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안전대책과 시민의식 빛났던 월드컵 거리응원전

시민기자 조시승

발행일 2022.12.05. 09:50

수정일 2022.12.0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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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조시승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12월 3일 0시 H조 3차전 경기인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다. 한국이 포르투갈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겨야만 골득실을 따져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다.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듯 피파래킹 28위 한국은 랭킹 9위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승리했다. 잠시 후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가 끝나 골득실로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광화문광장은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이날 3차전에 한파도 찾아왔고 1·2차전보다 더 많은 응원단이 모였으나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광화문 버스정류소의 무정차, 우회를 알리는 LED 전광 알림판과 안내문
광화문 버스정류소의 무정차, 우회를 알리는 LED 전광 알림판과 안내문 ©조시승

이는 서울시가 세밀하게 준비한 교통·안전 거리응원대책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우선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근처 버스 정류장을 폐쇄하고 버스를 우회 운행하게 했다. 지하철 2·3·5호선을 거리응원전이 끝나는 시간부터 3시까지 열차를 특별 운행해 귀가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게 했다. 또한 경기가 종료되는 02시~03시에 심야버스를 집중배차했다.
한파쉼터와 종합상황실의 모습
한파쉼터와 종합상황실의 모습 ©조시승
역사박물관 미디어월에 나온 월드컵 응원 문구
역사박물관 미디어월에 나온 월드컵 응원 문구 ©조시승

2022년 11월에 개막된 이번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전승한 팀이 하나도 없다. 단 한 팀도 3승을 챙기지 못했는데 이는 세계 축구의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매 경기 예상 밖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면서 전문가와 인공지능(AI)의 예측이 빗나가는 결과도 속출했다. 유럽과 남미팀의 수월한 승리를 예측했던 전문가 예측이 안 맞는 경우가 많았다.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 스크린 앞에서 선수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 스크린 앞에서 선수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조시승

이번에 한국과 일본이 16강에 진출한 것도 축구 인기의 상승과 장기적이고 선진적인 선수육성시스템의 결과라 볼 수 있다. 한국의 축구 인기 상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야외 거리응원이다. 

필자는 한국이 속한 H조 3차전을 보러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경기 시작 전의 분위기도 살펴볼 겸 전날 오후 10시에 도착했다. 이미 북측 메인광장인 육조마당은 응원객들로 가득했다. 대형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월드컵 경기영상과 선수들의 투지는 이미 응원단들의 사기를 높혀 승리를 예약해 놓은 듯 보였다. 우측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의 ‘광화벽화’라는 대형 미디어월에도 월드컵 홍보영상을 올려 놓아 뜨거운 함성으로 하나되는 대한민국 응원전에 힘을 보탰다.
오른쪽은 원래 버스정류소였으나 응원인파가 몰려들자 임시 방편으로 관중석으로 변했다.
오른쪽은 원래 버스정류소였으나 응원인파가 몰려들자 임시 방편으로 관중석으로 변했다. ©조시승

응원인파가 계속 몰려와 북측 메인광장 등 3곳에 더 이상 수용할 수 없게 되자, 주최측은 우측 버스정류소가 폐쇄된 자리에 보조 스크린을 설치하고 그 앞·뒤로 응원할 수 있도록 보조 응원석을 마련해 주었다. 친구, 가족, 커플이 함께 자리를 잡으니 순식간에 세종대왕 동상과 역사박물관까지 가득 찼다. 안전을 위해 버스 기다리는 의자와 식별구간 주변에도 앉지 못하도록 해 소통을 원활하게 하였다. 응원객들의 손에는 주최측에서 준비한 핫팩과 응원용 클래퍼가 들려 있었다. 또한 시에서 미리 알려준 방한용품도 준비하여 정해진 응원석에 자리잡았다.

서울시는 이번 거리응원에도 현장 종합상황실을 운영했다. 경찰, 소방인력, 종로구와 함께 응원 주최측인 붉은악마 안전요원과 함께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안전과 피해방지에 힘을 쏟았다. 특히 한파에 대비, 방한복과 장갑, 담요 등 준비를 요망했다. 저체온증 환자발생에 대비하여 세종대왕 동상 서측에 텐트 4동을 연결해 대피공간을 80명 규모로 확대 운영했다. 그 안에 난방기구를 비치하고 구급인력이 상주, 구급차와 긴밀하게 연락토록 해 비상대응체계로 안전응원에 만전을 기했다. 붉은악마도 경기 시작 전·후와 하프타임에 시민질서 캠페인으로 보답하였다. 
심야에 운행되는 올빼미버스
심야에 운행되는 올빼미버스 ©조시승

또한 경기시작 전 이른 시간부터 관중이 모이는 것을 고려하여 응원석과 이동보행통로를 구별해 인파를 유도하고 통제했다. 서 있거나 모여 있는 것은 최대한 막아 작은 구역 안의 밀집현상을 방지했다. 행사 3시간 전부터 행사 종료까지 광화문광장과 가장 인접한 세종문화회관 정류소를 임시 폐쇄했다. 해당 정류소를 경유하는 버스 노선은 모두 무정차로 통과했다. 지하철의 경우 2·3·5호선은 거리응원전이 끝나는 시간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열차가 특별운행했다. 광화문역의 경우 승강장 혼잡 수준에 따라 정차유무를 협의토록 하는 등 응원객의 귀가에도 세심하게 배려했다. 
경기가 끝난 후 관람객들이 자기가 앉았던 자리를 청소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후 관람객들이 자기가 앉았던 자리를 청소하고 있다. ©조시승

필자도 경기를 관람하며 취재했다. 포르투갈이 골을 넣으면 함께 애석해 했고, 대한민국이 골을 넣으면 함께 손을 잡고 기쁨을 나누었다. 자연스레 옆사람과 응원친구가 되었다. 후반 연장시간에 기적적인 역전 성공은 광화문광장을 환호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잠시 후 16강 진출이 확정되니 기쁨 나눔에는 남녀노소 구별이 없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붉은악마와 함께 쓰레기 치우는데 협조하니 어느덧 새벽 3시가 되었다. 

대형 스크린에서 방송으로 지하철 운행 가능 시간과 광화문역 출입이 가능한 출구와 닫힌 출구를 안내하여 지하철승객들이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종합상황실에서 심야버스 이용도 함께 안내하여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종합상황실에 문의하니 단 한명의 저체온증 등의 인명피해 보고는 없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응원단이 기뻐하고 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응원단이 기뻐하고 있다. ©조시승

경기 종료 후 광화문광장의 중간중간에는 대 포르투갈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젊은 남녀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스크럼을 짜고 응원가를 부르며 서로 얼싸 안고 16강 진출의 쾌거를 나누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오직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가 되어 있었다. 붉은악마의 장내 정리에 참여한 후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 타며 집으로 귀가하니 새벽 4시가 되었다. 더운 물로 언 몸을 씻고 바로 침대에 누웠으나 감격적인 순간은 머리에서 잠들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시민기자 조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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