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 불끈~ 서대문독립공원서 되새긴 그날의 함성!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4.03.04. 11:00

수정일 2024.03.04. 19:07

조회 468

제105주년 3.1절을 기념하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음악회가 열렸다.ⓒ윤혜숙
제105주년 3.1절을 기념하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음악회가 열렸다.ⓒ윤혜숙

제105주년 3.1절을 기념하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하 임정기념관) 의정원 홀에서 음악회가 열렸다.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서대문구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 중의 하나였다.

3월 1일 오후 3시 공연에 앞서 독립문역 사거리에 도착했다. 건널목을 건너면 서대문독립공원이 있다. 독립문을 중심으로 공원 곳곳에서 3.1절 기념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님들이 많았다. 식민지 시절과 전쟁을 겪지 않은 아이들에게 3.1절의 의미를 몸소 일깨워줄 수 있는 체험의 현장이었다.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손바닥 도장 찍기 체험하는 아이들이 많았다.ⓒ윤혜숙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손바닥 도장 찍기 체험하는 아이들이 많았다.ⓒ윤혜숙

독립문을 지나 서재필 박사 동상 사이에 바닥에 하얀 장막이 깔려 있었다.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바닥을 장막 위에 갖다 대니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른바 손바닥 도장이다. 손바닥 도장을 보자마자 불현듯 안중근 의사의 손바닥 도장이 생각났다. 지나간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았던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손바닥에 물감을 칠해서 바닥에 찍어대는 아이들의 모습이 제법 진지해 보였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기다란 담벼락을 따라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이 이어졌다.ⓒ윤혜숙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기다란 담벼락을 따라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이 이어졌다.ⓒ윤혜숙

서대문독립공원을 가로질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일본제국주의가 지은 근대식 감옥이다. 1908년 10월에 문을 열어 1987년 11월에 폐쇄될 때까지 80년 동안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식민 지배에 맞섰던 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갇혔으며, 해방 후에는 독재 정권과 군사 정권에 저항했던 민주화 운동가들이 갇혔던 역사의 현장이다.

오늘따라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밀 정도다. 과거 이곳에 갇혔던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차디찬 감방에서 오돌오돌 떨면서 지냈을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역사관에 입장하기 위해 담벼락을 따라 줄지어 선 행렬을 보면서 그분들의 고초를 떠올려봤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외벽에 ‘대한민국. 여기서 시작하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윤혜숙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외벽에 ‘대한민국. 여기서 시작하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윤혜숙

기다란 역사관 담벼락을 지나면 언덕 위에 우뚝 선 임정기념관이 보인다. 기념관 외벽에 파란색 바탕에 하얀색 글자로 쓰인 ‘대한민국. 여기서 시작하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탄압 받았던 항일 독립운동가의 고난이 오롯이 새겨진 곳이라면 임정기념관은 암울한 식민지 시기에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졌던 곳을 기념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그 시작이 대한민국임시정부였다. 임정기념관이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위치마저도 역사적인 맥락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함신익 예술감독과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이 연주했던 프로그램 곡은 3.1절에 맞춰서 선정되었다.ⓒ윤혜숙
함신익 예술감독과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이 연주했던 프로그램 곡은 3.1절에 맞춰서 선정되었다.ⓒ윤혜숙

지하 1층 의정원 홀의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저마다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의정원 홀 입구에서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태극기를 나눠 줬다. 의정원 홀이 오케스트라 공연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오늘의 음악회가 어떨지 궁금했다. 하지만 기자의 우려를 불식하고도 남는 공연이었다. 함신익 예술감독과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이 연주했던 프로그램 곡은 3.1절에 맞춰서 특별히 선정한 듯 우리의 굴곡진 역사를 표현하고 있었다.
공연 도중 관객들은 의정원 홀에 입장하면서 받은 태극기를 흔들면서 환호했다.ⓒ윤혜숙
공연 도중 관객들은 의정원 홀에 입장하면서 받은 태극기를 흔들면서 환호했다.ⓒ윤혜숙

일제강점기가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이다. 당시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던 우리 선조들이 1919년 3월 1일 일제에 맞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그 이후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되었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구심점으로 하는 독립운동이 전개되었다. 국내외 곳곳에서 일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독립운동을 진행했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도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역사의 굴곡을 프로그램이 담아내고 있었다.

첫 곡이 ‘로마의 소나무 2악장, 카타콤 부근의 소나무’였다. 카타콤은 로마 시대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신을 찬양하고 생활하던 지하 교회이다. 마치 일제강점기 일제의 눈을 피해 독립운동을 전개해야 했던 우리 선조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많은 관객들이 프로그램 북에 실린 가사를 보면서 3.1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윤혜숙
많은 관객들이 프로그램 북에 실린 가사를 보면서 3.1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윤혜숙

‘수수께끼 변주곡 제9번, 님로드’에 이어 ‘3.1절 노래’가 있었다.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서 태극기를 흔들면서 노래를 불렀다. 가사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서 프로그램 북에 가사를 실었다. 기자의 앞에 착석했던 노부부는 가사를 보면서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마치 105년 전 오늘로 되돌아간 듯 관객들은 특히 “대한독립만세” 부분에서 힘차게 큰소리를 내었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
이 날은 우리의 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
  • 소프라노 김순영이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과 협연하고 있다.ⓒ윤혜숙
    소프라노 김순영이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과 협연하고 있다.ⓒ윤혜숙
  • 첼리스트 김정아와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과 협연하고 있다.ⓒ윤혜숙
    첼리스트 김정아가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과 협연하고 있다.ⓒ윤혜숙
  • 소프라노 김순영이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과 협연하고 있다.ⓒ윤혜숙
  • 첼리스트 김정아와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과 협연하고 있다.ⓒ윤혜숙

다음 곡 ‘애국가’도 관객들이 다 같이 불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스코틀랜드 민요인 ‘작별’에 맞춰서 불렀던 버전과 안익태가 작곡한 지금의 버전, 두 곡을 차례대로 불렀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든 애국가를 부를 때면 애국심이 불끈 솟아날 것이다. 그런 모두의 마음이 모여서일까? 의정원 홀이 떠나갈 듯 목소리가 커졌다.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과 협연하는 곡도 있었다. 소프라노 김순영이 ‘아름다운 노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뜨겁게 입맞춤하는 내 입술’을 불렀다. 또한 첼리스트 김정아가 ‘헝가리안 랩소디’를 연주했다. 

프로그램의 후반부는 여러 행진곡을 연주했다. ‘오페라 아이다 중 개선행진곡’, ‘위풍당당 행진곡’, ‘조국찬가’를 차례대로 연주했다. 일제강점기 끊임없는 항일 독립운동 끝에 마침내 일제 치하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그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3.1절이 아닌 평상시에도 우리의 역사를 알려주는 행사가 자주 열리길 바란다는 시민의 당부가 있었다.ⓒ윤혜숙
3.1절이 아닌 평상시에도 우리의 역사를 알려주는 행사가 자주 열리길 바란다는 시민의 당부가 있었다.ⓒ윤혜숙

함신익 예술감독은 곡을 연주하기 전 곡에 대한 해설을 덧붙였다. 지휘봉을 잡고 오케스트라, 심포니 송 단원들을 이끌고 연주할 때 엄중해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해설할 때는 친근한 동네 아저씨와도 같았다. 그래서 객석에서 자꾸만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1층 복합문화공간에 ‘하늘 높이 태극기’ 전시가 열리고 있다.ⓒ윤혜숙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1층 복합문화공간에 ‘하늘 높이 태극기’ 전시가 열리고 있다.ⓒ윤혜숙

음악회가 끝난 뒤 옆자리에 착석했던 관객을 인터뷰했다. 중학교 교사인 그는 동료 교사의 권유로 음악회에 왔다고 한다. 그는 “3.1절 행사라고 하지만 그냥 가볍게 음악을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왔어요. 그런데 곡의 해설을 들으면서 곡을 감상해보니 3.1절의 취지에 맞춘 선곡이었다는 생각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어요. 곡에 얽힌 배경지식도 알게 되어서 여러모로 유익하고 뜻깊은 행사였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3.1절이 빨간 날이어서 아이들은 공휴일의 하나로 인식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행사에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3.1절의 의미도 알아보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아요. 당장 개학하면 저희 반 학생들에게 지나간 3.1절에 대해서 알려줘야겠어요. 이런 행사가 평상시에도 자주 열려서 우리의 역사를 일깨워주는 기회를 마련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한다.
태극기를 만드는 체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국기, 태극기를 알게 되었다.ⓒ윤혜숙
태극기를 만드는 체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국기, 태극기를 알게 되었다.ⓒ윤혜숙

음악회가 끝났어도 관객들은 임정기념관을 떠나지 않았다. 1층 복합문화공간에 ‘하늘 높이 태극기’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태극기를 만드는 체험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 또한 벽면에 부착된 커다란 태극기에 스티커를 붙여서 태극기를 완성해가는 체험도 있다. 그리고 3.1운동 당시 사용된 태극기,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사용한 태극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아마도 1층에서 시간을 보낸 아이들은 우리나라의 국기, 태극기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태극기를 자신 있게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기자가 만나 본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는 “태극기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자세히 본 적이 없었어요. 이젠 태극기를 정확히 그릴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서대문독립공원 인근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있다.ⓒ윤혜숙
서대문독립공원 인근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있다.ⓒ윤혜숙

3월 1일은 3.1절이다. 개학을 앞두고 집에서 맞이하는 국경일이어서 여느 국경일에 비해 관심이 덜할 수 있다. 하지만 무수한 외세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웠던 우리의 역사가 있다. 우리 선조들의 항일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나라는 독립국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3.1절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

이런 날 자녀들과 함께 서대문독립공원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대문독립공원과 인접한 곳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있다. 아이들이 책에서 접했던 우리의 역사를 현장에서 체험할 기회이다.

서대문독립공원

ㅇ주소: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47 독립문역
ㅇ찾아가는 길: 독립문역 4번 출구에서 151m
ㅇ문의: 02-3140-8305

서대문형무소역사관

ㅇ주소: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51 서대문형무소역사관
ㅇ찾아가는 길: 독립문역 5번 출구에서 309m
ㅇ영업시간: 화~일요일 09:30 – 18:00( 입장(발권)마감은 관람종료 30분 전)
ㅇ정기휴무 (매주 월요일)
ㅇ누리집: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페이스북
☞ 원스토어
ㅇ문의: 02-360-8590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ㅇ주소: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79-24
ㅇ찾아가는 길: 독립문역 5번 출구에서 356m
ㅇ영업시간: 화~일요일 10:00 – 18:00 (관람종료 1시간 전에 입장 마감)
ㅇ누리집: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인스타그램
☞유튜브
ㅇ문의: 02-772-8708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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