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덕후의 구석구석 문화답사기…동대문~청량리 누비다

시민기자 최정환

발행일 2024.03.28. 11:00

수정일 2024.03.28. 17:45

조회 818

도시형 한옥 골목 현장 답사. 경동시장 안쪽 골목에 들어선 양옥 양식과 혼합된 소규모의 도시형 한옥 단지 ⓒ최정환
도시형 한옥 골목 현장 답사. 경동시장 안쪽 골목에 들어선 양옥 양식과 혼합된 소규모의 도시형 한옥 단지 ⓒ최정환

서울은 유서 깊고 거대한 도시다. 많은 시민들은 이를 자랑으로 삼곤 하지만, 정작 너무 깊고 넓은 역사문화를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이런 시민들을 위한 서울 역사문화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해 운영되는 이 답사에는 시민들에게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그 이해를 높이고자 역사학자까지 초빙된다.

2024년 서울역사문화답사‘특색있는 서울 지역의 역사와 문화 – 강북편’이라는 주제로 2024년 3~6월, 9~11월 중 월 1회씩 총 7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답사지는 청량리, 동대문·창신동, 해방촌·이태원, 뚝섬, 마포, 창동, 인현동 등 강북 7개 지역이다.

서울 전체를 한 단위로 언급할 수 있는, 국가 규모의 역사에 비해서 이들 지역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역사문화를 체험하기에는 더욱 가치있다. 너무 커서 한눈에 담으려면 사진이나 문장으로 표현해야 하는 도시 전체와 달리, 이런 ‘동네’의 역사는 직접 찾아가 거리와 건물을 바로 살피는 생생한 경험이 가능하다.

답사에 꼭 가고 싶습니다! 신청부터 추첨까지

기자는 3월 청량리 답사를 신청했다. 3월 23일 토요일, ‘동부 서울의 교통 요충지, 동대문~청량리’를 주제로 서울시립대학교 최인영 교수가 참여한다. 청량리역에서 환승을 해 본 적은 있으면서, 왜 하필 청량리가 그런 교통의 요지가 되었는가 하는 궁금증을 풀 수 있을 듯했다.

동대문에서 청량리에 이르는 교통의 요지는 1899년 동대문 전차역 개통 이래 꾸준히 변모해왔다. 1988년까지 전차가 다니며 서울 도심과 외곽을 연결했고, 지방민들이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는 길이기도 했다. 이런 역사 속 교통 변화와 교통을 중심으로 생겨난 여러 시장 이야기를 살핀다는 설명이 필자와 같은 역사덕후의 마음을 이끌었다.

참가자는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을 통해서 모집했다. 각 회차별 인원은 40명씩이고, 그 이상일 경우 추첨을 통해 선정한다.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의 경우 첫 화면 배너에서 접근 경로를 찾을 수 있었다. 신청 페이지로 들어가면 서울역사편찬원의 소개글과 답사 세부 일정, 프로그램 전체 일정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은 좀 더 복잡하다. 원체 많은 공공서비스들이 있는 탓이다. 그러나 ‘답사’라는 두 글자로만 검색해도 바로 찾던 신청 메뉴가 확인된다. 신청 페이지로 들어가면 3월 답사의 경로, 선정 방식 정보가 쓰여 있다. 40명 이상 신청 시 추첨으로 선정한다는 정보에 살짝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서울 공공서비스 예약 화면(좌), 답사 상세설명(우)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서울 공공서비스 예약 화면(좌), 답사 상세설명(우)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신청은 한 번에 4명까지도 할 수 있었지만, 기자는 혼자이므로 1명을 선택했다. 신청하자 예약 완료 페이지에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내용이 서울톡으로부터도 도착했다. 여기서 선정되기만 한다면 무료로 질 높은 역사문화 답사에 참여할 수 있다. 신청한 뒤 한동안 가슴 졸이다가 추첨을 통해 선정되었다. 무려 10대 1이 넘는 경쟁률 속에서 살아 남았다.

드디어 떠나는 '동대문~청량리' 답사!

대망의 3월 23일, 일정에 맞추어 동대문역으로 찾아갔다. 출발지에서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번이 9차 답사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준비부터 엄청났다. 강사와 통솔인원으로 참여한 교수 및 서울역사편찬원 연구원들, 답사 코스에 따라 상세한 자료와 설명이 담긴 자료집, 심지어 송수신기와 이어폰까지 있었다.
지급물품으로 답사 자료집과 송수신기 등이 지급된다. 명찰과 송수신기는 답사 종료 시 반납해야 하지만, 자료집은 챙길 수 있다. ⓒ 최정환
지급물품으로 답사 자료집과 송수신기 등이 지급된다. 명찰과 송수신기는 답사 종료 시 반납해야 하지만, 자료집은 챙길 수 있다. ⓒ 최정환

이때 수신기와 이어폰이라 함은 강사의 목소리가 멀리 들리지 않는 야외 답사를 위해 준비된 특수무기라 할 수 있다. 강사가 마이크를 쥐고 설명하면, 야외 단체 답사 특성상 필연적으로 강사와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수신기와 이어폰을 통해 강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길게 늘어지는 답사 행렬 끝에 있더라도 선두의 강사가 말해주는 설명을 빠짐없이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지급물품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는데,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설명도 역시 굉장히 유익했던 덕분이다. 강사는 현장과 자료집을 적절히 오가며 동대문에서 청량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장소들에 관한 설명을 풀어냈다. 심지어 애초 코스 설명이나 자료집에 없던 정보라도 길을 가다가 설명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에서는 마이크를 들었다. 덕분에 4시간에 걸쳐 도보로 진행되는 일정이 전부 역사와 문화로 가득할 수 있었다.

답사는 동대문 앞, 동대문 전차차고 터에서 시작해 경성궤도주식회사 터, 신설동 경마장 터, 동마장 버스터미널 터, 옛 성동역 터, 경동시장,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청량리 미주아파트를 거쳐 청량리역에서 마무리됐다. 답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13시부터 17시까지 약 4시간에 걸쳐 도보로 이동하며 때로는 터만 표시하는 표지석, 아직 일부가 남은 건축물, 한참 변해서 상전벽해로 변한 역사의 현장을 답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찾을 수 있는 전차, 경마, 시장, 주거, 교통 문화를 느끼게 되었다.
답사코스 지도. 답사 자료집을 통해 코스와 그 코스의 역사가 소개됐다. ⓒ서울역사편찬원
답사코스 지도. 답사 자료집을 통해 코스와 그 코스의 역사가 소개됐다. ⓒ서울역사편찬원

인터넷으로는 알 수 없는 현장의 경험

답사 과정에서 현장을 직접 찾는 역사문화답사의 가치를 알 수 있었다. 특히 필자가 인상적이었던 점은, 특별한 역사적 가치를 눈으로 직접 보고 발로 직접 걷는 경험이었다. 이번 답사에서 그 대표적인 장소는 청량리역 인근, 경동시장과 청량리농수산물시장 일대에 형성된 도시형 한옥 골목이었다. 무척 협소한 골목이었지만, 서울에 이런 형태의 가옥이 존재했었다는 역사를 눈으로 직접 보니 새로웠다.

현장 답사의 가치는 그 골목을 눈으로 직접 본다는 점도 대단하지만, 오직 그것만은 아니었다. 그 답사가 훌륭한 강사 및 연구원들과 함께 상호작용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실제로 도시형 한옥을 본 뒤 이동하는 길, 필자가 강사에게 따로 질문하자 서울역사편찬원 연구원과 함께 친절한 답변을 돌려주기도 했다.

이렇듯 일방적인 강의에 그치지 않는 답사는 개인적 경험을 떠나서도 대단했다. 강사는 연령대가 높은 답사 참가자들에게 과거의 기억, 추억을 되살리는 질문을 던져가며 답사를 이끌었다. 청량리 일대 버스, 철도 교통의 과거를 설명하며 지금의 모습이 되기 전 예전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냐는 식이다. 그 질문에 고령의 시민 참여자들도 예전 혼수 마련하던 때, 군 복무하던 때 등 답사 현장에 각자의 추억을 덧씌워보며 회상에 잠길 수 있었다. 답사에서 다루는 ‘역사’는 결코 경험하지 못한 나이대도 충분히 그 시절의 ‘문화’는 짐작할 수 있을 만한 문답이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이동 중에도 유익한 설명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청계천변, 경동시장 진입 전 서울약령시(한약재 시장) 등은 걸어야 할 거리는 긴 데 반해 특별히 멈춰서까지 설명할 만한 답사 장소가 없다. 그러나 그런 노상이라도,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옛 시민아파트 건물, 상가를 소개하며 설명하거나 시장의 역사 및 전망을 정리했다. 덕분에 답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답사 자료집을 읽으면서 도보 답사를 흥미롭게 계속할 수 있었다.
서울약령시 및 경동시장. 답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걸어가면서도 수신기와 이어폰에 힘입어 흥미로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최정환
서울약령시 및 경동시장. 답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걸어가면서도 수신기와 이어폰에 힘입어 흥미로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최정환

마지막은 이 모든 역사문화답사가 그저 피상적인 검색 결과로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의 역사적 전문성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박사급 강사가 열과 성을 다해 사진자료를 찾고 연구자료를 정리해 만든 답사 자료집만 해도 엄청난 가치다. 여기에 자료집에도 없는 역사문화를 이동 중에도 끊임없이 설명해준다. 혼자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려 했다면, 결코 길가의 시민아파트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며 설령 유명한 역사적 장소를 콕 집어 찾아보더라도 깔끔하고 정확한 정보를 정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이라는 한 도시의 역사에 집중하는 역사편찬 기관이다. 한국사, 세계사처럼 역사를 크게 조망하지는 않지만,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만 두고 보면 가장 전문성있다. 지금까지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쉽게 읽는 서울사> 시리즈, 가장 최근 출판된 <돌에 새긴 서울사> 등을 발간했다. 동시에 그와 연관되는 강좌를 열어 시민들의 교양을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이번 답사 역시 그 연장선이다.

그렇게 준비된 답사에 직접 참여해보니, 서울역사편찬원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민들에게 품고있는 애정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이 서울역사편찬원의 애정어린 역사문화답사는 앞으로 11월까지 매달, 각기 다른 지역을 주제로 이뤄진다. 관심있는 시민들은 4월 답사부터라도, 혹은 관심있는 주제를 다루는 달에 참여해보기 바란다.
'특색있는 서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강북편' 전체 일정 ⓒ서울역사편찬원
'특색있는 서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강북편' 전체 일정 ⓒ서울역사편찬원

서울역사편찬원

○ 위치 : 서울특별시 올림픽로 424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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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02-413-9622

시민기자 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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