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울미술관에서 천사를 만나다…비누향기 가득 이색 전시

시민기자 이정규

발행일 2024.08.13. 13:00

수정일 2024.08.13. 18:46

조회 761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예술적 감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색다른 전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신미경 작가의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후텁지근한 바깥 공기를 뒤로 하고 시원한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니 어디선가 본 듯한 천사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지하 1층의 어린이갤러리1을 향하며 계단 입구에 서서 내려다보니 진홍빛 색상을 배경으로 한 천사 조각상들이 한눈에 들어오며 강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시장에 발을 디디자 감미로운 향기가 작품보다 먼저 다가온다. 이 은은한 향기의 연원은 다름 아닌 전시 작품들이었다. 작품의 재료가 비누와 향유라는 설명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향기 나는 천사 조각상이라니! 너무나 멋진 조합이 아닌가.

전시는 크게 네 가지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천사 조각상, 페인팅 시리즈, 르네상스 시기 천사 회화, 그리고 관객 참여 프로그램. 천사 조각상 시리즈는 어른 혹은 아이와 같은 다양한 모습, 흰 대리석 같은 색상 혹은 유채색 같은 다채로운 빛깔, 투명하거나 혹은 불투명하거나 등 다양하게 변주한 천사 조각상을 보여준다. 페인팅 시리즈 작품은 멀리서 보면 마치 한 폭의 추상화 같아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 역시 비누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를테면 평면 조각이랄 수 있겠다. 끓여서 녹인 다양한 색상의 비누를 틀에 부어 섞어나가며 굳힌 작품이라고 한다. 천사라는 추상적 존재를 은유하고 있다.

전시장 내에는 르네상스 시기 천사 회화의 이미지 두 점이 벽면에 래핑 되어 있다. 전시장으로 내려오는 계단 위와 아래로는 <야곱의 꿈>(조르조 바사리, 1558)이 있고, 뻥 뚫린 천장 너머에는 <천사들 무리>(멜로초 다 포를리, 1481)가 전시되어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야곱의 사다리’라는 대목을 그림으로 옮긴 <야곱의 꿈> 작품에서는 지상에서 천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고 천사들이 이 계단을 오르내린다. 전시장으로 내려오는 실제 계단과 작품 속 계단이 나란히 있는 모습이 시각적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천장 너머에 있는 <천사들 무리>는 마치 천상 세계를 올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어린이갤러리2에서는 관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향유 드로잉: 향기로 그린 천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작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 세 가지 종류의 향유인 눈 천사(Snow Angel) 향, 천사(Angel) 향, 천사의 날개(Angel Wings) 향과 색연필로 자신만의 향유 드로잉 작품을 만드는 활동이다. 또한 화장실 세면대 옆에 천사 조각상을 배치하여 그것으로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한 화장실 프로젝트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와 연계한 작가 워크숍인 ‘향기를 머금은 날갯짓’(무료)이 8월 21일과 22일에 열린다. 초등 고학년(3~6학년)을 대상으로 하며, 8월 15일 18시까지 참가 신청을 받은 후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어린이가 상상한 천사 날갯짓의 모습을 상감기법의 방식을 활용하여 비누로 조각해 보는 활동이라고 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누리집을 참고하자.

전시와 연계한 강연 프로그램인 ‘르네상스 미술에 나타난 천사들’(무료)도 8월 22일에 열린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8월 19일 오후 6시까지 누리집을 통해 선착순으로 신청 접수를 받는다.

3층에 위치한 미술 전문 자료실인 아트라이브러리의 북큐레이팅 코너에서는 신미경 작가 관련 도록과 이번 전시의 주제인 ‘천사’와 관련한 다양한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를 관람한 후 여러 궁금한 점을 풀어내기에 안성맞춤인 코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전 ⓒ이정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전 ⓒ이정규
지하 1층 어린이갤러리1로 향하는 계단에서 내려다본 전시장 전경 ⓒ이정규
지하 1층 어린이갤러리1로 향하는 계단에서 내려다본 전시장 전경 ⓒ이정규
진홍색 배경 위 천사 조각상의 배치가 시각적으로 강렬한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 ⓒ이정규
진홍색 배경 위 천사 조각상의 배치가 시각적으로 강렬한 관람 경험을 선사한다. ⓒ이정규
대리석 같지만 하얀 비누 조각이란 점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정규
대리석 같지만 하얀 비누 조각이란 점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정규
작품명 <세 천사>. 고대 그리스의 유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놀랍다. ⓒ이정규
작품명 <세 천사>. 고대 그리스의 유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놀랍다. ⓒ이정규
작품명 <엔젤 시리즈 RF>. 금박 프레임을 사용해 박물관의 예술 작품 형식을 차용했다. ⓒ이정규
작품명 <엔젤 시리즈 RF>. 금박 프레임을 사용해 박물관의 예술 작품 형식을 차용했다. ⓒ이정규
다채로운 색상의 천사 조각상이 점증하는 높이로 전시되어 있다. ⓒ이정규
다채로운 색상의 천사 조각상이 점증하는 높이로 전시되어 있다. ⓒ이정규
이러한 배치는 천사들이 지상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이정규
이러한 배치는 천사들이 지상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이정규
너머에 <천사들 무리>라는 르네상스 시기 작품 이미지가 전시되어 있다. ⓒ이정규
너머에 <천사들 무리>라는 르네상스 시기 작품 이미지가 전시되어 있다. ⓒ이정규
계단 위와 아래로 <야곱의 꿈>이라는 르네상스 시기 작품 이미지가 전시되어 있다. ⓒ이정규
계단 위와 아래로 <야곱의 꿈>이라는 르네상스 시기 작품 이미지가 전시되어 있다. ⓒ이정규
<라지 페인팅 시리즈>. 비누로 만들어진 평면 조각의 형태다. ⓒ이정규
<라지 페인팅 시리즈>. 비누로 만들어진 평면 조각의 형태다. ⓒ이정규
창가에 배치한 투명한 천사 조각상이 스테인드글라스의 느낌을 준다. ⓒ이정규
창가에 배치한 투명한 천사 조각상이 스테인드글라스의 느낌을 준다. ⓒ이정규
푸른빛의 천사상이 햇빛을 받아 환히 빛나고 있다. ⓒ이정규
푸른빛의 천사상이 햇빛을 받아 환히 빛나고 있다. ⓒ이정규
관객 참여 프로그램 ‘향유 드로잉: 향기로 그린 천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규
관객 참여 프로그램 ‘향유 드로잉: 향기로 그린 천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규
전시 작품에 사용된 세 가지 향유와 색연필로 자신만의 향유 드로잉을 만든다. ⓒ이정규
전시 작품에 사용된 세 가지 향유와 색연필로 자신만의 향유 드로잉을 만든다. ⓒ이정규
전시 작품 제작 과정과 작가 인터뷰를 담은 영상도 상영되고 있다. ⓒ이정규
전시 작품 제작 과정과 작가 인터뷰를 담은 영상도 상영되고 있다. ⓒ이정규
화장실 세면대의 천사 조각상으로 손을 씻는 화장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정규
화장실 세면대의 천사 조각상으로 손을 씻는 화장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정규
화장실 프로젝트를 위해 조각상들이 교체를 기다리며 모인 모습도 근사하다. ⓒ이정규
화장실 프로젝트를 위해 조각상들이 교체를 기다리며 모인 모습도 근사하다. ⓒ이정규
3층 아트라이브러리에서는 신미경 작가 관련 도록 등을 소개한다. ⓒ이정규
3층 아트라이브러리에서는 신미경 작가 관련 도록 등을 소개한다. ⓒ이정규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전시

○ 장소 :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 교통편 : 지하철 7호선 하계역 1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전시기간 : 2024년 6월 4일 ~ 2025년 5월 5일
○ 관람시간 : 평일(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토・일 및 공휴일-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 ‘서울 문화의 밤’ 운영 : 매월 첫째, 셋째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 휴관일 : 1월1일,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02-2124-5248

시민기자 이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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