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강에서 생각해본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발행일 2024.12.04. 09:44
작가의 글을 활자로 표현하고 그 글을 담아낸 매체가 책이다. 책을 읽을 때를 떠올려 보자. 대다수 사람은 책의 표지 앞뒤를 훑어본 뒤 앞표지를 넘겨서 저자의 이력, 서문, 목차를 차례대로 살펴본다. 그 뒤 책의 본문을 읽는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작가의 몫은 분명 지대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게 수고했던 분들이 있다. 짐작했겠지만 바로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다. 얼마 전 출판업계 노동자의 실상을 경청해 보는 특강이 열렸다.
작가들의 국제적인 수상 이후 이와 더불어 출판업계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출판 편집자는 원고 검토와 교정만 한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교정, 교열을 넘어 개발과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 디자이너, 마케터 사이에서 소통의 중심축이 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획특강은 그동안 '작가의 그림자'로 알려진 편집자에 주목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책을 만드는 노동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김원중 연사의 강연 일부를 발췌해 재구성해 봤다.
출판사는 사업자를 등록하기 쉽다. 신고만 하면 된다. 별도의 사업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보니 주소지만 있다면 집에서도 출판사업자를 등록할 수 있다. 그래서 1인 출판도 엄청 호황이었고, 10년 사이에 그런 분위기가 반영된 듯하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제로 책을 내면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비율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매출이 안정적으로 나오려면 꾸준히 책을 출판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출판사 중에서 꾸준히 책을 출판하는 곳이 많지 않다. 그것은 출판사의 매출이 안정적이지 않다라는 의미다. 더구나 출판 시장은 현금이 아니라 어음으로 돌아간다. 어음은 만기가 되어야 현금화가 가능하다. 출판사가 많아도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내는 출판사는 소수에 불과하다.
출판 노동의 과정이란?
종이책은 원고/저자 발굴→기획→편집→디자인→인쇄/감리/후가공/제본 제책→온‧오프 서점을 거치는 반면, 전자책은 원고/저자 발굴→기획→ 편집→디자인 제작→전자책을 거쳐서 최종 단계에 독자의 선택을 받는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나눠볼 때 종이책은 물성을 가진 거라서 제작 과정을 거친다. 제작 과정에는 인쇄/감리/후가공/제본 제책이 있다. 후가공은 표지 및 내지를 비롯한 인쇄물을 인쇄한 후 제본 전에 처리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후가공에는 코팅, 박, 형압 등이 있다. 책은 대형 전지로 인쇄한다. 뉴스에서 보면 인쇄기가 아주 크다. 대형 전지 같은 종이를 16페이지 앞뒤로 찍으면 32페이지가 나온다. 이것을 접어서 자른다. 접어서 자르다 보니까 그 과정에서 살짝 뒤틀릴 수도 있다. 그 전에 디자인도 해야 한다. 전자책은 디자인해서 전자책으로 만드는 과정이 있다. 전자책이 우리가 흔히 아는 PDF와는 또 다른 파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편집자가 나서서 저자를 발굴하는 예도 있다. 신문이나 주간지 같은 매체에 연재를 계속하고 있는 저자의 글이 정말 좋아서 이 글을 묶어서 출판해야겠다고 연락한다. 편집자는 학교를 졸업했어도 논문 사이트를 자주 들여다본다. 일반 인문서를 낼 때는 논문을 검색하다가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가 나타나면 논문 저자에게 연락해서 책을 출판하자고 제의한다. 요즘은 또 유튜브의 인기가 많다. 유튜브를 매개로 책을 내는 경우도 편집자가 연락해서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
2007년 10월 20일부터 시행된 출판문화산업진흥법(기존 출판 및 인쇄 진흥법을 대체)은 발간된 지 18개월 이내의 서적을 신간으로 정했으며, 신간 10% 할인을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4년 11월 모든 도서를 종류와 관계없이 정가의 10%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11월 21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서정가제는 10% 가격 할인에 간접 할인을 5%까지, 최대 15%의 할인으로 제한을 두고 있다.
1만 원짜리 책이라고 해도 서점에 1만 원으로 납품을 하는 건 아니다. 원가라고 얘기하는 공급률이 있다. 서점에 공급하는 정가 대비 비율이라고 해서 최근 통계를 보면 출판사 10곳 중에서 6곳 이상이 정가의 65% 이하로 책을 공급하고 있다. 통상 65% 정도로 잡는다. <출판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균 35% 이상은 서점이 가져가는 수익이고, 65% 내외로 출판사를 운영한다고 볼 수 있다. 책은 무한 반품된다. 몇 년이 지나도 상품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면 반품되어서 계속 들어올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출판 시장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출판사는 직원들을 줄이고 대신 외주 인력으로 충당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책은 가격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책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또 그 가치를 얼마나 잘 배분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가격이 무조건 싸지는 게 소비자들에게 무조건 이익이라는 식의 논리는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거대 출판산업의 규모에 비해 너무도 열악한 출판 노동자의 현실
출판 노동자는 회사를 3년 다니면 오래 다녔다고 얘기한다. 작년에 출판 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만족도 조사가 10점 만점에 4.98점이 나왔다. 재직자는 5점을 살짝 넘는 경우도 있었지만, 외주 노동자는 만족도가 더 낮았다. 책이 정말 좋아서 일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의 만족도는 있겠지만, 전반적인 업무 만족도는 저조하다.
법제도 개선을 통한 출판 노동자의 권리 찾기 기록은?
출판 노동자의 미래는?
“출판 노동자가 만든 책이지만 결국에는 세상에 나가서 모두가 함께 읽고 향유하는 문화의 매개체다. 책을 읽는 사람도, 책을 만드는 사람도, 책을 배송하는 사람 모두의 노동이 제값을 받는 환경을 만들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뜻에서 ‘책이 만들어지는 것은’이라고 정했다.”
글을 쓰는 기자에겐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했다. 기자가 펼쳐 든 책 한 권의 스포트라이트를 작가, 출판사가 받고 있지만 책을 제작하는 데 드는 수많은 분의 노고가 있었다. 그 수많은 분을 통틀어 출판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작가나 출판사에 맞춰진 관심이 이제는 출판 노동자에게도 맞춰져야 할 것이다. 출판 노동자가 언제든 갈아 끼우면 되는 기계의 부품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출판산업을 담당하는 주축으로 출판 노동자들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읽는 책에서 뒷면에 있는 출판 노동자의 면면도 헤아려 보자.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 온 출판 노동자의 땀방울이 있다. 그들의 노고를 생각한다면 책의 가치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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