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이 보고 간 바로 그 전시! '론 뮤익'의 극사실주의 작품전

시민기자 김주연

발행일 2025.05.26. 12:59

수정일 2025.05.26. 16:20

조회 1,846

소름 끼칠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가 눈길을 끈다. 바라보고 있으면 감고 있던 눈을 곧바로 뜰 것만 같고, 침대에 누워 있던 한 여인은 조용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릴 것만 같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론 뮤익' 전시 이야기다. 지난달 11일을 시작으로 오는 7월 13일까지 이어지는 '론 뮤익' 개인전은 개막 20여 일 만에 무려 10만 명이 관람을 마쳤고, 하루 평균 5,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온다. 국립현대미술관 추산으로 일평균 최다 관람객 기록을 경신했다.

호주 출신의 조각가 '론 뮤익'은 올해 67세의 나이로 보편적인 주제를 담은 작품 세계를 구축해 현대 인물 조각을 새롭게 정의했다. 그의 작품은 주름 하나, 눈썹 한올까지 생생하면서도 섬세함이 담겨 있다. 30년에 걸쳐 완성된 그의 작품이 총 48점에 불과할 정도라니, 얼마나 정교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완성도 높은 작업을 했는지 어림짐작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장난감 제조업을 하는 부모님 곁에서 꼭두각시 인형과 다양한 생물 모형을 만들기도 했고 이후 쇼윈도 디자이너, 영화 모형 제작, 광고 캠페인 소품 제작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조각가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꾸며진 이번 '론 뮤익'전시에는 그의 대표 작품 10점과 스튜디오 사진 연작 12점, 다큐멘터리 필름 두 편 등 총 24점이 전시되었다. 입구에서부터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인상적인 <마스크 II(2002)> 작품은 그의 자화상이다. 거대하게 큰 얼굴은 받침대와 맞닿아 조금 눌려 있고 극사실적인 턱수염과 눈가 주름은 생명이 없다고 믿기가 힘들 정도다. 전시장의 높은 천정고와 어울리는 <침대에서(2005)>는 론 뮤익 작품의 핵심적 특징을 단번에 마주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실제 크기로 제작되지 않고 인물을 과장하거나 축소하는데 이는 단순한 크기의 차이가 아니라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만든다.

한 마리 닭과 대치 중인 노인의 모습이 담긴 <치킨/맨(2019)>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번 움찔하면 금방이라도 도망갈 것 같은 닭과 경계스러운 눈빛으로 그 닭을 바라보는 노인은 하나의 장면을 넘어 뒤에 벌어질 다양한 스토리를 추측하게 만들어버린다. '론 뮤익'전시에서 SNS를 가장 뜨겁게 달군 작품은 <매스 MASS(2016~2017)>다. 흰색 배경의 전시장 위에 100개의 두개골이 마치 쏟아져 내린 듯 켜켜이 쌓여 있다. 여기서 매스라는 단어는 더미, 무더기, 군중을 의미하며 두개골은 전시 장소의 건축적 특성에 따라 매번 다르게 구성된다.

이 밖에도 6전시실에서는 '론 뮤익'의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 연작과 다큐멘터리 영상 2편을 감상할 수 있다. 프랑스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고티에 드블롱드(Gautier Deblonde)가 지난 25년간 기록한 사진으로 뮤익의 작품 제작 과정과 설치 장명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론 뮤익'의 개인전은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어도 멍하니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갖은 마법 같은 작품이다. 7월 13일까지 이어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전시다.
싱그러운 5월,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시민들 모습 ©김주연
싱그러운 5월,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시민들 모습 ©김주연
'론 뮤익'의 개인전 관람을 위해 대기 중인 시민들 ©김주연
'론 뮤익'의 개인전 관람을 위해 대기 중인 시민들 ©김주연
2025년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이어지는 론 뮤익 개인전 ©김주연
2025년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이어지는 론 뮤익 개인전 ©김주연
아시아 최대 규모로 꾸며진 '론 뮤익' 전시회장 모습 ©김주연
아시아 최대 규모로 꾸며진 '론 뮤익' 전시회장 모습 ©김주연
작품 <마스크II(2002)> 론 뮤익의 자화상(좌), <나뭇가지를 든 여인(2009)>(우)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마스크II(2002)> 론 뮤익의 자화상(좌), <나뭇가지를 든 여인(2009)>(우)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 한 편을 가득 메운 작품 <침대에서(2005)>, 여인의 표정이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 한 편을 가득 메운 작품 <침대에서(2005)>, 여인의 표정이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스토리를 추측하게 만드는 작품 <치킨/맨(2019)> ©국립현대미술관
스토리를 추측하게 만드는 작품 <치킨/맨(2019)> ©국립현대미술관
거리의 한 장면에서 포착해낸 작품 <쇼핑하는 여인(2013)> ©국립현대미술관
거리의 한 장면에서 포착해낸 작품 <쇼핑하는 여인(2013)> ©국립현대미술관
100개의 흰 두개골이 인상적인 공간을 연출한 작품 <매스(2016-2017)> ©국립현대미술관
100개의 흰 두개골이 인상적인 공간을 연출한 작품 <매스(2016-2017)>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매스(2016-2017)>는 유리섬유에 합성 폴리머 페인트를 칠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작품 <매스(2016-2017)>는 유리섬유에 합성 폴리머 페인트를 칠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의 가장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 <배에 탄 남자(2002)> ©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의 가장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 <배에 탄 남자(2002)> ©국립현대미술관
6전시실에서는 론 뮤익의 작업 과정이 담긴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6전시실에서는 론 뮤익의 작업 과정이 담긴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고티에 드블롱드가 지난 25년간 기록한 론 뮤익의 작품 제작과정 영상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고티에 드블롱드가 지난 25년간 기록한 론 뮤익의 작품 제작과정 영상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모습 ©김주연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모습 ©김주연
출구 앞에는 감상을 적을 수 있는 이벤트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김주연
출구 앞에는 감상을 적을 수 있는 이벤트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김주연

론 뮤익 개인전

○ 기간 : 4월 11일~7월 13일
○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지하1층, 5·6전시실
○ 운영일시 : 일~화요일, 목·금요일 10:00~18:00, 수·토요일 10:00~21:00
○ 휴무일 : 1월 1일, 설날, 추석
○ 관람료 :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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