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그려낸 숲 덕분에! 더 환해진 '갈월종합사회복지관'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2.09.22. 11:20

수정일 2022.09.22. 11:20

조회 1,337

갈월종합사회복지관 3층 복도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는 자원봉사 학생들 ⓒ윤혜숙
갈월종합사회복지관 3층 복도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는 자원봉사 학생들 ⓒ윤혜숙

낡고 허름한 주택가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걷다가 담벼락에 채색된 그림과 마주한 적이 있다. 비좁은 동네 골목길을 밝고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멋진 풍경 앞에 잠시 가던 길을 멈췄다. 벽화를 배경으로 여러 장의 사진도 찍었다. 벽화가 있는 골목길을 오가는 행인이라면 누구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이렇게 벽화가 있는 동네는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우중충한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지면 동네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이제는 전국 곳곳에 관광객이 찾는 벽화마을이 생겨나고 있다.
갈월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실내에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윤혜숙
갈월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실내에서 벽화를 만날 수 있다. ⓒ윤혜숙

골목길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가 실내에 있다면 어떨까? 낯선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벽화를 실내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는 갈월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했다. 갈월종합사회복지관에는 1층 출입구와 3층 복도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한여름이었던 지난 8월은 연이은 폭염과 폭우로 힘든 나날이었다. 무더위를 피해 어르신들은 거주지 인근 경로당이나 복지관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갈월종합사회복지관도 마찬가지다. 남영동주민센터와 한 건물에 있어서 늘 드나드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갈월종합사회복지관 출입문을 열면 벽화가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윤혜숙
갈월종합사회복지관 출입문을 열면 벽화가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윤혜숙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퍼붓던 평일 오후, 기자는 비를 피해서 출입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복합니다’라는 글이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다. 밋밋한 벽이 화려한 꽃밭으로 변신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복지관 3층 복도에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각자 위치를 정해서 붓을 들고 벽에 채색하고 있다. 푸르른 숲을 복지관으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다. 그동안 측면의 벽을 완성했고, 이제 정면의 벽 일부만 남아 있었다. 

복지관에서는 벽화 작업을 위해 인근 숙명여자대학교에 공문을 발송해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회화과 학생 11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날은 숙명여대 1학년 김정빈 학생을 포함한 총 4명의 학생이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채색 중이었다.
숙명여대 회화과 학생들이 자원봉사 활동으로 벽화를 채색하고 있다. ⓒ윤혜숙
숙명여대 회화과 학생들이 자원봉사 활동으로 벽화를 채색하고 있다. ⓒ윤혜숙

김정빈 학생은 회화과 단체 대화방에서 복지관측이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공지를 접했다. 대학에 진학한 뒤 처음 맞이하는 방학을 그냥 보내기보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되리란 생각으로 과 동기들을 모아서 이번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방학 중에 각자의 일정이 있고, 거주지가 흩어져 있어서 한꺼번에 모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한 번에 4, 5명씩 모여서 봉사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방학 중에 여러 번 복지관에서 봉사해야 했다.
학생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도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김정빈 학생
학생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도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김정빈 학생

벽화를 채색하는 과정은 하얀 페인트 칠하기, 그림 구상하기, 도안 작성하기, 스케치하기, 채색하기, 바니쉬 칠하기 순으로 작업이 이루어진다. 김정빈 학생은 그림을 구상하기 전 인터넷을 검색해서 어린이 병동에 있는 벽화들을 살펴봤다고 한다. 벽화를 채색하게 될 3층 복도 맞은편에 데이케어센터, 피아노교실이 있어서 어르신과 어린이가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여러 번 사전 회의를 거쳐서 '숲길'을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보이는 정면은 숲으로 들어가는 길, 측면은 숲속의 풍경을 표현하기로 했다. 복도를 오가면서 자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마주한다면 힐링이 되리라 생각했다. 
김정빈 학생이 수시로 도안을 보면서 벽화 작업을 중간 점검하고 있다. ⓒ윤혜숙
김정빈 학생이 수시로 도안을 보면서 벽화 작업을 중간 점검하고 있다. ⓒ윤혜숙

먼저 벽면 전체를 하얀색 페인트로 칠했다. 벽면에 이물질이 묻어서 울퉁불퉁하거나 얼룩 등이 있으면 채색할 때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고 지저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벽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를 물어봤다. 김정빈 학생은 “모든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그중에 채색이 가장 어려웠어요. 보다시피 셔터를 내린 벽이어서 굴곡이 있어요. 그런데 멀리서 볼 때 굴곡 없이 매끈하게 보여야 하므로 채색할 때 그 점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라고 전한다.
울퉁불퉁한 셔터문에 채색하면서 붓칠을 꼼꼼히 하고 있다. ⓒ윤혜숙
울퉁불퉁한 셔터문에 채색하면서 붓칠을 꼼꼼히 하고 있다. ⓒ윤혜숙

김정빈 학생은 골목길에서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를 자주 봤다고 한다. 밋밋한 담벼락에 여기저기 낙서가 있어서 지저분해 보였는데 벽화가 그려진 곳은 깨끗해 보인다고 했다. 

“골목길 분위기가 훨씬 밝아져서 동네 주민뿐 아니라 행인인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라고 말하며, "방학 중에 벽화를 그리는 자원봉사 활동이 힘들긴 했어도 벽화가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작품을 남긴다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특히 어르신들이 저희 모습을 보시고는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어요. 저희에게 복지관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셔서 그때마다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벽화 채색에 참여한 학생들이 도안을 보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윤혜숙
벽화 채색에 참여한 학생들이 도안을 보면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윤혜숙

자원봉사 활동하면서 나름의 수확도 있었다. 그동안 학기 중에 회화과 동기들과 마주 앉아서 대화할 기회가 없었는데 벽화를 그리면서 같이 대화도 나누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벽면에 스케치가 끝난 뒤 채색하면서 고충도 많았다. 위쪽에서 채색하다 물감이 아래로 떨어져서 얼룩이 지거나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아서 여러 번 덧칠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서 공동으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소통의 중요성과 협동이 주는 시너지 효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김정빈 학생은 “지금처럼 전공과 연계해서 자원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인다.
김정빈 학생이 측면에 완성된 벽화를 살펴보고 있다. ⓒ윤혜숙
김정빈 학생이 측면에 완성된 벽화를 살펴보고 있다. ⓒ윤혜숙

기자가 복지관을 방문했을 때는 마지막 정면 부분을 채색하고 있었다. 지금쯤 벽화가 완성됐을까? 복지관을 방문하는 누구나 3층 복도에 그려진 벽화를 보면 자연스레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복지관이 인근의 대학교와 연계해서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다. 

복지관을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어르신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벽화 앞에 잠시 머물면서 찬찬히 살펴보고 계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기자도 흐뭇했다. 머지 않아 복지관의 벽화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일부러 복지관을 방문하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자원봉사 학생들의 참여로 갈월종합사회복지관 3층 복도의 벽화가 완성되고 있다. ⓒ윤혜숙
자원봉사 학생들의 참여로 갈월종합사회복지관 3층 복도의 벽화가 완성되고 있다. ⓒ윤혜숙

갈월종합사회복지관

○ 위치: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25 (갈월동)
○ 교통: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도보 4분
홈페이지
○ 문의: 02-752-7887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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