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게의 변신! '노점 생존권'과 '보도 정비' 두 마리 토끼 잡으려면

시민기자 김재형

발행일 2025.01.22. 13:24

수정일 2025.01.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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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제기동역에서는 다양한 노점들이 운영되고 있다. ©김재형
동대문구 제기동역에서는 다양한 노점들이 운영되고 있다. ©김재형
일부 노점상은 지역 특색을 살리거니 활발한 상권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불법 노점은 보행로를 점유하거나 무분별한 배치로 도시의 질서를 저해한다. 노점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소음은 청결 문제와 지역 주민 불편을 초래한다. 장기간 방치된 노점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지역의 이미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에서 노점상이 많은 곳 중 한 곳인 동대문구는 제기동역에서 청량리역 구간의 불법 노점과 미운영 거리가게 총 200개소를 정비했다. 이는 해당 구간 노점 전체의 약 35%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제기동역 2번 출구에서 청량리역 방면으로 걸어가며 이곳의 환경변화를 살펴봤다.
경동시장과 청량리종합시장 등 전통시장이 밀집돼 상당히 복잡하다. ©김재형
경동시장과 청량리종합시장 등 전통시장이 밀집돼 상당히 복잡하다. ©김재형
이곳이 유독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은 경동시장과 청량리종합시장 등 9개의 전통시장이 밀집된 상권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노점이 형성되기 쉬운 환경이었다. 인파는 많은데 보도 좌우에 다양한 노점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동대문구는 과거 179개의 불법 노점에 대해 ‘거리가게 허가제’ 사업을 추진한 적도 있다고 한다. 당시 노점 단체의 비협조와 운영 규정 미준수 등 한계로 인해 사업은 중단됐다. 동대문구는 ‘거리가게 허가제’를 폐지하고 본격적인 노점 정비에 나섰다.
버스정류장 인근에도 노점이 있어서 다소 혼란스럽다. ©김재형
버스정류장 인근에도 노점이 있어서 다소 혼란스럽다. 사진 속 붉은 박스에서 버스정류소 안내판이, 주변에는 노점이 보인다. ©김재형
동대문구는 노점 정비를 위해 '동대문구 거리가게 운영규정'을 제정하고, 정치인·법조인·시민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거리가게 정비 자문단’을 통해 노점 관리 원칙과 정비 우선순위를 수립했다.
노점상을 대거 정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곳이 운영 중이다. ©김재형
노점상을 대거 정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곳이 운영 중이다.©김재형
물론 노점상은 경제적 취약 계층의 생계 수단으로, 이들의 생존권은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자칫 갑작스러운 노점 철거는 운영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 이에 자치구는 노점 운영자들에게 합법적이고 체계적인 운영 기회를 제공하여 시민 불편을 줄이면서도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청량리역 방향으로 걷다보니 정비된 노점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재형
청량리역 방향으로 걷다보니 정비된 노점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재형
실제 청량리역 방향으로 걷다 보니 정비된 노점상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동대문구는 지금까지 ▲서울시 가로판매대 27개소 ▲허가판매대 34개소 ▲불법노점 135개소 ▲기타 적치물 4개소 등 총 200개소를 정비했다고 한다. 이는 전국 최대 실적이며, 다른 자치구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동대문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조그마한 가게마다 정확한 주소도 있고 색상도 통일돼 있기 때문에 정돈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정비된 노점으로 인도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재형
정비된 노점으로 인도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재형
정비된 노점상의 가장 큰 특징은 인도가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천막이 길을 가로막지 않아서 답답한 느낌도 덜했다. 보행로 정비해 대한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꽃의 도시 동대문구'라는 슬로건과 함께 예쁜 조경도 해 놓았다.
'꽃의 도시 동대문구'라는 슬로건과 함께 설치한 조경 ©김재형
'꽃의 도시 동대문구'라는 슬로건과 함께 설치한 조경 ©김재형
노점이 있던 곳에 설치된 대형 화분은 도로법에 따라 노점방지 시설물이다. 이 시설물을 훼손 또는 이동시키면 처벌을 받게 된다고 안내문이 적혀 있다.
노점이 있던 곳에 설치된 대형 화분 ©김재형
노점이 있던 곳에 설치된 대형 화분 ©김재형
또한 미니 조경과 함께 다양한 벤치도 마련돼 있다. 이 시설도 노점이 자리잡지 못하게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크고 작은 화분들이 도로 바로 옆에 비치돼 있다.
노점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마련된 벤치 ©김재형
노점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마련된 벤치 ©김재형
크고 작은 다양한 화분이 배치됐다. ©김재형
크고 작은 다양한 화분이 배치됐다. ©김재형
정비된 노점은 전통시장 및 주변 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통제된 운영과 품질 관리로 소비자 신뢰를 얻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할 수도 있다. 불법 노점과 달리 허가된 운영으로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상권 활성화를 돕는다. 전통시장과 협력하거나 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경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노점 정비와 인도 확보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김재형
노점 정비와 인도 확보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김재형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정비됐다고 여겼던 길에 또 다시 노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노점으로 인해 보행로가 점유되면 보행자, 특히 휠체어나 유아차를 이용하는 이들의 이동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 반면 노점은 경제적인 취약계층이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기에 경제적 약자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면서도 인도 정비와 공존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통일감 있고 깔끔하게 정비된 노점 거리 ©김재형
    통일감 있고 깔끔하게 정비된 노점 거리 ©김재형
  • 도로변에 천막으로 만들어 자칫 위험해 보이는 기존 노점. 정비된 노점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김재형
    도로변에 천막으로 만들어 자칫 위험해 보이는 기존 노점. 정비된 노점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김재형
  • 통일감 있고 깔끔하게 정비된 노점 거리 ©김재형
  • 도로변에 천막으로 만들어 자칫 위험해 보이는 기존 노점. 정비된 노점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김재형
정비된 노점과 인도 정비는 상호 보완적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다. 버스 중앙차로에서 바라본 노점의 모습도 상반됐다. 정비된 노점은 통일감 있고 깨끗한 반면, 기존 노점은 천막으로 돼 있어서 자칫 위험해 보인다. 노점상의 생존권과 인도 정비는 상충될 수 있는 문제지만, 공존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허가제, 정비된 운영, 대체 생계 수단 마련, 공공시설 설계 등의 방안을 통해 두 가지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면서 업그레이드 한 이곳의 풍경이 기대된다.

시민기자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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