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촘촘하게 잇다! 서울 지하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

시민기자 심재혁

발행일 2024.08.30. 09:05

수정일 2024.08.30. 16:08

조회 1,088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 기념 '서울의 지하철'

1974년 8월 15일, 서울 대중교통 정책의 핵심지하철이 세상에 선보인 날. 그로부터 5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덜컹거리는 전철은 서울역~청량리의 짧은 구간을 시작으로 반세기 동안 차례로 노선을 개통해 현재 1호선부터 9호선, 우이신설선, 신림선 등 서울 곳곳을 연결하고 있다.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하철은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대중교통의 중심이 차량(버스, 택시)에서 지하철로 넘어갔고,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에 몸을 꾸겨 넣어 직장으로 향한다. 친구들, 연인들과 약속 잡을 때 지하철역을 활용하고, 지하철역 인근에는 상권이 활성화됐다. 지하철과 연결된 지하상가는 또 다른 쇼핑 문화를 형성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을 기념한 ‘서울의 지하철’ 전시를 연다. ©심재혁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을 기념한 ‘서울의 지하철’ 전시를 연다. ©심재혁

서울 역사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지하철. 서울역사박물관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을 맞아 지난 8월 9일부터 ‘서울의 지하철’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땅속을 달리는 열차’, ‘레일 위의 서울’,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탑니다’라는 주제로 지하철 계획부터 개통, 지하철이 바꿔놓은 서울 시민의 삶 등을 소개하고 있다. 직접 서울역사박물관 기획 전시, ‘서울의 지하철’을 둘러보았다.
서울의 지하철 전시와 서울시 마스코트 해치, 서울교통공사 마스코트 또타 ©심재혁
서울의 지하철 전시와 서울시 마스코트 해치, 서울교통공사 마스코트 또타 ©심재혁

① 만원 도시 서울과 지하철

이번 전시는 1986년 9월부터 2009년 7월까지 사용했던 서울 지하철의 일회용 마그네틱 승차권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현재는 없지만, 과거에는 삼발이 개찰구를 통해 마그네틱 승차권을 넣고, 역사에서 해당 목적지를 말하고, 마그네틱 승차권을 받았다. 지금과 같은 무인 발매기가 없었고, 역사에 있는 직원을 통해 마그네틱 승차권을 받아야만 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노선도 역시 2009년 7월까지 개통한 노선만 있다. 9호선은 현재 중앙보훈병원역까지 연장됐지만, 당시에는 1차 개통 구간인 신논현역까지만 표기됐고, 강북의 우이신설선과 신림선 역시 보이지 않는다. 사진으로 보면 허전한 느낌이다. 불과 15년 사이에 수많은 지하철역이 개통됐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일회용 마그네틱 승차권들 ©심재혁
다양한 일회용 마그네틱 승차권들 ©심재혁

각 역에는 이에 맞는 마그네틱 승차권을 전시해 놓았다. 서울대입구역부터 사당역 사이에는 지하철 2호선 사당 구간 개통 기념 마그네틱 승차권이, 서울역에는 1974년 서울 지하철 개통 기념 승차권이 전시됐다. 당시에는 서울역앞, 시청앞 등 역 앞에 ‘앞’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또한 동묘앞역은 없는데, 동묘앞역은 추후 개통된 6호선과의 환승을 위해 2005년 12월에 개통됐기 때문이다.
  • 지하철 2호선 완전 개통 기념 승차권 ©심재혁
    다양한 일회용 마그네틱 승차권들 ©심재혁
  • 지하철 1호선 개통 기념 승차권 ©심재혁
    지하철 1호선 개통 기념 승차권 ©심재혁
  • 88 서울올림픽 개최 기념 승차권 ©심재혁
    88 서울올림픽 개최 기념 승차권 ©심재혁
  • 지하철 2호선 완전 개통 기념 승차권 ©심재혁
  • 지하철 1호선 개통 기념 승차권 ©심재혁
  • 88 서울올림픽 개최 기념 승차권 ©심재혁

그렇다면 지하철은 왜 만들었을까? 전시를 살펴보면 지하철 건설 논의와 당시의 찬반 여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 건설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논의됐는데, 1960년대 도시화와 함께 경제개발로 사람들이 서울로 몰리게 됐다. 특히 1964년 국회에서 서울시 교통문제 해결책에 대한 질의를 기점으로, 포화상태인 버스와 택시 대중교통 수송을 분담하고, 한계에 다다른 도로 용량을 해결하고자 땅속을 주목하게 됐다.
우리나라에 지하철 건설이 처음 논의된 것은 1920년대 말 일제강점기 때부터다. ©심재혁
우리나라에 지하철 건설이 처음 논의된 것은 1920년대 말 일제강점기 때부터다. ©심재혁

이러한 지하철 건설에 대한 열의는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도 나타났다. 1966년 발표한 서울도시기본계획의 교통 부문에 ‘고속철도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지하철을 증가시키는 추세’라고 언급하며, 4개의 지하철 노선을 제시한 것. 이후 1970년 서울지하철 지하철건설본부 설치 조례 제정을 통해 지하철건설본부를 탄생시켰다. 지하철건설본부는 서울 2기 지하철인 5~8호선의 건설까지 주관하며 2007년 7월 30일, 37년의 역사를 마감하게 된다.
서울 지하철 건설에 대한 열의를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심재혁
서울 지하철 건설에 대한 열의를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심재혁

당시 “지하철을 건설하면 나라가 망한다”며 많은 반대도 있었지만, 1971년 착공을 시작하게 됐고, 3년 만에 서울역~청량리 구간을 운행하는 지하철이 탄생하게 된다. 바로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18분’, 교통 혁명의 시작인 셈이다.
지하철로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8분 ©심재혁
지하철로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18분 ©심재혁

② 지하철이 바꾼 풍경

지하철 1호선의 개통은 이후 2호선, 3호선, 4호선 개통의 기폭제가 됐다. 1985년 3·4호선이 완전 개통하면서 1기 지하철은 모두 완공됐는데, 이를 통해 지하철 시대가 본격화됐다. 또한 1989년 2기 지하철 건설 계획을 확정해 건설을 시작했다. 다만, 2기 지하철 공사 중 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2기는 예상보다 늦은 2001년에 개통했다.

전시에서도 1기와 2기 지하철 개통에 관한 사료를 살펴볼 수 있다. 먼저, 1기 지하철 개통과 관련된 노선도다. 다만,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 먼저 1호선 구간은 서울역과 청량리 구간으로만 지정됐다. 용산역~청량리 구간과 인천, 수원, 의정부 구간은 ‘국철’로 불리며, 철도청에서 운영했던 곳이다. 현재도 지하철 1호선은 서울역~청량리역은 서울메트로가, 나머지 구간은 한국철도공사가 관리한다.

또한 용답역이 ‘기지’역으로, 신도림에서 도림천, 양천구청을 지나 까치산역으로 가는 신정지선은 보이지 않는다. 구로디지털단지역은 옛 이름인 ‘구로공단’이다. 또한 3호선은 현재와 비교해 노선이 짧다. 3호선 일산선과 양재역 이남 구간은 당시 건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호선 역시 사당역과 상계역까지만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기 지하철 노선도 ©심재혁
1기 지하철 노선도 ©심재혁

현재의 노선은 2기 지하철 공사와 함께 진행됐다. 5~8호선 건설과 함께 신도림역~까치산역을 잇는 신정지선과 3호선 일산·수서 연장, 4호선 과천선, 안산선 직결 운행 등이 함께 논의됐기 때문이다. 2기 지하철은 서울 내부를 연결하는 1기 지하철과는 달리 일산, 과천, 산본, 수서 등 1기 신도시와 서울을 연결하며 본격적인 ‘수도권 지하철’ 시대를 열었다.
1989년, 2기 지하철 계획이 발표됐다. ©심재혁
1989년, 2기 지하철 계획이 발표됐다. ©심재혁

지하철의 개통은 대학가를 형성했고, 도심과 강남 외에 다양한 부도심을 조성했다. 또한 옥수동, 금호동과 같은 달동네들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 대단지 아파트 단지로 변화했다 현재 수많은 주공아파트가 있는 상계동도 4호선이 개통하면서 달동네가 아파트 단지로 변화한 사례다.

지하철은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4호선과 2호선 환승역인 사당역은 지하철 개통 후 수도권 남부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교통의 요지’로 변모했다. 현재도 사당역은 서울의 교통 중심지로서, 1990년대부터 버스·자가용의 도로 교통과 지하철의 환승지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교통의 중심지가 된 사당과 젊은이들의 거리 대학로, 성신여대입구, 홍대입구 등 ©심재혁
교통의 중심지가 된 사당과 젊은이들의 거리 대학로, 성신여대입구, 홍대입구 등 ©심재혁

그리고 문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지상이 아닌 지하에서 모이기 시작했다. 바로 지하철과 연결된 지하상가다. 현재 서울에는 강남과 영등포, 명동·을지로·종로에 각각 지하상가가 운영되고 있는데, 지하상가는 방공 대피·시민 통행을 위한 지하도에 상업시설을 갖춰 도시의 입체적인 활용을 이끌었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지하철은 지하상가 시대를 열었다. ©심재혁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지하철은 지하상가 시대를 열었다. ©심재혁

③ 2024년, 지하철과 서울 시민의 삶

현재 지하철은 혁신을 통해 단순한 대중교통을 넘어 문화 생활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과 7호선 반포역을 잇는 지하상가는 최근 ‘고투몰’로 리모델링했으며, 이를 통해 지하상가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또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은 최근 새로운 형태의 모임인 ‘러닝 크루’를 위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바로 지난 5월 21일부터 탈의실부터 물품보관함, 파우더룸, 수유실까지 러너들을 위한 필요 시설을 갖춘 ‘러너스테이션’이 개장했기 때문이다.
  • 누구나 손쉽게 달리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 ©심재혁
    누구나 손쉽게 달리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 ©심재혁
  • 러너 크루들을 위한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 ©심재혁
    러너 크루들을 위한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 ©심재혁
  • 누구나 손쉽게 달리기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 ©심재혁
  • 러너 크루들을 위한 여의나루역 러너스테이션 ©심재혁

단순히 지하철을 건설하고, 정차역을 신설하는 것 외에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1역사 1동선’ 사업을 통해 교통약자가 스스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청년 기준, 한 달에 5만 5,000원인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면 서울시 구간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교통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지하철 전시를 관람 중인 시민들 ©심재혁
지하철 전시를 관람 중인 시민들 ©심재혁

어느덧 지하철이 개통한 지 50년이 지났다. 50년 동안 서울의 지하철은 동네와 동네를 더 촘촘하게 잇고 있다. 그리고 서울을 넘어 수도권과 서울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으로서 오늘도 시민들의 삶의 무게를 지탱해 주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의 삶을 편리하게 해줄 서울 지하철. 서울 지하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지하철 개통 50주년 기념 서울 반세기 종합전 '서울의 지하철' 전시를 추천한다.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 '서울의 지하철' 전시

○ 기간 : 2024. 8. 9.~11. 3.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A
○ 관람시간 : 화~일요일 09:00~18:00(금요일 21:00까지 연장 운영)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 관람료 : 무료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
○ 문의 : 02-724-0274~6

시민기자 심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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