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문화재는 우리 손으로 지켜요! 문화재지킴이 '동살이'

시민기자 황현숙

발행일 2022.12.08. 09:20

수정일 2022.12.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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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살이’ 활동 참여자들은 묘역 주변의 거미줄과 이끼를 제거하며 문화재를 단장했다.
‘동살이’ 활동 참여자들은 묘역 주변의 거미줄과 이끼를 제거하며 문화재를 단장했다. ©황현숙

내가 사는 동네에 문화재가 있는지 알고 있는가? 고층 아파트가 빼곡한 대도시에 문화재가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의 문화재는 누가 관리하며 지켜오고 있을까? 그동안은 막연히 '문화재는 후손이나 관공서에서 관리하겠지' 여기며 별 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7월 문화재지킴이 활동에 관심 있는 학생의 가족과 함께 쓰레기 줍기 활동을 하면서 문화재지킴이를 알게 됐다.  마침 아이도 “우리 마을에 문화재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며 "나도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해서 신청을 했다. 
서울특별시기념물 제22호 여계묘역 주변의 나뭇가지, 거미줄 등을 제거했다.
서울특별시기념물 제22호 여계묘역 주변의 나뭇가지, 거미줄 등을 제거했다. ©황현숙

구로구에서 ‘2022년 문화재청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시작했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햇살이라는 뜻을 지닌 ‘동살이’라는 이름으로, 8월부터 11월까지 7가족이 함께 문화재지킴이 활동에 참여했다.   

'동살이'는 우리 동네에 있는 문화재를 직접 찾아가서 문화재에 담긴 이야기도 들어보고 방치된 문화재를 지키고 돌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구로구에 있는 비지정문화재인 정선옹주묘역,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80호인 류순정·류홍공신묘역, 서울특별시기념물 제22호인 여계묘역과 능골산자락, 서울시 미래유산인 구로역과 소녀상 등을 방문했다. 

'동살이' 첫 만남에서는 문화재지킴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활동하는지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문화재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면 그 문화재에 담긴 이야기를 때로는 후손에게, 때로는 진행자에게 전해 들었다.

대부분의 문화재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거미줄이 여기저기 붙어 있거나 이끼가 끼어 있었고, 묘와 그 주변은 잡초가 무성했다. 쓰레기들이 방치돼 있기도 했다. 아이들은 보물 찾기라도 하듯 신이 나서 문화재 주변 쓰레기를 찾아 치웠다. 
류순정·류홍공신묘역에서 그 자손에게 류순정, 류홍 공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류순정·류홍공신묘역에서 그 자손에게 류순정, 류홍 공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황현숙

구로구 오류동에 있는 류순정, 류홍 부자의 묘역은 그 자손이 관리해 왔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개인이 관리하기에 힘들어 했다. 그 소식을 듣고 '동살이'가 방문해 쓰레기를 줍고 석물에 낀 거미줄과 이끼, 잡초를 뽑는 일을 도왔다. 마침 추석을 앞두고 있어 벌초도 했다.
여계묘역에서 고척동 고인돌로 가는 능골산 자락길 따라가며 쓰레기를 주웠다.
여계묘역에서 고척동 고인돌로 가는 능골산 자락길 따라가며 쓰레기를 주웠다. ©황현숙

고척동에 있는 여계묘역은 평소에는 문이 닫혀 있어서 오갈 때마다 내부가 궁금했던 곳이다. 이곳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그냥 방치된 채로 있었다. ‘동살이’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단청에는 흙과 낙엽 등이 세월 속에 묻혀 있었다. 낙엽과 고사한 나무들이 뒹굴며 어디가 땅인지 구분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었고, 기왓장 하나하나 소중히 다뤄가며 정리했다. 몇 주에 걸쳐 정리하고 나니 새로운 모습이었다. 주변 덕의공원에도 가서 아이들과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산책하는 주민들이 아이들이 정말 좋은 일을 한다며 칭찬해 주기도 했다.
고척동 고인돌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어서 관리해 줄 수가 없었다.
고척동 고인돌에 울타리가 설치돼 있어서 관리해 줄 수가 없었다. ©황현숙

고척동 고인돌에 가는 날엔 ‘동살이’ 아이들은 여계묘역부터 고인돌까지 능골길 자락길을 따라 쓰레기를 주우며 이동하기도 했다. 자락길을 따라가며 생태에 대해 전해 듣기도 했다. 고인돌은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오히려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고, 주변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동살이’가 주변을 돌며 쓰레기들을 깨끗이 치웠다.
정선옹주 묘역 주변 쓰레기를 줍고 잡초를 제거했다.
정선옹주 묘역 주변 쓰레기를 줍고 잡초를 제거했다. ©황현숙

궁동 저수지 생태공원 옆에 있는 정선옹주 묘역도 찾았다. 정선옹주는 조선시대 선조의 7녀로 안동권씨 권대임과 결혼해 궁궐 같은 기와집에 살았는데, 현재는 덩그러니 묘만 남아 있고, 별도의 출입구도 없이 관리되지 않고 있다. ‘동살이’ 아이들은 묘역 주변을 다니며 잡초도 제거하고, 여기저기 붙어 있는 거미줄을 제거하고, 쓰레기도 주우며 주변을 정리했다. 

‘동살이’ 활동을 함께한 4학년 학생은 “그 전엔 몰랐는데,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우리 가까운 곳에 문화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앞으로 문화재를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같이 온 학부모는 “문화재지킴이 활동이 작은 불씨가 되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문화재도 잘 보존하고 깨끗하게 정비하면서 문화재를 더 아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내년에는 더 많은 문화재지킴이들이 각 지역마다 많이 생겨서 우리 문화재를 더욱 소중히 지키고 후손들에게 전해주길 기대해 본다. 

시민기자 황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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