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곳곳 페트병 회수기 놓일 수 있도록 로컬벤처 응원해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2.11.22. 11:09

수정일 2022.11.22. 11:09

조회 2,505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 지원 받은 페트병 회수기 개발 스타트업
이용자가 '페트병 회수기 deego'에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고 있다.
이용자가 '페트병 회수기 deego'에 페트병을 분리 배출하고 있다. ⓒ디고랩스

“아빠가 어릴 적엔 지금보다 지구의 온도가 낮았잖아요. 아빠는 나보다 좋은 시절을 보냈어요.”
“중학생인 네가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 쓰레기 걱정은 안 하게끔 아빠가 노력해 볼게.”
평범한 가정의 아들과 아빠가 주고받는 대화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쓰레기 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아빠는 아들에게 약속한 말을 실현하기 위해서 페트병 회수기 deego를 개발했다.

올해 49살인 양호 대표는 기업에서 20년간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처음엔 엔지니어로 시작했지만 마케터로 직종을 변경했다. 엔지니어로 제품을 개발하면서 자신이 만든 제품을 제대로 판매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자신이 직접 마케터로 나서게 되었다. 그러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페트병을 회수하는 기계를 설계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때부터 자원을 회수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2022년 6월, 양호 대표는 디고랩스 를 창업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지원사업을 알아보면서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을 알게 되었다.
디고랩스는 초기 개발 제품을 갖고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신제품을 개발했다.
디고랩스는 초기 개발 제품을 갖고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신제품을 개발했다. ⓒ윤혜숙

우리가 사용하고 버리는 생활폐기물은 종량제봉투로 배출되거나 분리 배출된다. 그런데 종량제봉투에 들어가야 할 쓰레기 중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도 많다. 그래서 공공선별장이나 민간선별장에서 종량제봉투에 든 쓰레기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을 골라내는데 이 과정에서도 재활용하여 돈이 되는 쓰레기만을 골라낸다. 생활폐기물의 재활용률은 50%를 밑도는 실정이다. 때문에 최초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최대한 분리 배출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고랩스는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을 분리 배출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그리고 분리 배출한 시민에게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추후 다른 쓰레기로도 품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분리 배출은 철저히 개인의 선의에 의존하고 있다. 분리 배출을 철저히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양심에 맡겨서 분리 배출을 시행하다 보니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페트병 회수기 deego'는 기존 제품들에 비해 제품의 부피 및 가격을 낮췄다.
'페트병 회수기 deego'는 기존 제품들에 비해 제품의 부피 및 가격을 낮췄다. ⓒ디고랩스

분리 배출을 제대로 한다면 선별장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한다고 해도 100% 자동화할 수는 없다. 수작업을 요하는 부분에 사람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양호 대표는 “선별장에 가보면 아실 겁니다. 선별장 근무 환경이 엄청나게 열악합니다. 선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다루다 보니 장갑을 끼고 일해도 수시로 유리와 같은 날카로운 것에 손을 다치고 또 손이 거칠어집니다. 그분들을 위해 분리 배출을 적당히 할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서 대체해 주는 게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일 겁니다”라고 말한다.

양호 대표는 “대다수 국민은 분리 배출을 정말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종량제봉투 가격이 저렴하고 배출자의 선의에 의존하다 보니 종량제로 배출되어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이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양 대표는 종량제봉투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많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지금의 제품을 개발했다. 
디고랩스가 제시한 자원순환 솔루션
디고랩스가 제시한 자원순환 솔루션 ⓒ디고랩스

그렇다면 디고랩스의 신제품은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일까?

첫째는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분리 배출이 일상화되고 분리 배출률을 높이려면 분리 배출 기계를 곳곳에 설치해야만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가격에 있다. 자원을 회수하는 로봇을 RVM이라고 한다. RVM은 Recyled Vending Machine을 뜻한다. 재활용 자판기라고 할 수 있다. 환경 민감도가 높은 유럽은 RVM을 개발한 지 20여 년에 이른다. 국내의 기업들은 RVM을 그대로 도입해서 제품을 출시한 탓에 가격이 비싸다. 그래서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RVM을 곳곳에 설치하기 어렵다. 현재 주민센터 앞이나 공공기관 1층에 설치되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용자들이 일부러 기계를 찾아서 쓰레기를 가져올 리가 만무하다. 물론 환경을 생각해서 애쓰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실천하기 쉽지 않다.

휴지통 개수만큼 RVM 제품이 많이 설치되어야 이용자들의 분리 배출을 늘리는 한편 이용자의 편의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디고랩스 제품은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기존 제품의 10분의 1에 해당할 만큼 저렴한 편이다. 디고랩스는 아파트에 무상으로 제품을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아파트에서 분리 배출하는 쓰레기를 자원화하면 거기서 수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고랩스 직원들은 제품의 연구 및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디고랩스 직원들은 제품의 연구 및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디고랩스

둘째는 인공지능을 휴대전화 앱으로 옮겨 놓았다는 점이다. 기존 제품은 인공지능 자체가 기계의 내부에 들어가 있다. 그 구조가 굉장히 복잡하다. 그러니 기계의 부피가 크다. 그런데 디고랩스 제품은 인공지능을 덜어내어 기계의 부피가 작고 또 기계 자체를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다.

자원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제품이 개발되었다. 그런데 제품이 좋고 기능이 우수해도 대중화하지 못한다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디고랩스가 개발한 '페트병 회수기 deego' 제품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서대문구 로컬벤처가 입주하고 있는 소셜라운드 입구
서대문구 로컬벤처가 입주하고 있는 소셜라운드 입구 ⓒ윤혜숙

디고랩스는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 8개월간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데 매달려왔다.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해서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업화 자금을 필요로 했다. 자금 지원뿐만 아니다.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의 멘토링 제도를 통해 경험자들의 조언이나 충고를 들으면서 실패의 확률을 줄여나갈 수 있었다. 스타트업은 자금이 충분치 않아서 직원들을 여럿 채용하기 어렵다.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쪽으로 인력이 집중되다 보니 회사를 경영하는데 필요한 경영, 재무, 세무, 마케팅 등의 전문 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 그래서 멘토링 제도로 인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 제품을 처음 설치하는 중랑구, 경기도 고양시 지축의 위스테이 아파트도 멘토가 연결해줬다. 디고랩스는 그동안 연구·개발에 주력해서 제작한 제품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하는 단계에 있다.

양호 대표는 “자력으로 제품을 개발했지만,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알다시피 스타트업은 기술은 뛰어나지만, 인지도가 없어서 유통 및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자체적으로 홍보할 여력도 없고요”라고 말한다. 직원이 양호 대표를 포함해서 3인에 불과하다. 그나마 2명의 직원은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금 양호 대표가 근무하는 공간도 서대문구에서 마련해 준 공유사무실 이다. 임대료를 내지 않고 무료로 이용하고 있어서 임대료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고 한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2층에 서대문구 소셜벤처의 공유사무실이 있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2층에 서대문구 소셜벤처의 공유사무실이 있다. ⓒ윤혜숙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유일하다. 양호 대표는 예비창업 단계에서 쓰레기 분리 배출 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한 뒤 전국적으로 확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에 눈길이 갔다고 한다. 

양호 대표는 창업을 고려하는 분들에게 “창업은 불확실성, 외로움과의 싸움입니다. 용기와 신념이 있어야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활 폐기물로 버려지는 쓰레기의 자원 회수율을 높여서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서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서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윤혜숙

서대문구의 로컬벤처 육성사업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이명희 실장은 “서대문구가 창업을 지원한 업체가 지역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고심 끝에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의 기업을 발굴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2019년부터입니다”라면서 “지역의 문제 중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게 '돌봄'과 '환경'이었습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 기존 방식의 돌봄과 환경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최신 ICT 기술을 접목한 돌봄과 환경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육성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으로 기업이 성장하면 결국 혜택은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지역 내 이런 기업이 늘어난다면 기업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이 지역 문제를 넘어서 전국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지역 기반 사업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에 지원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수색로 43
○ 교통 : 경의중앙 가좌역 3번 출구에서 78m
홈페이지
2022 서대문구 로컬벤처 육성사업 홈페이지
○문의 : 02-3140-8026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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