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다독다독'에서 만난 특별하고도 평범한 바리스타의 사연은?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08.30. 13:43

수정일 2023.08.30. 17:32

조회 2,108

서울시교육청 마포평생학습관 5층 마포리움에 '북카페 다독다독'이 있다. ⓒ윤혜숙
서울시교육청 마포평생학습관 5층 마포리움에 '북카페 다독다독'이 있다. ⓒ윤혜숙

집과 가까워서 가끔 드나드는 서울시교육청 마포평생학습관 5층 '마포리움' 복합문화공간 에 카페가 하나 있다. 도서관과 어울리는 ‘북카페 다독다독’이다. 여느 카페에 비해 음료값이 상당히 저렴하다. 그렇다고 음료의 품질이나 직원의 서비스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커피를 주문하면서 그 이유를 알았다. ‘북카페 다독다독’ 수익금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창출, 발달장애인의 직업(바리스타) 훈련을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북카페 다독다독’을 운영하는 기관이 어디인지 궁금해 알아보니,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이었다.
'북카페 다독다독'에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근무하고 있다. ⓒ윤혜숙
'북카페 다독다독'에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근무하고 있다. ⓒ윤혜숙

‘북카페 다독다독’에서 근무하는 김보경(24세) 씨를 만났다. 그는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에서 파견 나와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손님을 응대하고, 손님이 주문한 커피 및 음료를 만들고 있다. 그는 바리스타로 근무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었다. 특히 손님이 주문한 음료를 정성껏 만들어서 건네줄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바리스타 아카데미 과정에서는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 및 실습이 진행된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바리스타 아카데미 과정에서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 및 실습이 진행된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김보경 씨는 신대방역 근처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집 근처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을 알게 되었다. 일자리를 구하러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엔 복지관의 추천으로 어린이집의 주방 보조로 일을 시작했다. 마침 그에겐 조리사 자격증도 있었다. 그는 과거 학교에서 커피 바리스타 과정을 배운 적이 있었다. 평소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복지관 측에 바리스타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 결과 지금의 ‘북카페 다독다독’에서 근무하기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근무한 지 어느덧 1년 8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은 김보경 씨처럼 발달장애인을 일대일로 상담한 뒤 본인의 의사에 맞춰서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또한 취업을 원하는 발달장애인에게 취업에 필요한 교육 및 실습 등을 진행하고 있다. 취업이 확정될 경우 복지관 측에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출퇴근 지도를 포함한 취업 적응 훈련 과정도 진행한다. 김보경 씨도 취업 적응 훈련 과정을 거쳐서 지금 어엿한 직업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손님의 주문에 응대하고 있다. ⓒ윤혜숙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손님의 주문에 응대하고 있다. ⓒ윤혜숙

김보경 씨는 1일 4시간 30분 근무하고 있다. 반나절을 근무하는 셈이다. 일과를 끝내고 퇴근한 후 주로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축구 경기를 관람한다. 축구 선수들 중에서 특히 황태현 선수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 환하게 웃음 지었다. 나중에 풋살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풋살'은 '풋볼'과 '살롱'이 결합된 용어로 '실내에서 하는 축구'를 뜻한다. 그의 바람은 조만간 이루어질 것 같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에 동아리가 결성되어 활동할 수 있다고 한다.

김보경 씨는 자신이 만든 커피나 음료를 손님이 마시는 모습을 볼 때면 즐겁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일하면서 힘든 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초조해 하지 않고 마음을 비운다고 했다. 근무 중 한꺼번에 많은 손님이 몰려와서 주문할 때면 긴장되기도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바리스타 외 나중에 의류 판매점에서 매장을 관리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옷을 사러 매장에 갈 때마다 매장을 유심히 둘러보고 있다. 손님이 입고 대충 던져 놓은 옷을 정리하거나 손님이 원하는 옷의 치수를 찾아주거나 하는 등의 일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김보경 씨는 손님이 주문한 음료를 정성껏 만들어서 건네줄 때면 보람을 느낀다. ⓒ윤혜숙
김보경 씨는 손님이 주문한 음료를 정성껏 만들어서 건네줄 때면 보람을 느낀다. ⓒ윤혜숙

우리 사회 곳곳에 발달장애인이 근무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보경 씨는 바리스타로 근무하면서 발달장애인이라서 손님들이 그를 달리 보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점차 발달장애인의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자도 여러 번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커피를 주문했어도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안내문을 주의 깊게 읽어본 후에야 '북카페 다독다독'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동안 음료의 품질, 직원의 서비스 등에서 비장애인과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발달장애인이라도 비장애인처럼 자신이 맡은 일을 잘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누구든 일을 잘할 수 없어요. 차근차근 배워나간다면 발달장애인일지라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이 알아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하듯 말했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은 발달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은 발달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김보경 씨는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은 1986년에 발달장애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개관했으니 꽤 오래되었다. 그 당시엔 국내에서 발달장애인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했을 때였다. 일반적인 의미의 발달장애는 신체적인 발달장애보다는 정신적인 발달장애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법’에서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자폐증, 아스퍼거증후군 등)를 발달장애로 분류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은 같은 또래에 비하여 발달이 느린 것이지,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도 교육과 훈련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그들이 가진 역량을 발휘하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은 발달장애인의 보통의 삶을 위해 종합적인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7개 팀으로 구성되어 지역복지, 재활치료, 권익옹호, 낮활동사업, 직업활동까지 다양하게 수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발달장애인을 달리 보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경 씨와의 인터뷰를 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커피 및 음료를 마시는 손님의 경우 직원이 발달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가 근무하는 이곳이야말로 서울시가 추구하는 약자와의 동행이 실현되는 현장이다. ‘북카페 다독다독’처럼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가 점차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서울시립발달장애인복지관

○ 주소: 서울시 동작구 여의대방로 20나 길 39
○ 교통 : 신대방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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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02-840-1530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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