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숲 가득…지금 서울에 필요한 도시계획은?
채상욱 애널리스트
발행일 2023.09.27. 14:20
‘도시계획’의 변천사
이후 세계 도시계획을 선도한 이는 프랑스의 ‘르 꼬르뷔제’다. 그는 근현대 건축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인물이며 전 세계적으로 모더니즘 건축을 전파시킨 사람이다. 모더니즘은 그 당시로는 ‘Tech’ 기반 건축이었다. 새로운 재료인 철골-유리와 효율성으로 대표되는 디자인인 직선을 모티프로 하는 건축물들은 건물뿐 아니라 도시에도 적용되었다. 모더니즘 상에서 도시는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설계되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을 르 꼬르뷔제가 ‘빛나는 도시’라는 아이디어를 발표하면서 완성지었다.
당시 주택은 ‘살기 위한 기계’로 1-2차 세계대전이 지나고 고도로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택을 시급히 지어야 하는 당위성으로, 여러 층을 적층시키는 도미노 구조부터 시작해서 65층의 초고층 빌딩을 도시 중심에 배치시키고, 외곽은 저밀도로 공급했다. 자동차 중심의 도시를 설계해서 인구 300만명 이상을 포용하는 이 도시구조가 전 세계로 확대되었고, 이런 세계적 표준화된 도시를 한국에 수용한 것이 현재 서울의 강남이다.
서울은 전 세계 중에서도 꼬르뷔제의 ‘빛나는 도시’ 모토를 가장 잘 수용하고 있는데, 최소 도시경제학자들의 경우 도시계획론자들과 달리 밀집된 도시 서울에 대한 찬양이 쉬지 않고 있다. 꼬르뷔제 시대의 도시란, 결국 ‘살기 위한 기계’인 주택이 너무나 부족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도시계획이었다.
한국의 경우에도 1980년대 말, 인구가구수의 급격한 팽창으로 서울 및 경기도에 ‘살기 위한 집’이 너무 부족해서 1기 신도시 및 신시가지들이 만들어진 것처럼, 1, 2차 대전 후 전파된 유럽 및 전 세계 도시화 과정에서 고밀도 도시의 존재가 얼마나 위력적이었을지 짐작해 본다.
이후 빛나는 도시로 대표되는 계획적-직선적-기능적 중심의 도시구조는 1970년대 말부터 미국에서 도전을 맞는다. 소위 모더니즘 도시는 포스트 모던의 시대로 종료되는데, 포스트 모던 시대는 소위 ‘다양성’의 시대였고, 직선이 아닌 곡선, 회색이 아닌 컬러풀의 시대였다. 음악, 예술 등 전방위적으로 달라졌는데, 포스트 모던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미국의 ‘제인 제이콥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서울, 지금 필요한 도시계획은…
21세기 이전 도시화를 끝낸 많은 도시들이 있지만, 유난히 서울은 에너지 자립을 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전력 등을 빌려와야 하는 환경이며 에너지 측면에서는 매우 열악하다.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4% 수준이며, 이산화탄소 방출은 4500만톤 수준으로 어마어마하다. 여러 기준이 있지만 GGMCF(Global Gridded Model of Carbon Footprints) 통계 기준을 살펴보면, 서울은 글로벌 기준 탄소배출량 1등 도시인데, 서울 아래로 광저우, 뉴욕, 홍콩, LA, 상하이 등이 있다.
여기에 한국 및 서울-수도권의 PIR(Price to Income Ratio,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각각 7.6배와 12.0배로 미국(5.0)이나 뉴욕(7.1), 샌프란시스코(11.8), 영국(5.1)이나 런던(8.0), 캐나다(6.0)나 토론토(10.5)로 높다. 이들 지역보다 한국의 주택가격이 더 높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도시보다 서울의 자산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 아니다. 한국의 출산율은 OECD국가 중 최저이고 서울의 경우 한국 평균보다도 낮아 0.5명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는 외부에서 인원 유지를 위한 조력이 없다면 자생이 불가능한 도시라는 의미로 서울의 화려한 외관 이면의 문제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서울시의 자체적인 인식은 어떠할까? 서울시의 온실가스가 아닌 ‘1인당 온실가스’로 낮춰서 표기하려고 노력하며, 2040도시계획이라면 2050까지 탄소제로를 위해서 상당한 노력이 실려야 하지만 해당 내용이 매우 빈약하다. 출산율 및 자산불평등 등 다른 시대적 소명에서도 해당 분야에 대한 내용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현 서울시는 뭉쳐서 집적시켜 놓으면 효율적이고 경제적일 것이라는 ‘꼬르뷔제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은 1920년대가 아니라 2020년대다. 시대에 맞는 달라진 도시로서의 위상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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