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모르는 것이 죄가 아닌데...' 늦깎이 한글 학도들의 감동 시화전
발행일 2022.10.11. 14:51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받은 최순란 어르신의 시낭송 Ⓒ박은영
한문이 정규 과목이던 시절, 학교에서 배우기는 했지만 한자가 많은 신문이나 책을 읽는 것은 답답한 일이었다. 나만 모르는 것 같은 창피함도 늘 따라붙었다.
일상 속 한자도 이런데 우리말, 한글을 알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우리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 당연한 것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계를 위해 글을 배우지 못한 것이 죄가 아닌데, 평생을 죄인처럼 살았던 분들의 사연을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만날 수 있다.
<2022년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은 평생 한글을 모르고 살아오다 뒤늦게 배움에 눈을 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화전이다. 글을 배운 후 인생의 봄을 찾고, 자기만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어르신들의 사연이 시로 승화되어 서울 종로구의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전시된다.
시화전이 시작된 지난 10월 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의 시상식을 열고, 수상자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과 이웃,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시로 소개되는 그 특별한 현장에 함께했다.
일상 속 한자도 이런데 우리말, 한글을 알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우리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 당연한 것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생계를 위해 글을 배우지 못한 것이 죄가 아닌데, 평생을 죄인처럼 살았던 분들의 사연을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만날 수 있다.
<2022년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은 평생 한글을 모르고 살아오다 뒤늦게 배움에 눈을 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화전이다. 글을 배운 후 인생의 봄을 찾고, 자기만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어르신들의 사연이 시로 승화되어 서울 종로구의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전시된다.
시화전이 시작된 지난 10월 6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의 시상식을 열고, 수상자를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족과 이웃,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시로 소개되는 그 특별한 현장에 함께했다.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자들의 단체사진 Ⓒ박은영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은 유네스코가 정한 ‘문해의 달’ 행사의 하나로 서울 지역 성인 학습자들의 성과를 시민들과 나누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됐다. 2019년 서울특별시 문해교육센터로 지정된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하고 있다. 올해 열리는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은 ‘누구나 저마다의 꽃을 피운다’는 주제 아래 코로나19 유행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대면 행사다.
올해 시화전에는 지난해보다 38점 많은 218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그 중 서울특별시장상 3편, 서울특별시교육감상 6편,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 15편, 전국 문해교육 시화전 입상작 16편 등 총 40편의 수상작이 이번 시화전을 통해 선보인다.
올해 시화전에는 지난해보다 38점 많은 218점의 작품이 접수됐다. 그 중 서울특별시장상 3편, 서울특별시교육감상 6편,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 15편, 전국 문해교육 시화전 입상작 16편 등 총 40편의 수상작이 이번 시화전을 통해 선보인다.
서울특별시장상을 받은 홍순연(67) 어르신은 3대가 같이 사는 집에서 가장으로 살아가느라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이제는 배움을 통해 글로 세상에 눈을 뜬 기쁨과 희망을 <문해의 안경>이라는 글로 안경에 비유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받은 최순란(79) 어르신은 시상식 중 <이제야 내 세상>이라는 시 낭송을 선보였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받은 최순란(79) 어르신은 시상식 중 <이제야 내 세상>이라는 시 낭송을 선보였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방은 최순란 학습자의 <이제야 내 세상>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우유 배달을 20년 넘게 하는 동안 사람들이 '빙그레'라고 불렀는데, 글을 배우러 학교에 가니 사람들이 이름을 불러줘 신기했다”로 이어지는 어르신의 떨리는 목소리가 홀 안의 정적을 뚫고 사람들에게 전달됐다. 최순란 어르신의 시는 글을 몰라 부끄러웠던 지난날에서 벗어나 배움으로 새롭게 얻은 삶에 대한 감동을 전했다.
서울특별시교육감상 수상자인 윤정희(32) 씨는 11년 전 결혼을 하며 고향 캄보디아를 떠나 우리나라에서 살기 시작했다. <꽃 피는 나의 인생>에는 한글을 몰라 막막했던 이주민의 애환이 담겼다.
“결혼하고 한국에 와서 살기 시작하면서 문화 차이를 느낄 때 가장 힘들었어요. 말도 통하지 않아 남편과 많이 다투기도 했고요. 현재 아이가 6명인데 잦은 임신으로 입덧도 심했고, 그럴 때마다 고향 음식이 그리웠지만 어디서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이었어요.”
서울특별시교육감상 수상자인 윤정희(32) 씨는 11년 전 결혼을 하며 고향 캄보디아를 떠나 우리나라에서 살기 시작했다. <꽃 피는 나의 인생>에는 한글을 몰라 막막했던 이주민의 애환이 담겼다.
“결혼하고 한국에 와서 살기 시작하면서 문화 차이를 느낄 때 가장 힘들었어요. 말도 통하지 않아 남편과 많이 다투기도 했고요. 현재 아이가 6명인데 잦은 임신으로 입덧도 심했고, 그럴 때마다 고향 음식이 그리웠지만 어디서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이었어요.”
이주민의 애환을 담은 시로 서울시교육감상을 수상한 윤정희 학습자 Ⓒ박은영
한국에 들어온 지 4년이 지난 후 윤정희 씨는 은평구의 다문화센터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배우다 쉬기를 반복했지만 누구보다 열의를 가지고 한글을 배웠다. 그리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을 하게 된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어디를 가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한국어를 배운 후 지금은 어디를 가도 무섭지 않아요. 학교 엄마들이 많아서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되었는데 정말 즐거워요. 엄마들과 말할 때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고쳐주고는 해요.”
“어디를 가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한국어를 배운 후 지금은 어디를 가도 무섭지 않아요. 학교 엄마들이 많아서 친구도 많이 사귀게 되었는데 정말 즐거워요. 엄마들과 말할 때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고쳐주고는 해요.”
서울특별시교육감상을 받은 윤정희 학습자의 <꽃 피는 나의 인생>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윤정희 씨는 아무런 도움 없이 질문의 내용을 이해했고,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처음 한국에서의 생활이 마치 깜깜한 밤과 같았다면 글을 배우는 지금의 인생은 아침에 활짝 핀 꽃과 같다"는 수상소감이 가슴을 뭉클하게 울렸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혹시 새롭게 생긴 꿈이 있을지 궁금했다.
“현재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에요. 고등학교까지 나오면 대학을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그래서 통·번역사가 돼서 캄보디아 친구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한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캄보디아에서도 K팝이나 드라마가 인기가 많거든요.”
“현재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에요. 고등학교까지 나오면 대학을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그래서 통·번역사가 돼서 캄보디아 친구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한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캄보디아에서도 K팝이나 드라마가 인기가 많거든요.”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이 열린다. Ⓒ박은영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은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돈의문박물관마을 시민갤러리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현장에서 관람 후기를 등록하면 추첨을 통해 시화전 기념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다. 가난 때문에, 혹은 가족을 부양하느라 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의 사연이 후세대들에게 작은 울림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의 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은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아 끝내 옥중에서 생을 마감한다. 자신을 '죄인'으로 표현한 최순란 어르신의 시처럼, 글을 모른다는 사실은 일상의 불편함 이상의 것으로 자리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글을 읽고 이해한다’는 의미의 문해교육은 단순히 문자를 활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세상과 소통하며 삶의 질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었다. 배움을 통해 자신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분들의 활기찬 인생을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의 주인공 케이트 윈슬렛은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아 끝내 옥중에서 생을 마감한다. 자신을 '죄인'으로 표현한 최순란 어르신의 시처럼, 글을 모른다는 사실은 일상의 불편함 이상의 것으로 자리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글을 읽고 이해한다’는 의미의 문해교육은 단순히 문자를 활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세상과 소통하며 삶의 질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었다. 배움을 통해 자신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 분들의 활기찬 인생을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시민갤러리에 40편의 수상작이 전시되고 있다. Ⓒ박은영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
○ 기간: 2022.10.6.(목) ~ 10.19.(수)
○ 장소: 서울시 종로구 송월길 14-3 돈의문박물관마을 시민갤러리
○ 교통: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6분
○ 돈의문박물관마을 홈페이지
○ 문의: 02-739-6994
○ 장소: 서울시 종로구 송월길 14-3 돈의문박물관마을 시민갤러리
○ 교통: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6분
○ 돈의문박물관마을 홈페이지
○ 문의: 02-739-6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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