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의 기억을 걷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경희궁까지

시민기자 이상돈

발행일 2025.08.25. 09:06

수정일 2025.08.25. 17:36

조회 3,620

두 가지 특별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이상돈
두 가지 특별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이상돈
지난 주말, 무더위를 피해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들의 광복절><국무령 이상룡과 임청각> 특별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전시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삶, 그리고 그 속에 깃든 희생과 희망을 생생히 전해주는 전시였다. 특히 관람객 중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아 미래 세대가 역사를 체험하며 배우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있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시민들이 기증한 다양한 자료들이었다. 해방 직전과 직후의 일기를 비롯해 낡은 신문, 광복의 기쁨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속에는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와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교과서 속에만 존재하던 광복이 아니라, 실제로 그날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경험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에 시민들이 기증한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이상돈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에 시민들이 기증한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이상돈
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는 '우리들의 광복절'이란 주제로 해방 직후 여러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상돈
박물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는 '우리들의 광복절'이란 주제로 해방 직후 여러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이상돈
특별전시실 한편에서 독립선언서를 써보거나 태극기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상돈
특별전시실 한편에서 독립선언서를 써보거나 태극기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상돈

서울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 ① <우리들의 광복절>

특히 <우리들의 광복절> 전시기록·기억·추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었다. 해방 직후 거리 풍경을 담은 사진, ‘대한독립만세’가 실린 신문 호외, 광복을 기념해 제작된 음악과 영화 등 대중문화 자료는 시민들이 어떻게 광복을 체감했는지 보여주었다.

전시실 한편에서는 독립선언서를 따라 써보거나, 태극기를 만들어보는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어린이들의 참여가 활발했다. 아이들이 붓을 잡고 한 자 한 자 독립선언서를 옮겨 적는 모습은 마치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듯한 감동을 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되고 경복궁의 시야가 회복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본 장면이었다. 근정전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건물이 사라지고, 본래의 궁궐이 드러나는 화면은 그 자체로 ‘해방’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했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마치 나도 그 순간을 함께한 것 같은 울림이 밀려왔다.
나라를 잃은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한 <국무령 이상룡과 임청각> 전시실 ©이상돈
나라를 잃은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한 <국무령 이상룡과 임청각> 전시실 ©이상돈
일본군과 싸우는 장면을 생생히 재현한 <국무령 이상룡과 임청각> 전시실 내부 ©이상돈
일본군과 싸우는 장면을 생생히 재현한 <국무령 이상룡과 임청각> 전시실 내부 ©이상돈

서울역사박물관 특별기획전 ② <국무령 이상룡과 임청각>

이어 찾은 <국무령 이상룡과 임청각> 전시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통해 나라를 잃은 민족의 고통과 헌신을 되새기게 했다.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은 가문과 재산을 모두 내던지고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전시에는 선생의 친필 문서, 활동 기록, 그리고 고택 임청각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일제가 경부선 철도를 부설하면서 임청각을 절반 이상 훼손한 사실은 큰 충격을 주었다. 가문과 삶의 터전까지 빼앗기면서도 굴하지 않고 독립을 선택했던 이상룡 선생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책임감을 안겨주었다.
 조선 후기에는 왕이 거처하는 법궁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역사 깊은 경희궁 내부 ©이상돈
조선 후기에는 왕이 거처하는 법궁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역사 깊은 경희궁 내부 ©이상돈
일제에 의해 뜯겨 나가, 이등박문을 기리기 위해 세운 ‘박문사(博文寺)’의 정문으로 사용되었던 '흥화문' ©이상돈
이등박문을 기리기 위해 세운 ‘박문사(博文寺)’의 정문으로 사용되다 복원된 '흥화문 ©이상돈

가슴 아픈 역사의 흔적 '경희궁'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후원을 거쳐 걸음을 옮긴 곳은 경희궁이다. 인조가 창건한 궁궐로, 조선 후기에는 왕이 거처하는 법궁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역사 깊은 곳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경희궁은 철저히 파괴되었다. 궁궐 건물 대부분이 헐리고 그 자리에 일본인 학교와 관청이 세워졌다.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일부에 불과하다. 경희궁의 정문인 홍화문은 일제에 의해 궁에서 뜯겨 나가, 이등박문을 기리기 위해 세운 ‘박문사(博文寺)’의 정문으로 사용되었다. 한 나라의 궁궐 정문이 침략자를 기념하는 건축물로 변질된 것이다. 해방 이후 어렵게 다시 제자리를 찾은 홍화문은 지금 경희궁의 상징으로 서 있다.
해방이 된 날 거리에 뛰쳐나와 환호하는 사람들 ©이상돈
해방이 된 날 거리에 뛰쳐나와 환호하는 사람들 ©이상돈
광복절이 지난 지금, 서울역사박물관과 경희궁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다. 그곳을 찾는다면 나라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고, 역사가 책 속에만 있지 않고 우리가 걷는 길 위에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혹은 가족과 함께 꼭 다녀오길 권한다.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하는 순간,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더욱 값지게 다가올 것이다.

서울역사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 운영시간 : 화~목요일, 토·일요일 09:00~18:00, 금요일 09:00~21: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단, 공휴일인 경우 개관)
○ 전시안내
⁲- <우리들의 광복절> 8월 5일~11월 9일, 기획전시실 B
⁲- <국무령 이상룡과 임청각> 8월 5일~31일 기획전시실 A
누리집

경희궁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45
○ 운영일시 : 화~일요일 09:00~18: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

시민기자 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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