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일대 골목에서 야외 미술 작품 감상해 볼까?

시민기자 최정환

발행일 2024.09.13. 08:48

수정일 2024.09.13. 10:31

조회 176

서울 풍납토성 전경 ⓒ국가유산청
서울 풍납토성 전경 ⓒ국가유산청

한성백제 시대의 유산인 풍납토성이 현대 미술과 만나는 특별한 전시 <오픈 에어 뮤지엄_풍납토성>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풍납토성은 바람 부는 한강변에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흙으로 쌓아 만든 언덕으로, 현재는 도시가 세워져 과거의 흔적이 지하에 묻혀 있다. 그러나 이는 곧 거대한 박물관으로 상상할 수 있다. ‘오픈 에어 뮤지엄’은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 쉽게 생각해 ‘야외 박물관’이라고 보면 된다.

오픈 에어 뮤지엄

이번 전시는 풍납토성 일대를 하나의 '야외 박물관'으로 설정하여, 주택가 곳곳에 비어 있는 항아리 형태의 공터에서 작가 8명의 작품을 선보이며 관람객이 동시대 미술 작품과 마주치는 공간을 제공한다.

작품이 설치되는 공터는 지하 1m 이내에 한성 백제 유구가 존재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과거와 현재가 융합되는 이 특별한 경험은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시의 기획 의도는 단순히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이 풍납토성의 역사적 맥락과 현대 미술의 흐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그 시작은 천호역 10번 출구에서 나와 구불구불한 골목을 걸어야 들어갈 수 있는 종합안내소에서 시작한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누리집은 온라인으로 각종 리플렛, 오디오 안내, 지도를 제공하는 한편, 종합안내소에서부터 관람을 시작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종합안내소.  이곳에서부터 오픈 에어 뮤지엄을 관람하길 권한다. ⓒ 최정환
종합안내소. 이곳에서부터 오픈 에어 뮤지엄을 관람하길 권한다. ⓒ 최정환

전시의 작품들은 ‘재출몰’이라는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전통 매체 실험, 역사적 작품, 이미지, 타자와의 조우를 통해 비선형적인 시간성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 미술계에서 전통적 매체의 내용과 형식을 섬세하게 재구성해 온 작가들의 작품으로, 동시대 풍납동의 시간과 지층을 은유하고 물질화하는 데 기여한다. 관람객들은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과거의 유산이 현대의 예술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특히 한국화, 회화, 영상, 사진, 도자기 등의 다양한 장르가 야외에서 새롭게 구현되어 미술과 미술관의 공간적 경계를 탐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골목길 사이, 제법 오래된 건물들 사이 그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적 공간을 기념해 만들어진 신시대의 예술을 찾아 나섰다.

골목 사이에서 8개의 작품 찾기

처음 세 작품은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골목길 여기저기, 한 블록에 하나씩 흩어져 있었다. 첫 번째 작품은 언뜻 옛 민화인가 싶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사물들이 커다란 미디어 캔버스에 자리잡고 있다. 14세기 중국 고대시인 ‘혼륜도찬’ 모티브를 영상으로 재해석했다. 

두 번째 작품은 세 명의 사람이 무언가를 지고 걸어가는 모습을 조형했는데, 그 무언가란 3D 프린팅 된 근대 조각 작품과 그냥 건축자재로 건축 혹은 조각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세 번째 작품은 골목 중에서도 깊숙한 곳, 거의 가정집 문짝처럼 위치한 회화로, 가장 깊은 위치에서 역사를 막론하고 신비하고 초월적인 형상을 그려냈다.
  • 첫 번째 작품, 최해리의 <테이블 오페라> ⓒ최정환
    첫 번째 작품, 최해리의 <테이블 오페라> ⓒ최정환
  • 두 번째 작품, 오제성의 <조각에 대한 기억 1, 3> ⓒ최정환
    두 번째 작품, 오제성의 <조각에 대한 기억 1, 3> ⓒ최정환
  • 세 번째 작품, 유신애의 <무제 #3 (페트리코어)> ⓒ최정환
    세 번째 작품, 유신애의 <무제 #3 (페트리코어)> ⓒ최정환
  • 첫 번째 작품, 최해리의 <테이블 오페라> ⓒ최정환
  • 두 번째 작품, 오제성의 <조각에 대한 기억 1, 3> ⓒ최정환
  • 세 번째 작품, 유신애의 <무제 #3 (페트리코어)> ⓒ최정환

그 다음 세 작품은 한 블록에 연이어 자리한다. 네 번째 작품으로는 검은색 PVC공들이 기둥처럼 쌓여 서로가 서로를 누르고 돌출시키는, 끼인 듯한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다섯 번째 작품은 풍납동 골목 모퉁이에서 발견한 돌들을 수집 순서대로 나열함으로써 현대의 돌을 역사의 표석으로 만든다. 여섯 번째 작품은 블록 끄트머리 전면을 가득 메우는데, 흔히 아는 빨간 벽돌 벽을 매우 크게 확대함으로서 큰 건물의 작은 것들로부터의 이뤄짐을 조명했다.
  • 네 번째 작품, 정상윤의 <무거운 점들> ⓒ최정환
    네 번째 작품, 정상윤의 <무거운 점들> ⓒ최정환
  • 다섯 번째 작품, 변상환의 <금성출토(金城出土)> ⓒ최정환
    다섯 번째 작품, 변상환의 <금성출토(金城出土)> ⓒ최정환
  • 여섯 번째 작품, 김경태의 <빨간 벽돌> ⓒ최정환
    여섯 번째 작품, 김경태의 <빨간 벽돌> ⓒ최정환
  • 네 번째 작품, 정상윤의 <무거운 점들> ⓒ최정환
  • 다섯 번째 작품, 변상환의 <금성출토(金城出土)> ⓒ최정환
  • 여섯 번째 작품, 김경태의 <빨간 벽돌> ⓒ최정환

마지막 두 작품은 풍납백제문화공원이라는 특별한 장소에 있다. 백제시대 유구가 다량 발견된 이곳에는 백제시대 살림집이 재현되어 있기도 하다. 이곳에서 일곱 번째 작품은 바로 그 살림집에서 쓸 법한 도자를 오히려 기하학적 유닛으로 만들어 늘어놓음으로써 발상의 전환을 준다. 여덟 번째 작품은 자전거 위에 큰 지구 모형을 얹었는데, 퍼포먼스 시간이 되면 이 자전거를 타고 풍납토성 둘레길을 도는 퍼포먼스를 한다.
  • 일곱 번째 작품, 김가은의 <Cohesion> ⓒ최정환
    일곱 번째 작품, 김가은의 <Cohesion> ⓒ최정환
  • 여덟 번째 작품, 이승택의 <지구야 놀자> ⓒ최정환
    여덟 번째 작품, 이승택의 <지구야 놀자> ⓒ최정환
  • 일곱 번째 작품, 김가은의 <Cohesion> ⓒ최정환
  • 여덟 번째 작품, 이승택의 <지구야 놀자> ⓒ최정환

누리집에서는 아홉 번째 작품이자 전시해놓을 수 없는 퍼포먼스 작품으로 이승택의 <바람아 놀자>도 소개하고 있다. 바람에 나부끼는 천을 들고 진행하는 이 퍼포먼스는 오는 10월 4일과 11일 오후 4시에서 4시 30분까지 풍납토성 남쪽 성벽에서 진행된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지구야 놀자> 퍼포먼스는 그에 앞선 15시에서 16시까지 진행한다.

관람객들은 숨겨진 작품들을 발견하며 풍납토성이라는 역사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의 장면을 새롭게 인식하고,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전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각자의 시각에서 풍납토성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 실제로 본 기자를 비롯한 관람객들은 풍납토성의 역사적 의미와 현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이곳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풍납토성은 이제 단순한 유적지가 아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오픈 에어 뮤지엄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전시는 서울조각 페스티벌 연계 전시이기도 하다. 이곳 풍납토성 외에도 많은 곳에서 송현동 열린녹지광장의 서울조각페스티벌에 보조를 맞추는 여러 전시가 있으므로 시민들의 많은 관심 바란다. ☞ [관련 기사] 서울은 지붕 없는 미술관! 조각페스티벌 개최…버스킹·영화상영
풍납토성 일대에서 전시 중인 <오픈 에어 뮤지엄_풍납토성>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풍납토성 일대에서 전시 중인 <오픈 에어 뮤지엄_풍납토성>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오픈 에어 뮤지엄_ 풍납토성>

○ 위치 : 서울시 송파구 풍납1동 풍납토성 일대
○ 기간 : 2024년 8월 16일~10월 13일
○ 전시부문 : 회화,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
○ 참여작가 : 김가은, 김경태, 변상환, 오제성, 유신애, 이승택, 정성윤, 최해리
○ 관람료 : 무료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누리집
○ 문의 : 02-2124-5287(전시), 종합안내소 050-6646-5201(관람)

시민기자 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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