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미래를 잇는 빛의 서사 '서울라이트 DDP 2025 여름'

발행일 2025.08.05. 13:00

수정일 2025.08.05. 16:03

감각이 춤추는 공간, '서울라이트 2025 여름'

7월의 마지막 밤, 무더운 여름밤의 뜨거운 열기를 시원하게 식혀줄 빛의 물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7월 31일~ 8월 10일, 18시부터 22시까지 펼쳐지는 '서울라이트 DDP 2025 여름' 행사는 기대 이상의 감동을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DDP의 비정형 외벽은 물론 역사 깊은 한양도성과 이간수문, 그리고 새롭게 조성된 수(水) 공간까지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빛으로 물드는 모습은 숨을 멎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 [관련 기사] 빛으로 설레는 여름밤! '서울라이트 DDP' 31일 개막

이번 행사의 주제인 'TIMESCAPE: 빛의 결'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요히 서 있는 한양도성 성벽 위로 펼쳐지는 'Light Drops', 'Fluid Memory' 미디어파사드는 시간을 가로질러 우리에게 다가와, 마치 시간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춤을 추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Light Drops'와 'Beam Trace'가 보여주는 안개 속 빛의 패턴은 과거의 흔적들이 현재를 거쳐 미래로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180개의 물방울 모양 빛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관람객과 소통하는 모습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전의 '서울라이트 DDP'가 DDP 외벽 중심이었다면, 이번 여름 시즌은 외벽은 물론 한양도성과 이간수문 공간을 모두 활용한 '체험'과 '몰입'이 핵심이다. 한양도성 옆에서 만난 'Rhythm in Droplets'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레이저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이간수문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잡은 폴란드 작가 '크사베리 컴퓨터리'의 최첨단 미디어 작품 'Flux'는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설치 미술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단연코 새로 조성된 '수(水) 공간'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 포그와 레이저로 이루어진 'Rhythm in Fog'가 뿜어내는 청량감은 한 줄기 단비 같았고, 'Into the Waves of Light'는 물 위에 비치는 빛의 잔상같은 레이저와 묵직한 사운드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Waterway of DDP’ 프로젝트로 조성된 바닥분수와 안개분사 캐스케이딩 덕분에 관람객들은 오감으로 빛의 예술을 만끽할 수 있다. 발밑에서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물과 안개, 그리고 그 위에 춤추는 빛은 모든 이들에게 환상적인 여름밤의 추억을 선사했다.

개막식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한복 패션쇼로 문을 열었다. '금단제'와 '오우르'의 한복들이 'Timescape: 빛의 결' 주제에 맞춰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빛의 서사를 담아낸 미디어아트 융합 패션쇼는 한복의 우아함과 미디어아트의 역동성이 만나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준곽' 작가의 DJ 공연과 '이루다'의 블랙토 현대무용, 그리고 '림 지오'의 주얼리, '비키정'의 와일드디아 플라워 연출까지, 각 분야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여 공연을 더욱 풍성하고 감동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서울라이트 DDP 2025 여름'은 서울의 역사적 깊이와 미래 지향적인 에너지를 한 공간에서 모두 보여준 한여름밤의 종합 예술 축제였고,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한 DDP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빛이 만들어낸 시간의 결을 따라 걸으며 얻은 깊은 영감과 감동은 올 여름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