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이 인사하는 여긴 어디? 서울라이트DDP!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2.12.23. 15:30

수정일 2023.11.08. 17:42

조회 2,449

서울의 밤 하늘을 수놓은 낯선 행성들
서울의 밤 하늘을 수놓은 낯선 행성들 ©박은영
'서울라이트DDP' 공연의 웅장한 소리에 압도되는 동대문역사박물관역 1번 출구
'서울라이트DDP' 공연의 웅장한 소리에 압도되는 동대문역사박물관역 1번 출구 ©박은영

뭔가 특별한 일이 없어도 셀렘이 차오르는 시절이다. 괜히 들떠서 집을 나가고 싶었다. 거기다 첫눈이 내렸고, 무려 크리스마스다. 거리두기 없이 지내는 겨울, 서울에서 더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폭풍 검색을 시작하니 가장 가까운 날, DDP에서 우주쇼가 펼쳐진다고 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축구를 보며 달걀을 까먹던 나였다. 세상도 건물도 변한 곳에서의 신기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서울라이트DDP' 상영 타임테이블
'서울라이트DDP' 상영 타임테이블 ©박은영
12월 17일 '서울라이트DDP'가 막을 열었다.
12월 17일 '서울라이트DDP'가 막을 열었다. ©박은영

DDP는 ‘Dream(꿈꾸고) Design(만들고) Play(누리는)’라는 뜻을 지닌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약자다.  2014년 개관한 건축물로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중의 한명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했으며, 뉴욕타임스가 ‘2015년 반드시 가봐야 할 세계적인 명소 52곳’ 중 한 곳으로도 선정했다. DDP는 그 명성을 이어 개관 1년 만에 방문객이 1,000만 명을 넘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가 된 거다.

집에서 지하철로 10분 거리였지만,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바뀐 후 딱 한 번 모임을 통해 가 본게 전부였다. 그 때 처음 들어선 DDP는 동그랗고 납작해 마치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선과 같았다. 내겐 낯설고 유명한 DDP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시작된 거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2022 서울라이트 DDP'는'무한함의 경계를  넘어서 우주적 삶을 그리다'를 주제로 DDP 서측 외벽 222m 구간에서 펼쳐진다고 했다. 
화려한 조명으로 시선을 끄는 DDP 출구 계단
화려한 조명으로 시선을 끄는 DDP 출구 계단 ©박은영
마치 아바타의 행성과 같이 느껴지는 '서울라이트DDP' 우주쇼
마치 아바타의 행성과 같이 느껴지는 '서울라이트DDP' 우주쇼 ©박은영
다양한 형상으로 연결되는 우주쇼
다양한 형상으로 연결되는 우주쇼 ©박은영

행사가 시작되는 첫날,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출구로 향했다. DDP는 건물이 많아 서측 외벽을 못 찾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1번 출구 언저리부터 우주를 암시하는 듯한 사운드가 공간을 압도하고 있었다. '서울라이트DDP'는 12월 본 행사에 앞서 주제의 서사를 담은 미디어 아트 행사(9월)와 차세대 미디어 아티스트 전시(11월)가 진행된 바 있었다. 잘은 몰라도 12월 열리는 행사를 오랫동안 신중하게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 밤을 밝히는 우주쇼라니, 막연한 상상은 1번 출구로 나가자 현실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아름답거나 화려한 색상으로 조명되는 서울라이트 우주쇼
아름답거나 화려한 색상으로 조명되는 서울라이트 우주쇼 ©박은영
지구인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외계인
지구인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외계인 ©박은영

222m 길이의 외벽 어디에서도 우주쇼가 보였지만, 더 잘 보이는 자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끝내주는 광경이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고, 안전을 우려한 안전요원들도 적지 않게 배치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도착 후 얼마 되지 않아 쇼는 막을 내렸다. 타임테이블을 보니 저녁 7시부터 9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영상이 시작되고, 한 타임당 12분 남짓이 걸렸다. DDP에 도착 후 우주쇼의 마지막 부분이 상영되고 있었던 거다. 다음 타임을 기다리며 DDP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DDP는 2014년 3월 개관한 이래 각종 전시, 패션쇼, 신제품발표회, 포럼, 컨퍼런스 등의 다양한 문화 행사가 매년 100건 이상씩 개최된다고 한다.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가 예술 활동을 벌이고 BMW, 벤츠 등 신차 론칭 발표가 이뤄지는 주요 공간이었다. DDP는 디자인 트렌드가 시작되고 문화가 교류하는 장소로 통하고 있었다. 그렇게 핫하고 트렌디한 장소에 와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다. 
숨죽여 지켜보게 되는 우주 미디어쇼
숨죽여 지켜보게 되는 우주 미디어쇼 ©박은영

DDP 건물을 잘은 모르지만, 사람들이 이동하는 곳을 중심으로 볼만한 것들이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을 따라 향한 곳은 'DDP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의 공간 전체가 "지금은 크리스마스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소품들이 가득했다. 뷰티와 의류 등 갖가지 소품들이 크리스마스와 콜라보를 이루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올해 DDP 크리스마스 마켓은, 기존 DDP 내 입점 상점을 포함, 두타몰·APM·맥스타일·창신 완구시장 등 인근 상권과 공동 운영해 더 의미가 있었다. 꼭 뭔가를 구매를 하지 않아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가벼워졌고, 일단 실내로 들어오니 따뜻해서 좋았다. 이에 '서울라이트DDP'를 보시는 분들에게 영상이 시작되기 전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둘러보길 권하고 싶다.
서울라이트와 동시에 열리는 'DDP 크리스마스  마켓'
서울라이트와 동시에 열리는 'DDP 크리스마스 마켓' ©박은영
크리스마스를 흠뻑 느낄 수 있는 'DDP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를 흠뻑 느낄 수 있는 'DDP 크리스마스 마켓' ©박은영
서울라이트와 더불어 크리스마스 마켓이 진행 중인 DDP
서울라이트와 더불어 크리스마스 마켓이 진행 중인 DDP ©박은영
DDP 크리스마스 마켓을 장식하고 있는 뷰티존
DDP 크리스마스 마켓을 장식하고 있는 뷰티존 ©박은영

영상 시작 전 또 다른 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이번엔 전시가 열리는 건물이다. 유료 전시(어른 2만 원, 청소년 1만 5,000원, 어린이 1만 3,000원)인 장 줄리앙 작가의 <그러면 거기>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팬데믹×디자인+미래>전이다. 장 줄리앙 작가의 그림은 어디선가 봤을 법한 심플하면서 위트있는 그림들로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자유롭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화장실 사인처럼 단순한 형태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세계적인 언어로 디자인하고 싶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형태는 무엇일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팬데믹×디자인+미래>전은 팬데믹 시대로 더 강력해진 디자인의 역할과 미래 디자인의 방향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라고 한다. DDP 전시2관(11.15~12.25)과 디자인둘레길(23.1.1~1.31)에서 열린다. 시대를 상징하는 디자인이라는 매력적인 소재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언젠가 시간을 만들어 차분히 둘러보고 싶은 전시였다. 
장 줄리앙 작가의 <그러면 거기>와 <팬데믹×디자인+미래>전이 열리는 DDP전시관
장 줄리앙 작가의 <그러면 거기>와 <팬데믹×디자인+미래>전이 열리는 DDP전시관 ©박은영
서울라이트 첫 공연이 끝난 후 여운에 사로잡힌 DDP
서울라이트 첫 공연이 끝난 후 여운에 사로잡힌 DDP©박은영
DDP 어울림마당에 전시된 '동대문유구' 전시장
DDP 어울림마당에 전시된 '동대문유구' 전시장 ©박은영

어울림마당 가운데 '동대문유구 전시'도 이색적이었다. '동대문유구'는 2007년 구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면서 그 자리에서 발굴된 유적이다. 조선전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의 유적을 통해 건물지와 집수 및 배수 시설, 조선시대 건축물의 하부구조 및 배치 부속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의 중심에서 그 모습 그대로의 옛 생활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DDP에서 볼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실외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DDP의 명물로 사랑받았던 LED장미 2023송이가 오랜만에 시민들을 맞는다. 2023송이의 ‘LED장미정원’에서는 시민들에게 ‘소망 메시지’를 받아 장미에 부착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에 동참해도 좋을 것 같았다.
LED장미 2023송이로 장식한 장미정원
LED장미 2023송이로 장식한 장미정원 ©박은영

처음부터 본 '서울라이트 DDP'의 메인 영상쇼 타이틀은 ‘DDP 우주와의 만남, 랑데-부(Rendez-Vous)’였다. 영상은 우주선을 닮은 건물 DDP가 드디어 우주와 만났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주에서 만나게 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서울의 밤, DDP에는 다앙한 빛들이 모여 우주 속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냈고, 이를 본 사람들의 눈동자에 담긴 그 모습은 기꺼이 찬란하고 경이로웠을 것이다.

DDP의 영상쇼는 앞으로도 다채롭게 진행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인 22일부터 25일까지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유쾌하고 따스한 크리스마스 영상으로 시민들에게 성탄절의 기쁨을 전할 것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에는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 ‘헬로우 2023(HELLO 2023, Heart-Beat New Year)’가 열린다. 설렘 가득한 새해를 향해 인사(HELLO)를 건넨다는 의미를 담은 영상들이 온라인 생중계로 동시에 진행된다고 한다. 
12월 17일 시작된 '서울라이트DDP'
12월 17일 시작된 '서울라이트DDP' ©박은영
빛으로 만들어진 우주쇼를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
빛으로 만들어진 우주쇼를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 ©박은영

돌아오는 길, 한겨울 밤을 누비며 사진을 찍느라 손은 시렸지만, 끝내주는 우주쇼가 가슴에 남았다. 아름답고 웅장한 우주를 서울 중심에 담은 서울라이트는 기꺼이 특별했다. 우주라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을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제시했다. 

연말이지만 여전히 한가해 기분이 가라앉는다면 DDP가 있다. 그 어디보다 빈틈없이 찬란한 순간을 남길 것이다. '서울라이트DDP'는 1월 1일 새벽 0시까지 매일 저녁 7시에 시작된다.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오기만 하면 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 주소 : 서울시 중구 을지로 281
누리집
○ 문의 : 02-2153-0000

2022 서울라이트 DDP

○ 일정 : 2022년 12월 17일~2023년 1월 1일
○ 장소 : DDP 서측 외벽 전면 222m
○ 시간 : 19:00~22:00
○ 관람비용 : 무료
○ 누리집 : https://bit.ly/3Py0f3J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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