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같은 존재감 한강, 머물고 싶은 힐링 공간 되려면?
박혜리 도시건축가
발행일 2022.11.25. 13:30
박혜리의 별별 도시 이야기 (11) 서울바다, 우리의 칠링과 힐링의 장소를 위하여
몇 해 전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한 TV예능 프로그램에서 네덜란드 친구들이 나오길래 유심히 봤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네덜란드에서 살다 온 나에게는 동네 친구들 보는 느낌이 있어 반가웠다. 그들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바로 달려간 곳은 다름 아닌 한강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난 웃어버렸다. 역시나 네덜란드 사람들이란!
해수면보다 낮은 땅이 전 국토의 ¼이 넘는 나라이며, 그렇기 때문에 항상 물과 싸워야 하지만, 또 그리하여 물과 항상 가깝게 지내야만 하는 그들.
풍부한 수공간을 항상 곁에 두고 있는 그들의 도시를 두고 낯선 이방의 땅으로 날아 온 후 바로 뭔지 모를 ‘목마름’으로 서울의 수공간을 찾았을 터. 그들이 얼마나 수공간과 친밀하게 지내왔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사실 그렇게 한강은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었지만, 존재의 강력함에 맞지 않게 활용도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참고로, 유럽의 여느 도심 수변 폭은 커봐야 500여 미터를 벗어나지 않는다. 베를린의 슈프레강은 50~100m, 파리의 센느강은 200m, 로테르담 마스강 및 비엔나의 도나우강은 최대 500m정도이다. 흑해(海)와 마르마라해(海)를 잇는 구간에 위치한 이스탄불 도심 수공간 폭은 1~2km 정도이고(여기는 바다이다), 바다와 바로 연결되는 뉴욕 맨하튼과 브루클린 사이의 이스트강이 1km 정도, 스위스 취리히 호(湖)가 2~3km 정도(여기는 호수이다). 한강은 수심은 깊지 않지만 그 폭이 강의 개념에서 좀 벗어나는 스케일감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수공간을 중심으로 모이고 쓸모있는 ‘오픈스페이스’로 활용하는 개념이지만, 우리는 아직 수공간이 경계의 대상이나 건너야 하는 장애공간으로 느껴지기 쉬운 것 같다. 요즘은 한강변 자전거도로가 그나마 잘 연결되어 있어 연속되는 공공공간으로 느껴지기는 하나, 여전히 광폭의 하염없이 둘러쳐진 고속도로는 한강으로의 발걸음을 독려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존재감 높지만 다가가기 힘든 한강,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필자가 나름대로 뽑은 세계 유명 워터프론트 프로젝트에서 나타나는 5가지 바람직한 습관(Good Habit)을 공유하고자 한다.
1. 모두에게 열려 있다.
공공재로서의 도심 수변공간은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접근성에 있어서는 도시공간적으로 그리고 자연환경상 문맥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방문객 모두를 위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수변공간은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소유되고 점유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나고 공유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여야 한다.
도시에서 수변 가로의 새로운 접근성을 제공해야 하며, 보행자, 자전거, 자동차 및 물류가 편리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이고 연결되는 경로를 통해 사람들을 인도해야 한다.
2. 시간의 층이 살아있는 곳에 드라마가 있다. 산업화된 수변에서 역사와 미래를 기념하다.
많은 수변 프로젝트 지역은 종종 도시화 과정에서 산업화를 겪었다. 도심 내 항구나 공장 등이 있던 닫힌 산업 지역을 재개발하거나, 자동차 우선 도시환경을 대표하는 수변 고속화도로를 재구조화하여 수변 프로젝트를 통해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이러한 지역은 과거, 현재, 미래를 큰 변화로 연결하는 드라마틱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단순하지 않은 하나 이상의 이야기가 있으며 독특한 조합으로 훌륭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버려진 산업 유산은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풍요로운 문화로 오히려 새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3.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이며 역동적인 최적의 실험무대다.
물은 순환하고 흘러야 한다. 수변 및 수중 공간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유지 관리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자연재해나 국민의 요구 변화에 대한 회복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관리와 방법론이 수반되어야 한다.수변은 도시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보장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해수면 상승과 함께 오히려 수공간에 부유하는 시설로서의 건축이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러 실험적인 미래공간에 대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4. 세계적으로 개성적이며 독자적인 장소로 구축한다. 유사한 것은 의미 없다
도심 수변공간은 사람들이 거리낌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디서나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독특함과 개방성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장기적으로 장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기반이 된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설되어야 하며 사람들이 목적지로 기억할 수 있도록 특별해야 한다. 정체성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유산이다
5. 미래를 위한 명확한 비전과 유연한 프레임워크로 개발한다.
도심 수변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대규모 도시 개발과 함께 진행되기 마련이다. 단일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단계적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고정된 청사진 프로젝트는 적응 가능한 변경을 보장하지 않으면 더 많은 다양성을 가져올 수 없다.전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에서 제공되는 명확한 비전 내에서 유연한 프레임워크는 모든 사용자와 이해 관계자가 가져온 다원적 특성을 포함할 수 있다. 도시에 수변 지역을 건설함으로써 주변 지역의 이후 개발 및 재생 가능성이 반응하고 영향을 받는다. 단계별 구현은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고 점진적인 과정에서 복잡성을 소화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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