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똥별이’는 작가의 태도를 면면이 살필 수 있는 캔 고리 연결 작업이다. ⓒ이정민
- ‘별똥별이’는 2층 구름다리 공간에 전시돼 있다. ⓒ이정민
반짝! 하고 사라질 줄 알았던 것들이…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 추천
발행일 2024.12.20. 13:00
지난 12월 17일부터 내년 8월 17일까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전시 ‘멀리서 손바닥으로, 반짝’에 다녀왔다. 전시는 1층 야외광장, 2층 유휴공간에서 열린다. 미술관 야외에 설치된 ‘지금 여기’ 작품을 보고 바로 계단으로 올라가면 유휴공간에서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도록 전시가 구성돼 있다. 동선을 참고하면 헤메지 않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아래는 여운혜 작가의 ‘혼자 한 사랑’ 에세이에 나오는 글귀이다. 이 글귀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으로, 왜 알루미늄 캔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어 참고하면 좋다.
아래는 여운혜 작가의 ‘혼자 한 사랑’ 에세이에 나오는 글귀이다. 이 글귀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으로, 왜 알루미늄 캔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어 참고하면 좋다.
완벽하게 납작하게 찌그러진
저, 종이인지 깡통인지 구별조차 안 된다.
무심하게 흘러간 시간 속에서 묵묵히 버텨낸
너라는 존재의 완벽한 위장술이자 생존 전략.
처음으로 너를 들어 올렸을 때
너에게는 햇빛에 달궈진 아스팔트의 온기가
그대로 스며들어 있었다.
내 손바닥에 올려진 뜨거운 너는
마치 죽음에서 다시 생명을 얻은 듯 따듯했다.
이날 이 순간의 사랑이 없었다면 너는
내일 당장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사라질까 두려워서 붙잡으려 혼자 한 사랑.
저, 종이인지 깡통인지 구별조차 안 된다.
무심하게 흘러간 시간 속에서 묵묵히 버텨낸
너라는 존재의 완벽한 위장술이자 생존 전략.
처음으로 너를 들어 올렸을 때
너에게는 햇빛에 달궈진 아스팔트의 온기가
그대로 스며들어 있었다.
내 손바닥에 올려진 뜨거운 너는
마치 죽음에서 다시 생명을 얻은 듯 따듯했다.
이날 이 순간의 사랑이 없었다면 너는
내일 당장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사라질까 두려워서 붙잡으려 혼자 한 사랑.
- 여운혜 ‘혼자 한 사랑’ 에세이 中
작가가 말하는 ‘혼자 한 사랑’이란 캔을 통해 느끼는 주변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시는 해를 넘어 겨울이 봄이 되고 여름이 되는 시간 안에서 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그들을 향한 우리의 태도가 또 다른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딜리버리 박스들과 찌그러진 알루미늄 캔들이 전시공간 위층으로 향하는 길에 놓여 있다. ⓒ이정민
‘지금 여기’는 ‘별똥별이’ 시리즈의 변주 작업으로 빈 알루미늄 캔과 캔의 고리, 동전 등으로 제작됐다. ⓒ이정민
작품 ‘지금 여기’는 미술관 야외에서 바로 찾을 수 있다. 작품을 유심히 살펴보면 우리는 그날의 날씨가 어떠한지 알 수 있다.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고 바람이 불면 서로 부딪히며 불규칙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비와 눈 등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마치 날씨의 거울처럼 작동한다. 작가는 인공지능이 날씨 데이터를 분석해 기상을 예보함에도 더 유심히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대상은 바로 우리 주변임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작품 ‘별똥별이’는 수집한 알루미늄 캔을 깨끗하게 씻은 뒤 캔 고리의 위와 아래를 잘라서 일렬로 이어 설치했다. 늘어선 무수한 연결 속에서 유성을 떠올리다 ‘운석’의 순우리말인 ‘별똥별’에 착안해 작품명으로 지었다고 한다. 어딘가에서 음료를 마신 사람들, 그들의 손과 입술이 닿은 캔 고리에는 온기가 느껴진다. 연약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짝을 이뤄 살아가는 존재들을 상상하며, ‘별똥별이’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반짝이는 연결의 끝이 향하는 곳, 그곳에는 내가 아닌 또 다른 존재들이 빛을 내며 기다린다.
‘별똥별이’는 도시공간에서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아스팔트 파편이 마치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 같아 보여 이를 빗대어 표현한 작품이다. ⓒ이정민
수명이 다한 아스팔트는 어디로 가게 될까. 작가는 부스러지고 흙먼지 덮인 아스팔트 파편을 깨끗하게 씻겨 미술관에 데려왔다.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 부식되면 아스팔트는 이제 ‘별똥별이’로 다시 태어나 따뜻한 관심 아래 자기 스스로를 새로운 존재로 세워둔다.
작품 ‘상쾌한 기분’의 자판기는 수많은 손에 자신의 운명을 뒀다. 멈춰있던 자판기가 다시 일을 시작하고 백열등이 켜져 빛나는 광경은 마치 죽어있는 물건에 숨을 불어넣는 것과 같다. ‘캔 음료와 상쾌한 시간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자판기처럼 우리는 상쾌함을 느낄 수 있을까. 작가는 자본주의 현대사회의 과도한 효율 추구 안에서 강제로 에너지를 내야하는 우리의 현재를 ‘상쾌한 기분’이라는 표현에 빗대어 반어적으로 되짚는다.
작품 ‘찌그러진 기분’은 음료수를 마시고 버려진 캔이 발에 차이고 자동차에 의해 납작하게 눌러 찌그러지는 것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기분’이라고 표현하면서 그 의미를 환기하고자 했다. 작가는 이들이 가졌던 존재의 가치에 대해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 의미를 기린다.
본 자판기는 작품입니다.
동전을 투입하지 마세요.
동전은 회수해 가실 수 없습니다.
작품 아래에 써진 경고 문구가 재미를 준다. 동전은 제발 넣지 않기를 바란다.
작품 ‘찌그러진 기분’은 음료수를 마시고 버려진 캔이 발에 차이고 자동차에 의해 납작하게 눌러 찌그러지는 것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기분’이라고 표현하면서 그 의미를 환기하고자 했다. 작가는 이들이 가졌던 존재의 가치에 대해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 의미를 기린다.
본 자판기는 작품입니다.
동전을 투입하지 마세요.
동전은 회수해 가실 수 없습니다.
작품 아래에 써진 경고 문구가 재미를 준다. 동전은 제발 넣지 않기를 바란다.
‘딜리버리 박스’ 시리즈는 쉼의 의미를 강조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에 의자를 대신해 놓았다. 쓰임을 다한 물건에 새로운 쓸모를 부여해 존재적 가치를 찾으며, 상품과 상품이 아닌 것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흔들고자 했다.
‘혼자 한 사랑’은 찌그러진 캔을 길에서 수집 촬영한 사진과 반짝이는 존재들을 만나 사랑했던 작가의 태도가 고스란히 글에 남았다. 책의 제목은 1990년대 후반 유행가의 제목에서 빌려 온 것으로, 모두가 부르는 대중가요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기’에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버려진 알루미늄 캔, 딜리버리 박스 등이 작가에 있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궁금했다. ‘재활용에 대한 전시인가?’하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전시를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찬찬히 애정 어린 눈으로 작품을 보다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반짝임’을 어느새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고 버려지는 것들에게는 사람의 온기가 있다. 그 온기에는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반짝임이 있다. 어느새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그 반짝임을 잊어버린 것 같다. 버려진 알루미늄 캔을 본다면,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누군가의 온기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보이는 것은 단순하지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전시인 것 같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방문한다면 다른 전시와 함께 ‘멀리서 손바닥으로, 반짝’을 관람하며 풍성한 볼거리를 즐겨보자.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는 관객 참여 퍼포먼스인 ‘러브-레터’를 진행한다. 사전에 누리집을 통해 신청 후 방문하면 좋다.
전시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버려진 알루미늄 캔, 딜리버리 박스 등이 작가에 있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궁금했다. ‘재활용에 대한 전시인가?’하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전시를 보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찬찬히 애정 어린 눈으로 작품을 보다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반짝임’을 어느새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고 버려지는 것들에게는 사람의 온기가 있다. 그 온기에는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반짝임이 있다. 어느새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그 반짝임을 잊어버린 것 같다. 버려진 알루미늄 캔을 본다면, 이제는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누군가의 온기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보이는 것은 단순하지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전시인 것 같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을 방문한다면 다른 전시와 함께 ‘멀리서 손바닥으로, 반짝’을 관람하며 풍성한 볼거리를 즐겨보자.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는 관객 참여 퍼포먼스인 ‘러브-레터’를 진행한다. 사전에 누리집을 통해 신청 후 방문하면 좋다.
작품 ‘빌리지’는 작은 ‘별똥별이’가 모여 군집을 이루는 하나의 공동체이다. ⓒ이정민
작품 ‘밟힌 편지’. 오랫동안 손이 오갔을 이 우편함에 마음이 간직돼 있고, 삶이 담겨있다. 가수 요조의 내레이션이 3분 동안 들린다. ⓒ이정민
‘얇은 연결망’의 캔들은 다시 주변의 풍경 사이 틈으로 빼꼼하게 몸을 낮춰 자신의 다음을 기다린다. 얇은 연결망들이 영역을 넓혔다 좁혀 공생의 구조를 만든다. ⓒ이정민
유휴공간 전시 ‘멀리서 손바닥으로, 반짝’
○ 전시기간 : 2024. 12. 17.~ 2025. 8. 17.
○ 위치: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중계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 교통: 지하철 7호선 하계역 1번 출구, 중계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등나무공원 내
○ 관람시간 : 평일(화~금) 10:00~20:00, 토·일·공휴일 (11~2월)10:00~18:00, (3월~10월)10:00~19:00
○ 휴관 : 1월 1일 ,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 누리집
○ 문의 : 02–2124–8800
○ 위치: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중계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 교통: 지하철 7호선 하계역 1번 출구, 중계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등나무공원 내
○ 관람시간 : 평일(화~금) 10:00~20:00, 토·일·공휴일 (11~2월)10:00~18:00, (3월~10월)10:00~19:00
○ 휴관 : 1월 1일 ,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 누리집
○ 문의 : 02–2124–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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