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으로 듣고 소리로 본다! '배리어프리영화' 경험해 보세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5.04.01. 15:14

수정일 2025.04.01. 19:44

조회 1,721

배리어프리는 무장애를 뜻하는 단어로, 배리어프리 버전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윤혜숙
배리어프리는 무장애를 뜻하는 단어로, 배리어프리 버전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윤혜숙
우리 사회에 ‘배리어프리(barrier-free)’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배리어프리의 영어 표기인 barrier-free는 ‘장벽에서 자유로운’을 뜻한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무장애’에 해당한다.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의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 및 시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의 시설 이용에 장애가 되는 장벽을 없애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배리어프리의 유래를 살펴보면 1974년 6월, ‘장벽 없는 건축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장애인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취지였다. 건축 분야에서 사용된 배리어프리가 현재는 건축 시설물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 분야에도 그 의미가 확장되어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기존의 영화에 음성 해설과 자막을 넣어서 배리어프리 버전의 영화로 편집된다. ⓒ사단법인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기존의 영화에 음성 해설과 자막을 넣어서 배리어프리 버전의 영화로 편집된다. ⓒ사단법인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배리어프리영화는 영화 분야에서 장벽을 없애는 영화다. 기존의 영화에 화면을 설명해 주는 음성 해설과 화자 및 대사, 음악,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배리어프리 자막을 넣어 시·청각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 영화다.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종로장애인복지관과 함께 배리어프리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윤혜숙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종로장애인복지관과 함께 배리어프리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윤혜숙

씨네큐브 광화문, 한 달에 한 번 배리어프리영화 상영

최근 두 편의 배리어프리영화를 관람했다. 씨네큐브 광화문에 이어 서울역사박물관에서였다. 먼저 씨네큐브 광화문 1관에서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관람했다. 처음엔 배리어프리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배리어프리영화가 시·청각장애인을 위해서 음성 해설과 자막을 어떻게 적용했을지 궁금했다.

영화 상영 시각에 맞춰서 영화관을 방문하니 입구에서 종로장애인복지관 직원들이 나와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다. 씨네큐브에서는 사회공헌활동으로 매월 1회 배리어프리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종로장애인복지관도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영화관을 방문한 관객에게 배리어프리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관객이 배리어프리영화의 소리와 화면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 관객이 배리어프리영화를 관람하기 전,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소리를 체험하고 있다.ⓒ윤혜숙
    관객이 배리어프리영화를 관람하기 전,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소리를 체험하고 있다.ⓒ윤혜숙
  • 관객이 배리어프리영화를 관람하기 전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화면을 체험하고 있다.ⓒ윤혜숙
    관객이 배리어프리영화를 관람하기 전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화면을 체험하고 있다.ⓒ윤혜숙
  • 관객이 배리어프리영화를 관람하기 전,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소리를 체험하고 있다.ⓒ윤혜숙
  • 관객이 배리어프리영화를 관람하기 전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화면을 체험하고 있다.ⓒ윤혜숙
종로장애인복지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배리어프리영화를 관람한 비장애인이 취지에 공감하고 의미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칭찬과 격려를 보내주고 있단다. 아직 배리어프리영화를 관람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자, “초반엔 영화가 어수선해 보일 수도 있어요. 눈으로 보는 화면상의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을 음성으로 해설해 주니깐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몰입도가 증가해서 영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겁니다”라고 말해준다. 과연 그럴까?
배리어프리영화는 장면마다 음성 해설과 자막이 제시되니 관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윤혜숙
배리어프리영화는 장면마다 음성 해설과 자막이 제시되니 관객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윤혜숙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목수 다니엘이 심장병 악화로 일할 수 없게 되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거기서 두 아이를 데리고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케이티를 만난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영화의 제목, 출연하는 배우의 이름이 자막으로 나왔다. 이때 자막과 함께 그 자막에 대한 음성 해설이 나왔다. 순간 ‘뭐 이런 것까지 음성 해설이 나오다니?’라는 의문이 생겼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이라면 자막을 볼 수 없다. 그러니 음성 해설이 그들에겐 자막의 역할을 해준다. 심지어 배경 음악까지 음성 해설로 알려주고 있다. 등장인물의 행동도 음성 해설로 알려주니 평소 같았으면 그냥 놓쳤을 뻔한 장면까지 이해하면서 넘어갈 수 있었다. 비장애인이라고 모든 장면을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장면까지 음성 해설과 동시에 자막으로 제시되니 모든 장면을 다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로소 종로장애인복지관 관계자의 말에 수긍할 수 있었다. 배리어프리영화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영화였다.        
서울역사박물관 강당 아주개홀은 맨 뒷자리에 휠체어석이 마련되어 있다.ⓒ윤혜숙
서울역사박물관 강당 아주개홀은 맨 뒷자리에 휠체어석이 마련되어 있다.ⓒ윤혜숙

서울역사박물관, 3~11월 넷째 주 목요일 배리어프리영화 상영

두 번째 배리어프리영화로 <b>서울역사박물관</b> 1층 강당 야주개홀에서 상영한 <리빙: 어떤 인생>을 보았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취약계층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2015년부터 (사)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배리어프리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영화는 <u>3월부터 11월까지 총 7회 상영되며, 매월 넷째 주 목요일 오후 2시</u>에 서울역사박물관 1층 야주개홀에서 열린다. 
배리어프리영화는 초반엔 어수선한 것 같아도 점차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윤혜숙
배리어프리영화는 초반엔 어수선한 것 같아도 점차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윤혜숙
오늘의 영화는 <리빙: 어떤 인생>이다. 매일 정해진 루틴대로 살아가는 런던시청 공무원 윌리엄스가 시한부 삶을 살면서 일탈을 즐기다가 죽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내용이다. 과거에 관람했던 영화다. 이미 전개될 내용을 알고 있어서 초반에 두 눈을 감고 영화를 봤다. 이른바 시각장애인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장면마다 음성 해설이 나오니 눈을 감고 있어도 장면이 머리에서 그림을 그리듯 선명하게 그려진다. 중간에 두 귀를 막고 영화를 봤다. 청각 장애인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등장인물의 대사를 자막으로 알려주니 전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외국에서 제작한 영화는 우리말로 더빙하지 않는 한 외국어가 나오기 때문에 청각 장애인과 같은 입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셈이다.    
배리어프리영화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윤혜숙
배리어프리영화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윤혜숙
배리어프리영화는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했다. 눈과 귀가 열려 있어도 그냥 지나쳐 버리는 장면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배리어프리영화는 음성 해설과 자막이 동시에 나오기 때문에 그냥 지나쳐 버리는 장면이 없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전시를 관람하는 길에 배리어프리영화까지 관람하는 관객도 여럿 있었다. 배리어프리영화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장애인이라고 비장애인과 다를 게 없다. 그저 신체가 불편할 뿐이지 그들도 비장애인처럼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다.  배리어프리영화를 장벽과 경계 없이 모두가 즐기는 영화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배리어프리영화 상영관

서울역사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 운영일시 : 화~목요일, 토 일요일 09:00~18:00, 금요일 09:00~21: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단, 공휴일인 경우 개관)
누리집

씨네큐브 광화문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68 (신문로1가, 흥국생명빌딩 지하2층)
누리집

사단법인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누리집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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