠다. 자연의 에너지와 순환을 빛과 디지털로 풀어낸 장면은 웅장하면서도 따뜻했다. 흐르는 빛이 생명으로 변하고, 다시 인간으로 이어지는 장면 앞에서 관객들은 ‘디지털이 이렇게 따뜻할 수도 있구나’라는 탄성을 내뱉었다.

무엇보다 강렬했던 작품은 대만 출신 아티스트 아카 창(Aka Chang)의 ‘Multimmersion_DDP25’ 레이저 인스톨레이션이었다. DDP 미래로 다리 아래에서 공중을 가르는 수평의 빛줄기가 연기와 바람에 반응하며 살아 움직이는 순간, 관객들은 ‘빛의 숲’에 들어온 듯한 체험을 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빛이 달리 반응하고, 관람객들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은 오롯이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었다.

AI와 협업한 차세대 작가들의 작품은 더욱 특별했다. Open AI‘Sora’를 통해 구현된 영상은 AI 기술이 예술의 공동 창작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의 최세훈 작가‘The Valley and the Light’에서 몽환적인 빛의 계곡을 펼쳐냈고, 독일의 티모 헬거트(Timo Helgert)‘Moon Cycle’로 수백 개의 달을 띄워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시적인 장면으로 바꿔냈다.

특히 보이그룹 엔하이픈 멤버 정원과 제이크의 오디오 가이드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더없이 친근한 안내자가 되어 주었다. 젊은 세대와 글로벌 관객 모두를 끌어안는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가을밤 DDP에서 빛과 기술, 예술과 인간이 교차하는 현장에서 눈부시게 화려하면서도 묘하게 따뜻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그날 서울의 밤은 빛의 언어로 다시 깨어났다.
로랑 그라소의 ‘Solar Wind’가 미디어파사드의 시작을 알린다. ©백승훈
로랑 그라소의 ‘Solar Wind’가 미디어파사드의 시작을 알린다. ©백승훈
그리스 신화 아르고스 파노프테스에서 영감을 얻은 디지털 애니메이션 ‘Panoptes’ ©백승훈
그리스 신화 아르고스 파노프테스에서 영감을 얻은 디지털 애니메이션 ‘Panoptes’ ©백승훈
자연의 물성과 에너지를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디스트릭트의 ‘Eternal Nature’ ©백승훈
자연의 물성과 에너지를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디스트릭트의 ‘Eternal Nature’ ©백승훈
거대한 빛의 흐름과 유기적 움직임으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백승훈
거대한 빛의 흐름과 유기적 움직임으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백승훈
한국 최세훈 작가의 ‘The Valley and the Light’ ©백승훈
한국 최세훈 작가의 ‘The Valley and the Light’ ©백승훈
Open AI ‘소라’와의 협업을 통해 영상을 구현해 낸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백승훈
Open AI ‘소라’와의 협업을 통해 영상을 구현해 낸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백승훈
관람객은 AI와 예술의 협업이 창조하는 새로운 형태의 몰입적 경험을 체험하게 된다. ©백승훈
관람객은 AI와 예술의 협업이 창조하는 새로운 형태의 몰입적 경험을 체험하게 된다. ©백승훈
아카 창의 ‘Multimmersion_DDP25’ 레이저 인스톨레이션 작품 ©백승훈
아카 창의 ‘Multimmersion_DDP25’ 레이저 인스톨레이션 작품 ©백승훈
이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걸어 들어가며 체험하는 ‘빛의 구조’를 구현하고 있다. ©백승훈
이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걸어 들어가며 체험하는 ‘빛의 구조’를 구현하고 있다. ©백승훈

서울라이트 DDP 2025 가을

○ 기간 : 2025년 8월 28일~9월 7일
○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면 및 미래로 다리 하부
○ 운영시간 : 20:00~22:00
○ 입장료 : 무료
DDP 누리집

2025 DDP 디자인&아트

○ 기간 : 2025년 8월 28일~9월 14일
○ 장소 : DDP 팔거리 및 야외공간
○ 운영시간 : 10:00~22:00

2025 서울뷰티위크

○ 기간 : 2025년 8월 28~30일
○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 2관, 컨퍼런스 홀 및 어울림광장 일대
○ 운영시간 : 10:00~19:00

시민기자 백승훈

환경 문제와 지역 사회의 문화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서울시의 목소리를 담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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