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미술관이 여기! 성북동에서 근현대 역사문화 여행
발행일 2023.12.07. 09:00
성북동 비둘기 쉼터에는 김광섭 시인의 시 <성북동 비둘기> 전문이 적혀 있다. ⓒ김창일
성북동을 생각하면, 이산 김광섭 시인의 시 <성북동 비둘기>가 떠오른다. 김광섭은 교사이자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영어교사로 재직 시, 민족의식을 고취했다고 해 3년 8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사후 독립운동의 공을 인정받아,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성북동은 역사·문화적 장소가 많은 마을이다. 우리나라 근현대의 역사문화를 느껴보고자 성북동에 다녀왔다. 성북동의 대표적인 장소를 소개한다.
성북동은 역사·문화적 장소가 많은 마을이다. 우리나라 근현대의 역사문화를 느껴보고자 성북동에 다녀왔다. 성북동의 대표적인 장소를 소개한다.
최순우 가옥 안의 중정이 한옥의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김창일
①<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 옛집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혜곡 최순우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 전통의 계승, 전시와 저술 등을 통해 미술사학자로 길을 걸었다. 최순우 가옥은 1930년대 한옥으로 ‘ㄱ’자의 본채와 ‘ㄴ’자의 사랑채, 행랑채가 마주 보고 있다.
마당에는 우물과 소나무가 있다. 집보다 높은 소나무를 쪽마루에서 바라보면, 집과 함께 세월을 견뎌온 소나무의 모습이 아련해 보인다. 뒷마당 정원에는 산사나무, 모란, 산국 등이 있어 산사에 머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마당에는 우물과 소나무가 있다. 집보다 높은 소나무를 쪽마루에서 바라보면, 집과 함께 세월을 견뎌온 소나무의 모습이 아련해 보인다. 뒷마당 정원에는 산사나무, 모란, 산국 등이 있어 산사에 머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랑방에 있는 ‘두문즉시심산’ 문구 ⓒ김창일
최순우 가옥에서 꼭 봐야 할 곳을 꼽는다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집필했던 사랑방 문 위의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문구이다. ‘문을 닫으면 곧 깊은 산속’이라는 의미다. 당시 성북동과 뒷마당 정원을 상상하면, 어렴풋이 그럴 만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최순우 가옥은 2023년 12월 1일부터 2024년 3월까지 겨울 휴관에 들어간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심우장 전경 ⓒ김창일
②만해 한용운 선생의 심우장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로 시작하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 만해 한용운 선생은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으로 승려이자 시인, 독립운동가였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생활했던 주택이다. 심우장(尋牛莊)의 이름은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본성을 깨닫는 10단계의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 심우도(尋牛圖)에서 유래했다.
보통의 주택이 남향인 것에 반해, 심우장은 북향이다. 남향으로 지으면 조선총독부 건물과 마주하기에, 이를 피해 북향으로 지었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생활했던 주택이다. 심우장(尋牛莊)의 이름은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본성을 깨닫는 10단계의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 심우도(尋牛圖)에서 유래했다.
보통의 주택이 남향인 것에 반해, 심우장은 북향이다. 남향으로 지으면 조선총독부 건물과 마주하기에, 이를 피해 북향으로 지었다.
<님의 침묵> 시집과 한용운 선생의 활동기록물 ⓒ김창일
만해 한용운 선생은 소설을 연재하며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식을 고취시켰으며, 독립운동가인 김동삼이 경성형무소에서 순국한 후에는 시신을 수습해 심우장에서 오일장을 치러주었다.
한용운 선생의 글을 읽고 필사를 할 수 있는 노트가 있다. ⓒ김창일
심우장 가옥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직접 볼 수 있다. 방 한쪽에는 한용운 선생의 시를 읽고 필사할 수 있는 노트가 한 권 있다. 노트를 열어보니, 관람객이 심우장으로 지은 삼행시, 각자의 느낌을 쓴 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전통문화 체험장, 성북예향재 ⓒ김창일
③전통문화 체험장, 성북예향재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성북동. 성북동에서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예향재가 있다. 예향재는 성북구청에서 운영하는 시설인데, 전통놀이, 서예체험, 규방공예, 다례체험 등을 할 수 있고, 대관을 통해 스몰웨딩과 돌잔치 등 가족행사도 열 수 있는 장소다.
성북예향재의 체험은 ‘ 성북구청 누리집 → 참여마당 → 온라인 강좌 신청 → 해당 프로그램’에서 신청할 수 있다.
성북예향재의 체험은 ‘ 성북구청 누리집 → 참여마당 → 온라인 강좌 신청 → 해당 프로그램’에서 신청할 수 있다.
마지막 가을 단풍이 남아 있었던 길상사 ⓒ김창일
④백석과 자야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길상사
길상사는 대원각의 주인인 김영한이 법정 스님에게 보시해 길상사로 문을 열었다. 김영한의 본명보다 백석 시인이 지어준 ‘자야’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다. 자야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생이 됐다. 이후 백석을 만나게 되는데, 백석은 자야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둘은 사랑하지만, 백석의 집안 반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백석의 부모님은 백석을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지만, 백석은 자야와 함께 하고 싶었다. 백석은 자야에게 만주로 가자고 했지만, 자야는 그럴 수 없었다.
해방 후, 백석은 자야를 만나러 함흥으로 갔지만, 그녀는 서울로 간 상태였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둘은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됐다.
둘은 사랑하지만, 백석의 집안 반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백석의 부모님은 백석을 다른 여자와 결혼시키지만, 백석은 자야와 함께 하고 싶었다. 백석은 자야에게 만주로 가자고 했지만, 자야는 그럴 수 없었다.
해방 후, 백석은 자야를 만나러 함흥으로 갔지만, 그녀는 서울로 간 상태였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둘은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됐다.
법정 스님 진영각 ⓒ김창일
길상사 다라니 다원에서는 법정 스님의 저서와 불교 서적을 열람할 수 있다. ⓒ김창일
서울에서 대원각을 설립한 김영한은 큰 성공을 이뤘다. 말년에 법정 스님에게 대원각을 시주하며, "1,000억 재산은 그 사람 시 한 줄만도 못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백석이 자야를 그리워하며 쓴 시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다. 나타샤가 누구냐에 대해서는 여러 인물을 추측하고 있지만, 자야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자야는 1997년 현금 2억 원을 들여 ‘백석문학상’을 제정했다. 현재는 창작과비평에서 매년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한편, 길상사에는 숙박형 템플스테이는 없고, 하루 명상체험만 있다. 길상사에 문의해보니 12월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자야는 1997년 현금 2억 원을 들여 ‘백석문학상’을 제정했다. 현재는 창작과비평에서 매년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한편, 길상사에는 숙박형 템플스테이는 없고, 하루 명상체험만 있다. 길상사에 문의해보니 12월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는 카페로 사용되는 이태준 가옥 ⓒ김창일
⑤상허 이태준 가옥, 수연산방
성북동을 찾는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수연산방이다. 수연산방은 상허 이태준의 가옥으로 1933년부터 1946년까지 거주하면 많은 문학작품을 집필한 곳이다. 이태준은 이종명, 김유영, 이효석, 이무영, 유치진, 이태준, 조용만, 김기림, 정지용 등과 1933년 구인회 결성해 활동했다.
추위를 녹여준 따뜻한 대추차 ⓒ김창일
현재는 한옥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여름에는 단호박 빙수, 겨울에는 대추차가 대표적인 인기 메뉴다.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안방 앞 누마루인데, 한정된 자리로 인해 자리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 고택 옆에는 북카페와 회의실 같은 공간이 있다. 책장에는 여러 문학 작품들이 있어 차를 기다리는 동안 독서를 할 수 있다.
성북구립미술관 전경 ⓒ김창일
⑥성북구립미술관과 성북구립미술관 거리갤러리
성북동에는 간송미술관, 성북선잠미술관, 성북구립미술관, 성북예술창작터, 우리옛돌박물관, 한국가구박물관 등이 있어 다양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서울의 마을 중에서 이렇게 다양한 미술관이 있는 마을도 찾기 힘들다.
작품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관람객 ⓒ김창일
이 중, 성북구립미술관은 2009년 서울 자치구 중 최초로 문을 연 미술관이다. 20023년 12월 10일까지 <성북의 청괴들 : 붓 끝에 기대어 홀로 가리라>가 전시 중이다. 6명의 작가마다 다른 화풍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흥미롭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성북동이 주는 기본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런지 산과 들을 표현한 작품들에 눈길이 멈췄다. 자연을 표현한 그림도 있지만, 작가들의 기억을 표현한 그림도 있는 것 같았다. 작가의 생각과 관객의 생각이 중첩되는 순간, 시·공간을 넘어 공감이란 영역에 진입하는 느낌이었다.
성북동이 주는 기본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런지 산과 들을 표현한 작품들에 눈길이 멈췄다. 자연을 표현한 그림도 있지만, 작가들의 기억을 표현한 그림도 있는 것 같았다. 작가의 생각과 관객의 생각이 중첩되는 순간, 시·공간을 넘어 공감이란 영역에 진입하는 느낌이었다.
성북구립미술관 거리갤러리 ⓒ김창일
성북구립미술관 바로 옆에는 성북구립미술관 거리갤러리가 있다. 2024년 6월 30일까지 거리갤러리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정현 조각가의 <시간의 초상>전을 개최한다. 목적지를 향해 걷는 길에는 여유가 없다. 정해진 시간까지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 속 빠른 걸음으로 걷는 길에 잠시 느리게 걷는 시간을 선물해줬다.
성북역사문화센터 전경 ⓒ김창일
⑦여행자들의 쉼터, 성북역사문화센터
성북동을 여행하고 싶은 관광객이라면, 성북역사문화센터(이하 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센터 1층에는 성북동의 역사문화자원과 한양도성 등의 리플렛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안내데스크에서는 관광명소와 성북동의 역사, 문화에 대한 소개도 받을 수 있다. 2층은 도서관, 주민 쉼터, 커뮤니티 공간, 프로그램 활동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테마로 즐기는 성북동 여행이란 주제로 ▴성북동 메인 코스 ▴성북동의 예인을 찾아서 ▴시대를 앞선 이들의 아름다운 유산 ▴원 없이 달려보자, 도심 속 청정 자연 ▴조선왕조 600년 유구한 역사를 품다, 한양도성길 등의 5가지 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센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는 성북동의 전시, 공연, 체험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성북동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센터 블로그와 인스타를 방문하면 된다.
성북동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즐기다 보니 하루가 훌쩍 지났다. 성북동을 흔히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근현대의 역사를 거닐며 직접 느끼는 체험으로는 최고의 장소다. 성북동에는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날 예정이다. 한성대입구역 앞에는 성북구창작연극지원센터, 성북역사문화센터 뒤편에는 근현대문학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센터에서는 테마로 즐기는 성북동 여행이란 주제로 ▴성북동 메인 코스 ▴성북동의 예인을 찾아서 ▴시대를 앞선 이들의 아름다운 유산 ▴원 없이 달려보자, 도심 속 청정 자연 ▴조선왕조 600년 유구한 역사를 품다, 한양도성길 등의 5가지 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센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서는 성북동의 전시, 공연, 체험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성북동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해 알고 싶다면, 센터 블로그와 인스타를 방문하면 된다.
성북동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즐기다 보니 하루가 훌쩍 지났다. 성북동을 흔히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근현대의 역사를 거닐며 직접 느끼는 체험으로는 최고의 장소다. 성북동에는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날 예정이다. 한성대입구역 앞에는 성북구창작연극지원센터, 성북역사문화센터 뒤편에는 근현대문학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최순우 옛집
○ 위치 : 서울시 성북구15길 9
○ 운영시간 : 내년 3월까지 겨울 휴관(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후원회원은 사전 예약 후 방문가능)
○ 관람료 : 무료
○ 누리집
○ 문의 : 02-3675-3402
○ 운영시간 : 내년 3월까지 겨울 휴관(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후원회원은 사전 예약 후 방문가능)
○ 관람료 : 무료
○ 누리집
○ 문의 : 02-3675-3402
만해 한용운 심우장
성북예향재
길상사
상허 이태준 가옥, 수연산방
성북구립미술관
○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34 (성북구립미술관 본관 2,3F 전시실)
○ 전시명 : '성북의 청괴들 : 붓 끝에 기대어 홀로 가리라'
○ 전시기간 : 10월 12일~12월 10일 (매주 월요일 휴관)
○ 운영시간 : 10:00~18:00 (입장마감 17:30)
○ 관람방법 : 현장접수, 온라인 사전예약(네이버)
○ 누리집
○ 전시해설 : 매일 오후 3시 (1회)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2-6925-5011
○ 전시명 : '성북의 청괴들 : 붓 끝에 기대어 홀로 가리라'
○ 전시기간 : 10월 12일~12월 10일 (매주 월요일 휴관)
○ 운영시간 : 10:00~18:00 (입장마감 17:30)
○ 관람방법 : 현장접수, 온라인 사전예약(네이버)
○ 누리집
○ 전시해설 : 매일 오후 3시 (1회)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2-6925-5011
성북구립미술관 거리갤러리
○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119-4 일대
○ 전시명 : <시간의 초상>
○ 전시기간 : 2022년 7월 30일~2024년 6월 30일
○ 운영시간 : 연중무휴, 별도 휴관일 없음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2-6925-5011
○ 전시명 : <시간의 초상>
○ 전시기간 : 2022년 7월 30일~2024년 6월 30일
○ 운영시간 : 연중무휴, 별도 휴관일 없음
○ 관람료 : 무료
○ 문의 : 02-6925-5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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