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올라, 저 하늘! 공중도시 서울을 상상하라
곽재식 교수
발행일 2024.05.29. 13:01
곽재식 교수의 ‘서울 속 숨은 과학 찾기’ (9) 김포공항에서 찾아가는 공중 도시
제주도 하늘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
유치하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나는 아직도 가끔 비행기를 타면 너무 신기하다.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쇳덩어리가 이렇게 잘 날아오를 수 있을까? 그것도 무슨 마술사가 공중부양 시범을 보이겠다고 하는 것처럼 살짝 땅 위에서 떠오르는 정도도 아니고 수백 미터, 수천 미터 높이로 마음껏 날아올라 구름 위로 사람을 날아가게 해 줄 수 있을까? 가장 신기한 점은 그런 체험을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며칠 치 밥값 정도를 모으면 누구나 비행기표 한 장 정도는 살 수 있고 그러면 하늘을 날아 볼 수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하나 짚어 볼 수 있는 것은 1930년대에 들어서 비행기를 금속으로 만드는 기술이 산업계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처음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개발했을 때는 하늘을 날아야 하니까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주재료가 나무와 천이었다. 그런데 이런 재료로 비행기를 만들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태우고 오래 날 수 있는 튼튼한 비행기를 대량 생산하기가 어렵다. 비행기 재질이 약하다면 그만큼 비행기의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고 안정성이 떨어지면 많은 사람을 자주 태워서 비행기 표 가격을 낮추기도 어려워진다. 만일 '우리 비행기는 착륙할 때가 되면 3분의 1 정도의 확률로 뚝 부러질 수 있으니, 그때 승객 여러분은 각자 낙하산을 타고 잘 탈출하십시오' 라는 식으로 사업을 했다면, 결코 지금처럼 비행기가 널리 퍼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비행기 재료로 금속을 사용해서 튼튼하게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금속이면서도 무게가 가벼운 알루미늄이 널리 쓰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에 구리를 조금 섞어 합금을 만들고 마그네슘 등의 추가 재료도 약간 더 넣으면 가벼우면서도 상당히 튼튼한 재료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을 듀랄루민(duralumin)이라고 부르는데 비행기 제조사들이 무척 애용해 온 재료다.
여의도 공원에 가 보면 비행기 한 대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 비행기가 C-47이라고 하는 기종이다. 90년 전인 1930년대 중반부터 널리 사용된 비행기인데, 몸체를 만드는데 알루미늄을 대폭 사용한 비행기 중에 대량 생산에 성공해 자리 잡은 거의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비행기가 나오면서 과거와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민간용으로 DC-3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후, 미군에서 군용으로 사용하면서 C-47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는데, 전 세계에 아주 많이 퍼져 1만 5천대가 넘어가는 막대한 양이 생산되었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 역사와도 이래저래 인연이 있는 비행기다. 원래 서울에는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었는데 여의도를 근거지로 해서 영업하던,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사가 사용했던 비행기도 바로 DC-3였다. 광복 후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탔던 비행기도 C-47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하나 짚어 볼 수 있는 것은 1930년대에 들어서 비행기를 금속으로 만드는 기술이 산업계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다. 처음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개발했을 때는 하늘을 날아야 하니까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주재료가 나무와 천이었다. 그런데 이런 재료로 비행기를 만들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태우고 오래 날 수 있는 튼튼한 비행기를 대량 생산하기가 어렵다. 비행기 재질이 약하다면 그만큼 비행기의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고 안정성이 떨어지면 많은 사람을 자주 태워서 비행기 표 가격을 낮추기도 어려워진다. 만일 '우리 비행기는 착륙할 때가 되면 3분의 1 정도의 확률로 뚝 부러질 수 있으니, 그때 승객 여러분은 각자 낙하산을 타고 잘 탈출하십시오' 라는 식으로 사업을 했다면, 결코 지금처럼 비행기가 널리 퍼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비행기 재료로 금속을 사용해서 튼튼하게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은 금속이면서도 무게가 가벼운 알루미늄이 널리 쓰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에 구리를 조금 섞어 합금을 만들고 마그네슘 등의 추가 재료도 약간 더 넣으면 가벼우면서도 상당히 튼튼한 재료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을 듀랄루민(duralumin)이라고 부르는데 비행기 제조사들이 무척 애용해 온 재료다.
여의도 공원에 가 보면 비행기 한 대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 비행기가 C-47이라고 하는 기종이다. 90년 전인 1930년대 중반부터 널리 사용된 비행기인데, 몸체를 만드는데 알루미늄을 대폭 사용한 비행기 중에 대량 생산에 성공해 자리 잡은 거의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비행기가 나오면서 과거와는 비할 바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민간용으로 DC-3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후, 미군에서 군용으로 사용하면서 C-47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는데, 전 세계에 아주 많이 퍼져 1만 5천대가 넘어가는 막대한 양이 생산되었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 역사와도 이래저래 인연이 있는 비행기다. 원래 서울에는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었는데 여의도를 근거지로 해서 영업하던,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사가 사용했던 비행기도 바로 DC-3였다. 광복 후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탔던 비행기도 C-47이었다.
원래 서울에는 여의도에 비행장이 있었다. 여의도에 전시된 C-47 비행기
이런 과거를 돌아볼 때면, 나는 지금 한국이 비행기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산업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도 참 좋은 일일 거라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비행기는 워낙 첨단기술이 많이 들어가는 장치고, 세계 최고의 기술 선진국 소수가 장악하고 있는 제품이기는 하다. 그래서 아무래도 한국 제품이 경쟁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깊게 퍼져 있는 것 같다. 한국과 비슷한 산업 구조를 가진 이웃 나라 일본이 항공 분야에서는 미국,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로 뒤쳐져 있다는 것도 항공 산업은 엄두가 안 나는 어려운 분야라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듯싶다.
그러나 가만 숫자를 따져 보면 한국은 항공 산업을 키워 나가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나라다. 일단 한국 사람들은 비행기를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혹시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항공 노선이 어디인지 아는가? 인구가 많은 중국의 샹하이-베이징 노선일까? 비행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뉴욕-LA 노선일까? 그런데 여러 통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비행편으로 자주 지목하는 노선은 서울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을 연결하는 하늘길이다.
2019년 OAG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약 1년간 서울-제주를 오간 비행편은 7만 9,460회였다고 한다. 심야에 비행기가 다니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5분에 한대 꼴로 쉴 새 없이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는 뜻이다. 이 정도라면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사람 숫자는 매년 1천만 명이 넘어간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과 제주 사이의 하늘에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과 제주의 하늘에 항상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비행기들의 공중 도시가 있는 셈이라고 해도 별 과장은 아니다. 1년에 1천만 명이 드나드는 도시라면 도시치고도 꽤 큰 도시다.
그러나 가만 숫자를 따져 보면 한국은 항공 산업을 키워 나가기에 아주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나라다. 일단 한국 사람들은 비행기를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혹시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항공 노선이 어디인지 아는가? 인구가 많은 중국의 샹하이-베이징 노선일까? 비행기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뉴욕-LA 노선일까? 그런데 여러 통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비행편으로 자주 지목하는 노선은 서울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을 연결하는 하늘길이다.
2019년 OAG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약 1년간 서울-제주를 오간 비행편은 7만 9,460회였다고 한다. 심야에 비행기가 다니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5분에 한대 꼴로 쉴 새 없이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는 뜻이다. 이 정도라면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사람 숫자는 매년 1천만 명이 넘어간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과 제주 사이의 하늘에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과 제주의 하늘에 항상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비행기들의 공중 도시가 있는 셈이라고 해도 별 과장은 아니다. 1년에 1천만 명이 드나드는 도시라면 도시치고도 꽤 큰 도시다.
‘서울-제주’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비행편으로 자주 지목된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과 제주 사이의 하늘에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떠 있을 것이다.
서울과 제주 사이의 하늘에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떠 있을 것이다.
김포-제주 노선이 아니라고 해도 한국은 비행기를 굉장히 많이 쓰는 나라다. 국제 화물 운송량을 보면, 서울 인근의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3위, 심지어 세계 2위를 차지할 때가 자주 있다. 중국은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인구가 많고 많은 물자를 교역하는 나라인데, 인천 공항의 국제 화물 운송량은 그런 중국의 홍콩, 상하이 공항과 겨루는 수준이다.
이런 숫자가 나오는 까닭은 한국이 비행기를 사용하기에 딱 좋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에는 해외와 교류를 하기 위해 육로로 갈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러니 외부로 나가려면 비행기를 타기는 타야 한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하와이나 아이슬란드처럼 다른 나라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은 비행기를 타는데 비용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 곳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횟수 자체가 적어진다. 그에 비해 서울은 비행기를 타고 한 두 시간 갈 수 있는 거리에 제주에서 중국, 일본 도시들까지 쉽게 닿을 수 있는 목적지가 많다. 마침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등의 제품도 신속한 공급이 중요하고 무게는 가볍기 때문에 비행기를 통해서 운반하기 딱 좋다. 이에 더해서, 비극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남북 대치 상황 때문에 한국은 전투기가 많이 필요하고 각종 군용 항공기의 수요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한국은 비행기의 수요가 많은 나라다. 땅을 돌아다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한국은 성공을 거두었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배를 만드는 조선 산업에서도 한국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나 하늘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서 비행기를 만드는 산업에 도전해 본다는 것도 생각해 보면 당연히 해볼 만한 일 아닐까?
이렇게 많은 비행기들이 운항을 하게 되면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많은 비행기들을 정비하고 수리하는 기술은 반드시 같이 발달해야만 한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한국은 정비, 수리를 통해 비행기 구조를 이해하고 내부를 고칠 수 있는 경험을 갖추게 되었다. 수리 작업 중에서도 한 부품에 대해 ‘오버홀’(overhaul)이라고 부르는 완전 분해, 점검, 재조립을 하게 되면 그 부품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만 한다. 그 때문에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항공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충실히 확보할 수 있다.
서울의 김포공항 역시 많은 항공기가 드나드는 곳인 만큼 정비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비행기를 전문적으로 정비하고 수리하는 작업을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사업이라고 해서 아예 별도의 수익 활동으로 크게 운영하는 일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예전부터 부산의 김해공항과 경상남도의 사천공항에 대규모 정비, 수리 사업이 자리 잡은 상태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항공 산업에 유리한 한국의 기반으로 비행기의 주재료인 알루미늄을 비롯한 금속 재료를 가공하고 조립하는 기술이 풍부하다는 점도 나는 이야기해보고 싶다. 한국은 자동차와 각종 기계류를 잘 만들어 수출하는 만큼 금속 재료인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산업의 뿌리가 깊다. 게다가 일종의 유행인지 양은냄비에서부터 알루미늄을 입힌 돗자리까지 한국인이 알루미늄 제품을 유독 좋아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서울의 아파트나 빌라를 보면 속어로 흔히 ‘섀시’라고 부르는 베란다용 창문을 덧대어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건축용 재료로도 한국에서는 알루미늄이 인기 있다.
임병용 선생은 한 논문에서 2017년 기준 한국은 세계 5대 알루미늄 소비 국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알루미늄을 소비한다는 것이 알루미늄을 먹거나 땔감으로 태운다는 뜻은 아닐 테니, 갖가지 형태로 온갖 물건을 알루미늄으로 그만큼 아주 많이 만드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한국은 알루미늄 생산에서도 좋은 환경을 갖춘 나라다. 한반도에 묻힌 자원이 별로 없다 보니 알루미늄을 돌에서 빼내는 제련 작업이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재활용이 잘 되는 재료이기에 한국에는 세계 수준의 초대형 알루미늄 재활용 공장이 있다. 그래서 재활용을 통해 알루미늄 제품을 만들 원료를 얼마든지 생산해 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은 세계적으로 분리수거가 굉장히 잘 되고 있는 나라다. 또 아파트에 밀집해서 사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버린 알루미늄을 모아 오기도 극히 편리한 곳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서울에서 분리수거된 캔만 해도 6천 톤이 넘는다고 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렇게 보면 서울은 귀중한 알루미늄이 넘쳐흐르는 도시다.
이런 숫자가 나오는 까닭은 한국이 비행기를 사용하기에 딱 좋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에는 해외와 교류를 하기 위해 육로로 갈 수 있는 길이 없다. 그러니 외부로 나가려면 비행기를 타기는 타야 한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하와이나 아이슬란드처럼 다른 나라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은 비행기를 타는데 비용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 곳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하는 횟수 자체가 적어진다. 그에 비해 서울은 비행기를 타고 한 두 시간 갈 수 있는 거리에 제주에서 중국, 일본 도시들까지 쉽게 닿을 수 있는 목적지가 많다. 마침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등의 제품도 신속한 공급이 중요하고 무게는 가볍기 때문에 비행기를 통해서 운반하기 딱 좋다. 이에 더해서, 비극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남북 대치 상황 때문에 한국은 전투기가 많이 필요하고 각종 군용 항공기의 수요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한국은 비행기의 수요가 많은 나라다. 땅을 돌아다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산업에서 한국은 성공을 거두었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배를 만드는 조선 산업에서도 한국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나 하늘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서 비행기를 만드는 산업에 도전해 본다는 것도 생각해 보면 당연히 해볼 만한 일 아닐까?
이렇게 많은 비행기들이 운항을 하게 되면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많은 비행기들을 정비하고 수리하는 기술은 반드시 같이 발달해야만 한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한국은 정비, 수리를 통해 비행기 구조를 이해하고 내부를 고칠 수 있는 경험을 갖추게 되었다. 수리 작업 중에서도 한 부품에 대해 ‘오버홀’(overhaul)이라고 부르는 완전 분해, 점검, 재조립을 하게 되면 그 부품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만 한다. 그 때문에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항공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충실히 확보할 수 있다.
서울의 김포공항 역시 많은 항공기가 드나드는 곳인 만큼 정비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비행기를 전문적으로 정비하고 수리하는 작업을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 사업이라고 해서 아예 별도의 수익 활동으로 크게 운영하는 일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예전부터 부산의 김해공항과 경상남도의 사천공항에 대규모 정비, 수리 사업이 자리 잡은 상태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항공 산업에 유리한 한국의 기반으로 비행기의 주재료인 알루미늄을 비롯한 금속 재료를 가공하고 조립하는 기술이 풍부하다는 점도 나는 이야기해보고 싶다. 한국은 자동차와 각종 기계류를 잘 만들어 수출하는 만큼 금속 재료인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산업의 뿌리가 깊다. 게다가 일종의 유행인지 양은냄비에서부터 알루미늄을 입힌 돗자리까지 한국인이 알루미늄 제품을 유독 좋아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서울의 아파트나 빌라를 보면 속어로 흔히 ‘섀시’라고 부르는 베란다용 창문을 덧대어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건축용 재료로도 한국에서는 알루미늄이 인기 있다.
임병용 선생은 한 논문에서 2017년 기준 한국은 세계 5대 알루미늄 소비 국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알루미늄을 소비한다는 것이 알루미늄을 먹거나 땔감으로 태운다는 뜻은 아닐 테니, 갖가지 형태로 온갖 물건을 알루미늄으로 그만큼 아주 많이 만드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한국은 알루미늄 생산에서도 좋은 환경을 갖춘 나라다. 한반도에 묻힌 자원이 별로 없다 보니 알루미늄을 돌에서 빼내는 제련 작업이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재활용이 잘 되는 재료이기에 한국에는 세계 수준의 초대형 알루미늄 재활용 공장이 있다. 그래서 재활용을 통해 알루미늄 제품을 만들 원료를 얼마든지 생산해 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은 세계적으로 분리수거가 굉장히 잘 되고 있는 나라다. 또 아파트에 밀집해서 사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버린 알루미늄을 모아 오기도 극히 편리한 곳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서울에서 분리수거된 캔만 해도 6천 톤이 넘는다고 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렇게 보면 서울은 귀중한 알루미늄이 넘쳐흐르는 도시다.
한국산 전투기 FA-50
이런 바탕 위에서 한국의 비행기 제조 산업은 요즘 조금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한국산 민간용 대형 항공기가 잘 팔리는 시대는 좀 멀어 보인다. 하지만, FA-50 같은 국산 전투기와 동일 계열의 훈련기는 벌써 70대 이상의 수출 실적을 달성하면서 세계 시장에 잘 자리 잡은 상태다. 민간 영역에서도 국산 헬리콥터 수리온이 소방서, 경찰서 같은 관공서에서 사용되면서 실적을 조금씩이나마 쌓고 있다.
무엇보다 알루미늄과 각종 가공 기술을 잘 개발해 놓은 여러 국내기업들이 세계 주요 비행기 제조 회사들에게 부품을 만들어 판매한 경험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부드럽게 곡선으로 금속을 가공해야 하는 몇몇 영역에서는 국내 부품 생산 기업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사례도 있어 보인다. 비행기의 맨 뒤, 꼬리 부분이나 비행기 날개 맨 끝자락이 살짝 위로 휘어져 올라간 부분 등등이 한국 업체들의 주요 생산품이다.
현대의 비행기 개발을 위해서는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한 설계와 각종 계산 작업이 중요한데, 마침 한국은 IT산업이 발달해 있고 수학에 뛰어난 인재들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나는 이 역시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게 해 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전기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드론이 점점 더 많아진다거나, 비행기에 사용되는 연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지는 등 세계의 비행기 제조 산업은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 변화를 잘만 이용하면 미래의 새로운 산업계에서 한국 비행기가 성장할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세대에는 여의도의 C-47 맞은 편에, 한국의 서울에서 개발된 비행기가 새 시대를 상징하는 기종으로 전시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무엇보다 알루미늄과 각종 가공 기술을 잘 개발해 놓은 여러 국내기업들이 세계 주요 비행기 제조 회사들에게 부품을 만들어 판매한 경험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부드럽게 곡선으로 금속을 가공해야 하는 몇몇 영역에서는 국내 부품 생산 기업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사례도 있어 보인다. 비행기의 맨 뒤, 꼬리 부분이나 비행기 날개 맨 끝자락이 살짝 위로 휘어져 올라간 부분 등등이 한국 업체들의 주요 생산품이다.
현대의 비행기 개발을 위해서는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한 설계와 각종 계산 작업이 중요한데, 마침 한국은 IT산업이 발달해 있고 수학에 뛰어난 인재들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나는 이 역시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게 해 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전기를 이용해 하늘을 나는 드론이 점점 더 많아진다거나, 비행기에 사용되는 연료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지는 등 세계의 비행기 제조 산업은 최근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이 변화를 잘만 이용하면 미래의 새로운 산업계에서 한국 비행기가 성장할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다음 세대에는 여의도의 C-47 맞은 편에, 한국의 서울에서 개발된 비행기가 새 시대를 상징하는 기종으로 전시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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