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녹이는 청년봉사단체…'동행'하니 따뜻해요

시민기자 조시승

발행일 2023.12.20. 10:49

수정일 2023.12.26. 14:57

조회 2,208

성동구 청년봉사단체 ‘작은 거인들’이 플로깅 활동 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조시승
성동구 청년봉사단체 ‘작은 거인들’이 플로깅 활동 전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조시승

지난 12월 17일 올겨울 최강 한파로 서울전역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날, 기온은 영하12.4도까지 뚝 떨어졌다. 밤새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이날, 오전 9시 30분 영하11도의 추운 날씨에도 왕십리역 시계탑 인근에는 청소년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성동구자원봉사센터 소속 '작은 거인들' 청년봉사단체 소속 요원들이다.

"OO님 반가워요. 추운데도 나오셨네요.", "OO씨 오랜만에 봅니다.", "더 자주 뵙도록 해요", "네, 그럴게요"
작은 거인들은 성동구 청년봉사단체로 2022년 10월에 5명으로 시작했으나, 1년여가 지난 현재 300명의 봉사요원들이 가입할 정도로 놀라운 결속력을 보이고 있다.
'작은 거인들' 이창민 회장(가운데). 집게·쓰레기봉투·장갑·핫팩 등 플로깅 활동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조시승
'작은 거인들' 이창민 회장(가운데). 집게, 쓰레기봉투, 장갑 등 플로깅 활동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조시승

왕십리역에 모인 인원은 40명 가량이나 되었다. 남녀의 비율은 비슷했다. 이런 강추위에는 나오지 않을 확율이 높아 봉사날짜를 연기해야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기자의 생각이 멋쩍어졌다. 
플로깅 활동 출발 전 파이팅을 외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시승
플로깅 활동 출발 전 파이팅을 외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시승

청년봉사단체 ‘작은 거인들’ 이창민 회장은 성동구자원봉사센터 김동현 주임과 준비한 조끼와 집게, 쓰레기봉투를 봉사요원들에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전체 인원을 5팀으로 나누어 도선동, 왕십리2동, 행당1·2동, 마장동으로 플로깅 활동지역을 할당했다. 각 팀별로 조끼를 입고 쓰레기봉투와 집게로 무장한 대원들은 리더의 인솔에 따라 구역별로 다니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을 시작했다.

갑자기 이창민 회장이 목소리를 높인다. "오늘처럼 추운날 보온난로가 필요하지요? 천이흠 님이 여러분을 위해 핫팩을 준비했습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받아 가세요." "와! 감사합니다.", "강추위 활동에 꼭 필요한 손난로네요. 너무 고마워요."
추운 날씨에도 자원봉사에 나선 청년들이 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있다. ⓒ조시승
추운 날씨에도 자원봉사에 나선 청년들이 거리의 쓰레기를 줍고 있다. ⓒ조시승

사단법인 성동구자원봉사센터 소속 '작은 거인들'은 작은 도움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명을 가진 성동구 청년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이다. 현재 약 300명의 청년들이 활동 중이며 연령대는 20세~37세이다. 이들은 거의 대학생과 직장인이다. 그래서 주로 주말을 이용해 봉사활동을 한다.

‘작은 거인들’은 플로깅 활동과 제과제빵 및 노숙인 밥퍼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 나눔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경로당·노약자등 취약계층의 어르신과 장애인·1인가구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분들을 위한 봉사가 주를 이룬다. '작은 거인들' 회원들은 매월 총 3회 이상 관내 경로당 등을 방문해 직접 만든 영양빵과 영양갱 500여 개씩 전달해 왔다.
‘작은 거인들’이 행당경로당을 방문, 사랑의 빵 전달식을 하고 있다. ⓒ조시승
‘작은 거인들’이 행당경로당을 방문, 사랑의 빵 전달식을 하고 있다. ⓒ조시승

또 의식주에 도움이 필요한 생활약자에게 식사지원과 건물보수, 청소관리 등을 연계한 광범위한 지원 및 봉사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과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고, 이후 그분들과 세대 간 교류를 통해 소통의 시간을 가진 값진 시간도 갖고 있다. 관할 구역 내 행사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태조 이성계 축제 보조, 한마음 걷기대회 보조, 플리마켓 부스 보조 등 행사지원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사회적 약자에게 반찬배달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작은 거인들’의 활동은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청년·어르신·1인가구·임산부 등 사회적 배려가 요망되는 이들과의 '동행'을 몸소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건물 공터에서 플로깅하는 '작은 거인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조시승
건물 공터에서 플로깅하는 '작은 거인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조시승

2022년 10월에 결성된 이래 5명의 인원에서 1년여 만에 300명 가깝게 늘었다는 것은 놀라운 증가세다. 신임 이창민 회장에게 그 비결을 물었더니 답은 "MZ세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봉사와 교류 활동을 많이 기획하고, 하나의 커뮤니티 플랫폼을 향한 노력이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또 "봉사가 마무리 된 뒤 함께 식사자리도 갖고 커피와 볼링 등 운동도 즐기며 대화를 깊이 나누었습니다. 이런 노력이 공동체를 정감 넘치게 만들어 재참여율을 높게 만들지 않았는가 싶습니다."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무의탁 어르신께 밥퍼 봉사를 할 때 어르신이 ‘아직도 젊은 친구들 중에 이런 아름다운 마음의 청년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2023년 3월부터 모임장의 추천으로 봉사를 시작한 이진주 씨의 말이다. 
무의탁·노숙자들을 위한 밥퍼활동을 지원하는 '작은 거인들' ⓒ조시승
무의탁·노숙자들을 위한 밥퍼활동을 지원하는 '작은 거인들' ⓒ조시승

이창민 회장은 비전 제시와 함께 당부도 했다. "지금까지 ‘작은 거인들’은 배려가 필요한 분들에 대한 봉사에 앞장서 왔습니다. 오늘도 강추위로 봉사대원들의 활동이 염려되어 핫팩을 자비로 기증한 봉사자가 있었죠. 이렇게 기본적인 도구 외에는 회원들 자비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싶은데 여건상 못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 후원해 줄 분이나 기업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라는 희망 섞인 부탁을 덧붙였다. 
대형쓰레기 봉투 2매를 가득 채운 '작은 거인들'의 모습이 밝다. ⓒ조시승
대형쓰레기 봉투 2매를 가득 채운 '작은 거인들'의 모습이 밝다. ⓒ조시승

'작은 거인들'을 결성한 박승호 전임 회장은 “직접 만든 빵을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니 나누는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 더 감사한 마음”이라며 “한 사람의 힘은 작을지라도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아 사회의 부족함과 아픔을 나눈다면 건강한 지역사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라며 활동 소감을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관내 경로당뿐 아니라 독거노인과 장애인에게도 매월 릴레이로 '사랑의 빵 나눔'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양 가득한 빵과 영양갱 등 간식을 직접 만들고 정성을 모아 어르신들께 직접 전달해 준 청년들의 따뜻한 나눔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더 많은 자원이 연계되어 배려가 필요한 취약계층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길 바란다. 

'작은 거인들' 참여 및 후원

○ 성동구 자원봉사센터 02-499-5070

시민기자 조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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