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 고종의 마음을 헤아려보다! 건청궁, 집옥재 탐방

시민기자 장승철

발행일 2025.04.25. 14:02

수정일 2025.04.25. 19:22

조회 392

궁 안의 궁 건청궁과 집옥재, 팔우정
서울에는 조선의 다섯 궁궐이 있다. 그 가운데 경복궁은 1392년 조선 건국 후 3년 만에 창건한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이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다가 고종 4년에 다시 지어졌으나 곧 큰 화재를 겪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들면서 무참하게 훼손됐다. 광복 후 꾸준히 경복궁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난 2007년에는 경복궁 안에서도 가장 깊은 곳, 황제의 거처 건청궁과 황제의 서재 집옥재를 복원했다.
건청궁은 고종황제의 개화 정책이 태어나고 자라나며 시행되던 곳이다. 고종이 스무 살 되던 1873년에 경복궁 북쪽 끝에 건립해 명성황후와 함께 머물렀다. 개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전등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밝혔다.

건청궁 일원의 건축 양식은 전통적인 궐 집과 아주 다르다. 건청궁은 사대부의 집 형식을 따라 안채와 사랑채 형식을 갖추었고 단청도 올리지 않았다. 원래 창덕궁 함녕전의 별당이었다가 1888년 고종이 창덕궁에서 경복궁으로 옮길 때 함께 이전되었다.

집옥재에는 규장각 도서 상당량을 두어 황실도서관을 꾸몄다. ‘집옥재’란 이름처럼 옥처럼 귀한 책을 모은 곳이란 뜻이다. 고종은 이곳을 서재 겸 집무실로 사용하면서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장소로도 이용했다.
집옥재 내부는 가운데 대청마루를 북쪽의 후퇴와 동서쪽의 협칸이 삼면으로 둘러싼 모양새다. 대청마루를 제외하고는 바닥이 한 단 높고 이 층 구조로 되어 있어 천장이 그리 높지 않다. 동서 협칸에는 바깥쪽으로 서가를 세워두고 그 앞에 책상과 의자 그리고 부분 조명을 놓아 차분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후퇴 바깥으로는 만월과 반월형 창을 설치했는데 창의 모양과 창살이 매우 아름답다. 창을 열면 궁의 북담 풍경이 잔잔하게 밀려든다. 대청마루 한가운데 서서 둘러보면 사면에서 아름다운 옥빛 문살 문양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팔우정은 집옥재 서쪽에 복도각으로 연결된 이 층 구조의 정자다. 복도각 중간에 이 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지만, 지금은 1층만 개방하고 있어 올라가 볼 수 없다. 기단부터 1층과 2층, 지붕까지 모두 팔각모양을 하고 있는데, 고종이 개인 서재로 사용하던 곳으로 아주 고즈넉한 운치가 느껴진다.

팔면의 창에는 벽돌 크기의 창살을 설치해 한지 대신 유리를 끼워놓았다. 그래서 창을 닫아두면 바깥 풍경이 잘게 나뉘어 정자 안에 담기고, 창을 열면 건청궁과 향원정, 신무문, 궁궐 북담이 시원스럽게 다가든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 관리소는 집옥재에 1,700여 권의 조선 시대 역사와 왕실 관련 도서를 비치해 지난 2016년부터 매년 팔우정과 함께 '작은 도서관'으로 개방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4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운영하며 간간이 관련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복궁 방문객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황제의 서재에 앉아 독서를 즐기면서 궁궐과 왕조의 역사·문화를 한껏 누릴 수 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7~8월 혹서기, 추석 연휴는 휴관하며 문화행사가 있는 날은 10:00~13:00까지만 운영한다.
집옥재와 팔우정에는 ‘작은 도서관’이라는 행사명에 어울리지 않게 관람객이 넘쳤다. 그중에서도 개량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 관광객이 내국인보다 더 많이 보였다. 미색 등 아래 앉아 책장을 넘기는 이들도 있고 서가에 기대어 서서 번역된 왕실 도서를 찬찬히 넘겨보는 이도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까 궁금해졌다.

책상 앞에 앉아 반월 모양 창과 창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문득 바로 이 자리에서 풍전등화와 같았던 국운을 염려하며 개화 정책을 구상했을 군주의 심정을 잠시 헤아려본다.
  • 경복궁은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이다. 광화문 앞 월대는 지난 2023년에 복원되었다. ⓒ 장승철
    경복궁은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이다. 광화문 앞 월대는 지난 2023년에 복원되었다. ⓒ 장승철
  • 해태상을 통해서 바라본 광화문 현판 ⓒ 장승철
    해태상을 통해서 바라본 광화문 현판 ⓒ 장승철
  • 광화문 안에서 세종로를 바라보았다. ⓒ 장승철
    광화문 안에서 세종로를 바라보았다. ⓒ 장승철
  • 흥례문 안쪽 회랑 모서리에 서면 인왕산과 북악을 배경으로 영재교와 근정문, 근정전이 보인다. ⓒ 장승철
    흥례문 안쪽 회랑 모서리에 서면 인왕산과 북악을 배경으로 영재교와 근정문, 근정전이 보인다. ⓒ 장승철
  • 경복궁은 조선왕조 제일의 법궁이다. 광화문 앞 월대는 지난 2023년에 복원되었다. ⓒ 장승철
  • 해태상을 통해서 바라본 광화문 현판 ⓒ 장승철
  • 광화문 안에서 세종로를 바라보았다. ⓒ 장승철
  • 흥례문 안쪽 회랑 모서리에 서면 인왕산과 북악을 배경으로 영재교와 근정문, 근정전이 보인다. ⓒ 장승철
  • 궁 안의 궁 건청궁은 사대부의 집 형태로 지어졌다. 사랑채 격인 황제의 거처 장안당 ⓒ 장승철
    궁 안의 궁 건청궁은 사대부의 집 형태로 지어졌다. 사랑채 격인 황제의 거처 장안당 ⓒ 장승철
  • 건청궁의 안채인 명성황후의 거처 곤녕합 ⓒ 장승철
    건청궁의 안채인 명성황후의 거처 곤녕합 ⓒ 장승철
  • 건청궁 바로 앞에는 향원지와 향원정이 있다. ⓒ 장승철
    건청궁 바로 앞에는 향원지와 향원정이 있다. ⓒ 장승철
  • 궁 안의 궁 건청궁은 사대부의 집 형태로 지어졌다. 사랑채 격인 황제의 거처 장안당 ⓒ 장승철
  • 건청궁의 안채인 명성황후의 거처 곤녕합 ⓒ 장승철
  • 건청궁 바로 앞에는 향원지와 향원정이 있다. ⓒ 장승철
  • 건청궁 중에서 고종황제가 사용하던 장안당과 추수부용루 ⓒ 장승철
    건청궁 중에서 고종황제가 사용하던 장안당과 추수부용루 ⓒ 장승철
  • 팔우정과 집옥재, 협길당(왼쪽부터)이 나란히 복도각으로 연결되어 있다. ⓒ 장승철
    팔우정과 집옥재, 협길당(왼쪽부터)이 나란히 복도각으로 연결되어 있다. ⓒ 장승철
  • 경복궁 북담 가까이에서 바라본 집옥재와 팔우정. 건축 양식이 뚜렷하게 비교된다. ⓒ 장승철
    경복궁 북담 가까이에서 바라본 집옥재와 팔우정. 건축 양식이 뚜렷하게 비교된다. ⓒ 장승철
  • 집옥재 뒷편 모습. 만월과 반월 형태의 창과 창살이 매우 아름답다. ⓒ 장승철
    집옥재 뒷편 모습. 만월과 반월 형태의 창과 창살이 매우 아름답다. ⓒ 장승철
  • 건청궁 중에서 고종황제가 사용하던 장안당과 추수부용루 ⓒ 장승철
  • 팔우정과 집옥재, 협길당(왼쪽부터)이 나란히 복도각으로 연결되어 있다. ⓒ 장승철
  • 경복궁 북담 가까이에서 바라본 집옥재와 팔우정. 건축 양식이 뚜렷하게 비교된다. ⓒ 장승철
  • 집옥재 뒷편 모습. 만월과 반월 형태의 창과 창살이 매우 아름답다. ⓒ 장승철
집옥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고종의 어진을 만난다. ⓒ 장승철
집옥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고종의 어진을 만난다. ⓒ 장승철
  • 대청마루에서 본 북쪽 후퇴의 창호와 단청. 안쪽으로 만월창이 보인다. ⓒ 장승철
    대청마루에서 본 북쪽 후퇴의 창호와 단청. 안쪽으로 만월창이 보인다. ⓒ 장승철
  • 동협칸 앞에서 대청마루 건너 서협칸을 바라보았다. ⓒ 장승철
    동협칸 앞에서 대청마루 건너 서협칸을 바라보았다. ⓒ 장승철
  • 서협칸 앞에서 대청마루 건너 동협칸을 바라보았다. ⓒ 장승철
    서협칸 앞에서 대청마루 건너 동협칸을 바라보았다. ⓒ 장승철
  • 대청마루 안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창호가 짙은 명암비로 두드러져 보인다. ⓒ 장승철
    대청마루 안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창호가 짙은 명암비로 두드러져 보인다. ⓒ 장승철
  • 대청마루에서 본 북쪽 후퇴의 창호와 단청. 안쪽으로 만월창이 보인다. ⓒ 장승철
  • 동협칸 앞에서 대청마루 건너 서협칸을 바라보았다. ⓒ 장승철
  • 서협칸 앞에서 대청마루 건너 동협칸을 바라보았다. ⓒ 장승철
  • 대청마루 안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창호가 짙은 명암비로 두드러져 보인다. ⓒ 장승철
  • 집옥재 동협칸 서가 앞에서 한 외국인이 외국어 번역 도서를 펼쳐보고 있다. ⓒ 장승철
    집옥재 동협칸 서가 앞에서 한 외국인이 외국어 번역 도서를 펼쳐보고 있다. ⓒ 장승철
  • 관람객들이 집옥재 후퇴의 만월창 앞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 ⓒ 장승철
    관람객들이 집옥재 후퇴의 만월창 앞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 ⓒ 장승철
  • 집옥재 서협칸 반월창 앞의 서가와 독서에 한창인 관람객들. ⓒ 장승철
    집옥재 서협칸 반월창 앞의 서가와 독서에 한창인 관람객들. ⓒ 장승철
  • 집옥재 동협칸 서가 앞에서 한 외국인이 외국어 번역 도서를 펼쳐보고 있다. ⓒ 장승철
  • 관람객들이 집옥재 후퇴의 만월창 앞에서 독서를 즐기고 있다. ⓒ 장승철
  • 집옥재 서협칸 반월창 앞의 서가와 독서에 한창인 관람객들. ⓒ 장승철
  • 팔우정과 집옥재, 협길당 ⓒ 장승철
    팔우정과 집옥재, 협길당 ⓒ 장승철
  • 고종황제의 서재 팔우정은 지금 방문객의 독서과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 장승철
    고종황제의 서재 팔우정은 지금 방문객의 독서과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 장승철
  • 그리 넓지 않은 팔우정 공간이 차분하고 고즈넉하다. ⓒ 장승철
    그리 넓지 않은 팔우정 공간이 차분하고 고즈넉하다. ⓒ 장승철
  • 팔우정 열린 창을 통해 건청궁과 향원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 장승철
    팔우정 열린 창을 통해 건청궁과 향원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 장승철
  • 집옥재에서 팔우정으로 가는 복도각 입구 위에 봉황이 아름답다. 봉황 중 수컷인 봉이다. ⓒ 장승철
    집옥재에서 팔우정으로 가는 복도각 입구 위에 봉황이 아름답다. 봉황 중 수컷인 봉이다. ⓒ 장승철
  • 팔우정과 집옥재, 협길당 ⓒ 장승철
  • 고종황제의 서재 팔우정은 지금 방문객의 독서과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 장승철
  • 그리 넓지 않은 팔우정 공간이 차분하고 고즈넉하다. ⓒ 장승철
  • 팔우정 열린 창을 통해 건청궁과 향원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 장승철
  • 집옥재에서 팔우정으로 가는 복도각 입구 위에 봉황이 아름답다. 봉황 중 수컷인 봉이다. ⓒ 장승철
  • 복원된 월대 위에 광화문이 옛 영광을 재현하듯 위용 있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장승철
    복원된 월대 위에 광화문이 옛 영광을 재현하듯 위용 있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장승철
  • 나라의 주요 행사를 치르던 경회루가 봄 꽃 너머로 빛난다. ⓒ 장승철
    나라의 주요 행사를 치르던 경회루가 봄 꽃 너머로 빛난다. ⓒ 장승철
  • 왕조의 흥망성쇄를 지켜보았을 지붕 위의 잡상들  ⓒ 장승철
    왕조의 흥망성쇄를 지켜보았을 지붕 위의 잡상들 ⓒ 장승철
  • 복원된 월대 위에 광화문이 옛 영광을 재현하듯 위용 있는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장승철
  • 나라의 주요 행사를 치르던 경회루가 봄 꽃 너머로 빛난다. ⓒ 장승철
  • 왕조의 흥망성쇄를 지켜보았을 지붕 위의 잡상들  ⓒ 장승철

2025년 경복궁 집옥재 ‘작은 도서관’ 개방 일정

ㅇ 개방기간: 2025. 4. 2.(수) ~ 10. 31.(금)
※ 매주 월요일, 화요일, 7~8월, 추석연휴, 대체휴궁일 휴관
※ 집옥재 문화행사가 있는 날은 10:00~13:00까지 운영
ㅇ 관람시간: 10:00 ~ 16:00
ㅇ 개방전각: 집옥재·팔우정
ㅇ 관람문의: 02-3700-3900
ㅇ 누리집 : 궁능유적본부
※관람 주의사항
ㅇ 안전관리 및 문화유산 보호를 위하여 전각 내부 입장 시 슬리퍼로 갈아신어야 함

시민기자 장승철

우리의 삶터 서울을 더 가까이 느끼고 더 깊이 알아가도록 돕는 시민기자 장승철입니다.

#경복궁 #건청궁 #집옥재 #팔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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