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매하기 좋은 봉은사, 명상길까지 걸어 봄(春)직 아니한가!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4.03.27. 11:00

수정일 2024.03.27. 14:35

조회 1,534

지금 봉은사에 가면 봄의 전령사, 홍매화를 구경할 수 있다. ⓒ윤혜숙
지금 봉은사에 가면 봄의 전령사, 홍매화를 구경할 수 있다. ⓒ윤혜숙

남도에선 하루가 멀다고 봄꽃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이맘때 지인들이 SNS에서 올리는 홍매화 사진을 보면 마음은 벌써 남도에 가 있다. 

하지만 멀리 남도에 가지 않아도 서울에서 봄의 전령사, 홍매화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3월 중 봉은사를 방문하면 된다. 
봉은사 가는 길은 9호선 전철을 타고 봉은사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윤혜숙
봉은사 가는 길은 9호선 전철을 타고 봉은사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윤혜숙

봉은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매화나무를 찾아서

봉은사 가는 길은 9호선 전철을 타고 봉은사역에 내려서 1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절이라 그런지 평일 한낮인데도 봉은사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봉은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일주문’(一柱門)이다. 봉은사에서는 이 문을 ‘진여문’이라 한다. 진여(眞如)란,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뜻한다. 따라서 진여문에 들어선다는 것은 곧 부처님의 세상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진여문을 지나면 ‘법왕루’(法王樓)가 나온다. 법왕루는 법의 왕, 즉 부처님이 계시는 곳을 말하며, 대웅전과 마주하여 누각으로 세워져 있다. 법왕루를 지나면 3층 석탑이 있는 경내가 나온다. 
  • 법왕루와 대웅전 사이 경내에 연등이 빼곡히 매달려 있다. ⓒ윤혜숙
    법왕루와 대웅전 사이 경내에 연등이 빼곡히 매달려 있다. ⓒ윤혜숙
  • 3층 석탑을 돌면서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혜숙
    3층 석탑을 돌면서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혜숙
  • 법왕루와 대웅전 사이 경내에 연등이 빼곡히 매달려 있다. ⓒ윤혜숙
  • 3층 석탑을 돌면서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혜숙

법왕루를 나오자마자 하늘을 가득 메운 연등이 진풍경을 연출했다. 형형색색 연등 아래 기자도 잠시 멈춰서서 마음속으로 안녕을 기원하며 대웅전으로 향했다. 
대웅전에 보물 제1819호로 지정된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이 있다. ⓒ윤혜숙
대웅전에 보물 제1819호로 지정된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이 있다. ⓒ윤혜숙

대웅전에는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이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조각승인 승일 스님의 손을 거친 삼불좌상은 보물 제1819호로 지정돼 있다. 삼불좌상 모두 조각적으로 우수하고, 발원문을 갖추고 있어 17세기 중후반의 불교 조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성보로 평가받고 있다. 
3월 이맘 때면 봉은사에 피어난 홍매화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윤혜숙
3월 이맘 때면 봉은사에 피어난 홍매화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윤혜숙

봉은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홍매화는 ‘영각’ 부근에서 만날 수 있다. 대웅전 오른쪽으로 난 좁은 계단을 오르면 ‘영각’이 나타난다. 오늘 봉은사를 방문한 대다수 사람은 홍매화를 구경하러 온 듯, 매화나무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로 인해 사진을 찍는 게 힘들 정도였다. 
홍매화를 바라보면서 비로소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윤혜숙
홍매화를 바라보면서 비로소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윤혜숙

매화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꽃 자체는 여리여리하면서도 화려해 보인다. 모진 추위에도 불구하고 꽃을 피워내기에 강인하고 고고한 자태를 자랑한다. 그런 매화의 매력에 사람들이 끌리나 보다. 
영각 주변 산수유도 막 노오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윤혜숙
영각 주변 산수유도 막 노오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윤혜숙
야외에 있는 미륵대불 앞을 오가던 사람들이 합장하고 있다. ⓒ윤혜숙
야외에 있는 미륵대불 앞을 오가던 사람들이 합장하고 있다. ⓒ윤혜숙

홍매화를 구경한 뒤 ‘미륵대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야외에 모셔둔 거대한 불상이다. 1996년에 완공된 봉은사 성보로서 높이 23m에 이르는 국내 최대 크기의 부처님상이다.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든 거대한 불상 앞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경건하게 합장한다.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판전의 편액을 추사 김정희 선생이 썼다. ⓒ윤혜숙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판전의 편액을 추사 김정희 선생이 썼다. ⓒ윤혜숙

미륵대불에서 왼쪽으로 가면 ‘판전’이 나온다.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데다가 판전 편액이 한눈에 봐도 그 글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쓴 마지막 글씨라고 한다. 현재 서울시 유형문화재 84호로 지정돼 있다. 

봉은사 경내에 있는 크고 작은 전각 중의 하나이기에 그냥 지나칠 법하나, 봉은사를 방문한 김에 추사 김정희가 쓴 글씨를 찾아보는 것도 봉은사를 관람하는 재미라고 하겠다.
봉은사 경내를 둘러싼 숲에 봉은사 명상길을 조성해서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윤혜숙
봉은사 경내를 둘러싼 숲에 봉은사 명상길을 조성해서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윤혜숙

봄꽃 만큼이나 힐링을 선사하는 봉은사 ‘명상길’

이제 봉은사 경내를 둘러봤으니 봉은사 명상길을 걸어야겠다. 봉은사 명상길은 지난 2021년 4월 강남구가 봉은사와 민간 토지 사용 및 조성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고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사찰을 방문하는 신도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면서 명상뿐만 아니라 도심 숲속에서 휴식과 문화, 관광을 즐길 수 있어 강남의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 봉은사 명상길에서 내려다 본 봉은사 경내의 전경 ⓒ윤혜숙
    봉은사 명상길에서 내려다 본 봉은사 경내의 전경 ⓒ윤혜숙
  • 봉은사를 방문한 뒤 봉은사 명상길을 걷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윤혜숙
    봉은사를 방문한 뒤 봉은사 명상길을 걷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윤혜숙
  • 약 20분 가량 1.1km 봉은사 명상길을 걸으면서 자연에 가까워질 수 있다. ⓒ윤혜숙
    약 20분 가량 1.1km 봉은사 명상길을 걸으면서 자연에 가까워질 수 있다. ⓒ윤혜숙
  • 봉은사 명상길에서 내려다 본 봉은사 경내의 전경 ⓒ윤혜숙
  • 봉은사를 방문한 뒤 봉은사 명상길을 걷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윤혜숙
  • 약 20분 가량 1.1km 봉은사 명상길을 걸으면서 자연에 가까워질 수 있다. ⓒ윤혜숙

사람들로 번잡한 봉은사 경내완 달리 봉은사 명상길은 이름처럼 명상하기 좋았다. 숲길 주위에 듬성듬성한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을 번갈아 보면서 천천히 걷다 보니 이곳이 도심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약 20분 가량 1.1km의 명상길을 걸으면서 한층 자연과 가까워진 듯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 빌딩숲에 가려진 봉은사에도 봄이 찾아왔다.ⓒ윤혜숙
서울 도심 한복판 빌딩숲에 가려진 봉은사에도 봄이 찾아왔다.ⓒ윤혜숙

지금 봉은사에 가면 홍매화를 볼 수 있다. 곧 산수유꽃도 만개할 테고 목련, 벚꽃도 차례대로 피어날 것이다. 

멀리 남도에 가지 못한다면 반나절 시간을 내어 봉은사를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봄나들이 삼아 봉은사에서 봄꽃 구경도 하고 명상길도 걸어보자. 새봄, 복잡한 번뇌는 절로 사라지고 따뜻한 마음의 위안을 찾게 될 것이다.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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