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비탈길에 생긴 '효자' 덕분에 이제 무릎 아플 일 없어요

시민기자 심재혁

발행일 2023.09.07. 14:02

수정일 2023.09.07. 16:59

조회 2,691

서대문구 북아현동 가파른 경사지에 설치한 경사형 엘리베이터 ⓒ심재혁
서대문구 북아현동 가파른 경사지에 설치한 경사형 엘리베이터 ⓒ심재혁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 유무 상관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환경을 조성하는 디자인을 우리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고 부른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범용(汎用) 디자인’이라고도 불리는데, 최근 공공시설이나 서비스, 주택이나 도로의 설계 등 넓은 분야에서도 쓰이고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서울시의 핵심 시정 정책인 ‘약자와의 동행’과도 밀접하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접근성과 포용성을 주된 가치로 삼는데, 약자와의 동행도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받지 않도록 한 보편적(universal)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출근시간 수도권 주민의 교통불편을 덜어주는 서울동행버스, 모든 지하철역에 보행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1역사 1동선 사업 등은 모두 약자와의 동행과 유니버설 디자인에 부합한다.
북아현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주민 ⓒ심재혁
북아현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주민 ⓒ심재혁

서대문구 북아현동 경사형 엘리베이터 또한 보행약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좋은 사례로 소개하고 싶다. 경사 50도 이상의 가파른 비탈길에 15인승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이용하는 주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올해 2월부터 운영 중인 북아현동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사업 현장을 찾았다. 북아현동 251-292번지 일대에 운영 중인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지역 주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보물’로 인식되고 있었다. 왜냐하면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없었을 때는 지하철 2호선 이대역이나 버스정류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이나 언덕을 넘어 400m를 돌아가야 했다.

실제 언덕을 보면, 꽤 높았다. 성인도 올라가기 힘든데, 어르신이나 어린이는 힘에 부칠 것 같았다. 특히 비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엔 바닥이 미끄러워 낙상 사고의 위험도 있어 보였다. 때마침 비 오는 날에 방문했는데,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있어 언덕과 계단을 우회해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이대역 방향에서 올라오는 높은 언덕 ⓒ심재혁
이대역 방향에서 올라오는 높은 언덕 ⓒ심재혁

도로에 설치한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지하철 2호선 이대역과의 거리를 150m 이내로 획기적으로 줄여줬다. 경사형 엘리베이터의 끝에는 경로당도 새로 지었는데, 북아현동 어르신들은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효자’라며 치켜세웠다. 서대문구에 따르면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하루 1,000회 이용하는 등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한다.
경사형 엘리베이터 주행 영상 ⓒ심재혁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서대문구 신촌동에는 국내 최초로 공도(公道)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공도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 까닭은, 신촌동자치회관과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연세대학교, 지하철 2호선 신촌역을 연결하는 최단 거리의 길이 평소에 가파르고 좁아 보행자들의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성이 제기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촌동 주민센터는 평소에도 시민이 많이 찾는 곳으로 가파르고 좁은 길에 많은 통행량이 있던 곳이다. 그 외에 창천노인복지센터와 창천데이케어센터, 신촌어린이집, 신촌문화발전소 등 주민 편의·문화시설이 밀집해 있지만,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약자는 방문하기 힘들었다.
신촌동에 설치된 공도 에스컬레이터 ⓒ심재혁
신촌동에 설치된 공도 에스컬레이터 ⓒ심재혁

2020년 4월 설치 후 3년이 지난 지금, 비 오는 날임에도 원활하게 잘 운행되고 있었다. 보통 비 오는 날에는 실외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빗방울 등으로 인한 고장과 그 위험으로 가동을 중단한다. 하지만, 서대문구 신촌동 공도 에스컬레이터는 정상 운행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붕에 있다. 실외인 점을 감안해 지붕덮개(캐노피)를 씌웠고 안전을 위한 비상 정지버튼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실외인 점을 감안해 지붕덮개(캐노피)를 씌웠다. ⓒ심재혁
실외인 점을 감안해 지붕덮개(캐노피)를 씌웠다. ⓒ심재혁

지역 주민들은 서대문구에 설치된 보행약자를 위한 경사형 엘리베이터, 공도 에스컬레이터를 매우 반겼다. 경사형 엘리베이터 설치 후 아픈 무릎이 가셨다는 어르신은 “엘리베이터 덕분에 밖에 나가기 한결 편해졌다”며 “이런 경사지에 어떻게 엘리베이터를 세울 생각을 했는지, 정말 기특하다”고 전했다.
신촌동 공도 에스컬레이터 주행 영상 ⓒ심재혁

유니버설 디자인 조성으로 교통약자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도록, 새로운 혁신을 일으킨 서대문구 경사형 엘리베이터와 공도 에스컬레이터. 두 사례처럼 가파른 언덕 등으로 인해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으로 교통약자도 서울 곳곳을 편리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이야말로 서울시의 중요 시정 철학 중 하나인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첫걸음일 듯하다. 

시민기자 심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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