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청과물시장 앞·수색역 지하보도, 더 안전해졌다! 그 비결은?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4.12.31. 13:51

수정일 2024.12.3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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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역 지하보도에 모두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 ⓒ조수연
수색역 지하보도에 모두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 ⓒ조수연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장애와 비장애인 모두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인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장애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사람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과 제품, 서비스를 뜻한다. 최근 서울시는 유니버설 디자인 사업을 공공부문에 널리 적용하고 있다. 특히 ‘보행권’ 측면에서 눈에 띄게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인 보행 환경 개선 정책으로 ‘무장애 보도블록’과 ‘경사로 및 턱 낮추기 사업’, ‘1역사 1동선 사업’ 등이 있다. ‘무장애 보도블록’을 통해 높낮이가 없는 평탄한 보도블록을 설치해 휠체어와 유아차 사용자, 보행 약자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경사로 및 턱 낮추기 사업’은 ‘모두의 1층×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모두의 1층×서울' 프로젝트는 프랜차이즈 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매장 출입구에 낮은 경사로를 설치해 보행 약자의 생활·편의시설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다.

‘1역사 1동선 사업’ 은 누구나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1대 이상 설치하는 사업이다.

최근에는 대중교통과 횡단보도, 지하도 등 우리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보도를 중심으로 ‘안전한 보행환경 확보’ 측면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바로, 맞춤형 횡단보도와 수색역 지하보도 사례다.

맞춤형 횡단보도는 2023년 11월, 강남역 중앙버스정류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대중교통 이용 편의와 안전한 보행환경 확보 측면에서 높은 효과성을 보였다. 최근에는 청량리 청과물시장 일대에도 맞춤형 횡단보도가 적용됐다. 또한, 수색역 지하보도는 ‘토끼굴’로 불릴 정도로 이동이 불편했는데, 최근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해 탈바꿈했다.
청량리 청과물시장 맞춤형 횡단보도 ⓒ조수연
청량리 청과물시장 맞춤형 횡단보도 ⓒ조수연

① 횡단보도 하나 놓았을 뿐인데? 확 달라진 청량리 청과물시장

직접 현장을 둘러보며, 바뀐 모습과 함께 시민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먼저, 청량리 청과물시장이다. 청량리 청과물시장은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중 한 곳으로 20여 대의 버스가 정차함과 동시에 지하철역과 연결돼 유동 인구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특히, 전통시장의 특성상 다수의 이용자가 노년층으로, 교통사고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 또한, 청량리 청과물시장 일대는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안전한 보행 환경이 중요시 되는 곳이다.

이에 서울시는 청량리 청과물시장과 중앙버스정류소, 맞은편 수산물시장을 연결할 횡단보도를 신설했다. 중앙버스정류소 승강장을 시장 입구까지 연장했고, 횡단보도를 설치, 바로 버스에 탑승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청량리 청과물시장 진출입 도로에는 교통섬을 설치, 역주행을 방지하도록 설계했다.
중앙버스정류소의 길이를 15m 연장했다. ⓒ조수연
중앙버스정류소의 길이를 15m 연장했다. ⓒ조수연
청량리 청과물시장 방면 횡단보도를 놓았다. ⓒ조수연
청량리 청과물시장 방면 횡단보도를 놓았다. ⓒ조수연
이는 ‘무단횡단’과 ‘역주행’에 따른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노년층과 함께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횡단보도 설치로 인해 청량리 청과물시장과 중앙버스정류소의 거리는 기존 150m에서 50m(100m)로 단축됐고, 맞은편 수산물시장까지의 거리는 205m에서 25m(180m)로 단축, 청량리 청과물시장 접근성과 보행 안전을 모두 확보했다.

또한, 단일 횡단보도와 달리 정류소 양 끝에 횡단보도를 설치해 보행자를 분산하는 효과도 얻었다. 횡단보도 주변 보행자 집중을 피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비좁고 혼잡한 보도 대신, 횡단보도 직결로 중앙버스정류소에 바로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청량리 청과물시장 앞에 설치된 교통섬 ⓒ조수연
청량리 청과물시장 앞에 설치된 교통섬 ⓒ조수연
교통섬의 경우에는 시장 방문 차량의 역주행을 방지하고, 차량과 보행자가 섞여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낮췄다. 교통섬으로 인해 역주행해 다시 청량리 청과물시장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봤을 때 횡단보도와 교통섬 설치 이후, 차량과 보행자의 접촉이 최소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무단횡단을 하거나 급히 횡단보도로 뛰어가는 경우도 없었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신설된 횡단보도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한 어르신은 “언제부턴가 시장 앞에 횡단보도가 생겼다”며 “저 멀리 돌아갈 때는 힘에 부치기도 하는데,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설된 맞춤형 횡단보도를 광곽으로 촬영했다. 맞춤형 횡단보도로 보행 동선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조수연
신설된 맞춤형 횡단보도를 광곽으로 촬영했다. 맞춤형 횡단보도로 보행 동선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조수연

② 토끼굴의 대변신! 수색역 지하보도

다음으로 찾은 곳은 수색역. 수색역과 DMC를 잇는 유일한 지름길인 ‘수색역 지하보도’. 지하보도가 없다면 멀리 DMC역까지 돌아가야 하기에, 도보로 30분 정도 더 소요된다. 따라서 많은 직장인과 시민들은 매일 수색역 지하보도를 통해 수색동과 DMC를 왕복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화된 지하보도로 인해 내부가 좁고 어두워, ‘토끼굴’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에 서울시는 수색역 지하보도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직접 수색역에 내려 지하보도를 걸었다. 먼저 보이는 것은 캐노피와 핸드레일. 캐노피를 통해 우천 상황을 대비했고, 핸드레일은 어르신이 잡고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수색동 방면 수색역 지하보도 ⓒ조수연
수색동 방면 수색역 지하보도 ⓒ조수연
또한, 내부에는 밝은 백색 등과 함께 밝은 느낌의 페인트칠을 통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범죄예방디자인 공법인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를 도입, 보행자의 불안감을 낮췄다.

아래 사진은 수색역 지하보도에 설치된 3개의 비상벨이다. 400m 거리에 3개를 설치했는데, 현위치 번호와 함께 안전구역(Safety Zone)이라고 적혀 있고, 비상벨을 놓았다. 위급 상황 발생 시 비상벨을 눌러 바로 경찰이 출동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 안전구역 글귀와 함께 설치된 비상벨 ⓒ조수연
    안전구역 글귀와 함께 설치된 비상벨 ⓒ조수연
  • 비상벨을 누르면 경찰이 바로 출동한다. ⓒ조수연
    비상벨을 누르면 경찰이 바로 출동한다. ⓒ조수연
  • 안전구역 글귀와 함께 설치된 비상벨 ⓒ조수연
  • 비상벨을 누르면 경찰이 바로 출동한다. ⓒ조수연
안전한 보행환경을 위해 서울시 곳곳에 도입되고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서울시는 2016년 ‘서울특별시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 조성 기본 조례’를 제정한 이후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는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를 설립, 공공영역뿐만 아니라 민간영역에도 유니버설 디자인 사례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수색역 지하보도 내부. 깔끔하고 밝은 톤으로 바뀌었다. ⓒ조수연
수색역 지하보도 내부. 깔끔하고 밝은 톤으로 바뀌었다. ⓒ조수연
서울시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청량리 청과물시장과 수색역 지하보도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성공적인 사례다. 앞으로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서울 전역에 확산, 시민 모두가 차별 없이 편리하게 보행할 수 있는, ‘안전한 서울’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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